“다른 사람들이 구축한 체계 전반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기의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체계에 들어 있는 원리는 설명되어야 할 전체 효과를 보다 잘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의 고찰을 더 넓게 확장해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학문La Scienza Nuova」, 지암바티스타 비코”

 

우리가 ‘세븐 시스터즈’와 ‘바나나 리퍼블릭’을 건설할 것인가. 당신이 존경하는 예수가 말했다.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라.” 모두가 따르는 Guru, 싯다르타는 무소유를 실현했다. 이에 장 지글러가 회답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그리하여 피터 싱어는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 나선다. 그러므로 제레미 시브룩이 설명한다. 「세계의 빈곤, 누구의 책임인가?」 따라서 제프리 삭스가 「빈곤의 종말」을 추가한다. 니콜라 테슬라를 무시한 토머스 에디슨의 죄는 헨리 포드이므로 자, 우리는 페어차일드라는 ‘8인의 배신자’가 될 그들에게 백년의 고독을 읽어줄 차례다.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은 대부분 출근할 직장이 있지만 빈민들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기업가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엄청난 차이가 생기는 것은 빈국에서는 성공한 기업가가 될 기회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수요 부족, 공급 부족, 자본 부족, 상품 시장에서 나타나는 경쟁 유형 등의 여건이 빈국을 기업가로서 성공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으로 꼼짝 못하게 몰아넣는 것이다.

 

빈국과 부국을 결정짓는 경제 활동에는 ‘완전 경쟁perfect competition’과 ‘불완전 경쟁imperfect competition’이 있다. ‘완전 경쟁’의 경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제한받는 농토, 광산, 어장 등에서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을 늘리면 생산은 증가하지만, 어느 시점을 넘으면 ‘수확 체감’을 동반해 산출량은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불완전 경쟁’의 경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같이 기계화된 생산의 산출물의 양이 늘어날수록 ‘수확 체증’으로 인해 생산비가 줄어들게 된다. 대부분의 빈국들이 1차 산업인 농업, 임업, 어업, 목축업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면, 개도국은 2차 산업인 경공업, 중화학공업, 건설업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부국은 3차 산업인 교통, 상업, 국제무역, 관광업,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유통 등의 서비스 산업에 기반을 둔다. 나아가 부국은 4차 산업인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 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등으로 발 빠르게 경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술도가,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류애가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이 얻을 이익을 말해 줄 뿐이다. 「국부론」, 애덤 스미스”

 

수출의 이유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높은 상대가격을 보상받기 때문이고, 반대로 수입의 이유는 국내보다 외국에게 더 저렴한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데이비드 리카도(1772-1823)가 설명하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The Rich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이 상호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보호무역이나 유치산업보호론(e.g. China–United States Tariff War)을 꺼내들며, 반대로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부정하는 정부의 정책에 내심 불편한 기색을 들어낸다. (그러나 미-중의 신냉전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 국채의 13%인 1074조 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다량 매각하거나 중국 제품이 필요한 미국이 국가신용을 잃으면서까지 채무불이행을 실행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상사불망相思不忘하고 수족지애手足之愛하는 둘의 밀월蜜月을 구지 설명하자면 애정싸움과 필적할 애증이 가득한 외교전쟁’Gaslighting이라는 한 편의 거대한 쇼일 뿐이다. 한편으론 관계의 미학인 어린왕자와 여우의 서로를 길들이기와도 매우 흡사하다.)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경제회복을 위해 차관(워싱턴에 위치한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 IAIS)을 얻어내야 하는 개도국의 경우,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라는 목줄의 압박 속에서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의 2차 생산 상품과의 경쟁으로 인한 탈산업화의 과속화, 상품의 가치가 1차·2차 산업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3차·4차 산업과의 무역에서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물질적 부의 대물림으로 탄생하여 부를 창출할 능력도 없어진 빈국에게 부를 재분배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공부하고 있는 모범생과 그렇지 못한 열등생이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을 비교우위의 단점이라고 주장한다면, 지정학적으로 절대우위에 속하게 된 국가들의 아량은 심기가 언짢았던 경제학자들이 꼽을 장점이라 볼 수 있다. 한편 프리드리히 리스트(1789-1846)는 영국의 스미스나 리카토의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동시, 자유무역이 실현되려면 모든 나라가 산업화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한 국가는 먼저 산업화한 다음에 점진적으로 같은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통합한다. 

 

 

오렌지: 일본 식민지, 출처: 월간중앙

 

첫 번째 세계화 기간 동안, 즉 1840년대 이후부터 제 1차 세계 대전이 터질 때까지 부국들은 점점 더 산업화되었고, 제3세계는 기술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의 관행에 따라 식민 국가에 산업화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빈국과 부국 사이의 격차를 크게 만든 것이 바로 세계화 물결이었다. 최근 세계화 물결이 첫 번째 세계화와 동일한 원리 위에 구축되는 한, 달리 표현하면 빈국들이 계속해서 원자재 생산에만 특화하는 한 오늘날의 세계화 물결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시기에서 이루었던 것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새로운 나라가 부국에 편입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부국과 빈국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식으로 말이다.. 사회는 빈국과 부국 사이에서 양극화되었으며 중간 소득 국가는 사라지는 추세이다. 비록 한 나라의 산업이 아직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산업화를 통해 중간 소득 국가를 만들려는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의 시도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자유 무역이라는 충격 요법에 의해 헛일이 되었다.. 서구는 기업가 정신도, 정부 정책도, 산업 시스템도 전혀 없는 빈국에게도 자본을 투입하면 자본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오느날 우리는 사실상 구조도 없는 나라의 목구멍에 돈을 털어 넣고 있다. 빈국에게는 현재의 부국들이 했던 산업화 전략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돈을 쓸모있게 투자하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이 유용하게 쓸 수도 없는 차관을 받게 되자 개발 금융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끝말잇기나 피라미드 게임과 비슷한 것이 되어 버린다. 머지않아 경졔 구조가 붕괴되면 문 가까이에 있던 경제 구조를 입안한 이들은 다들 몰려나갈 때 가장 먼저 나가서 상당한 금융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동안 손해를 보는 것은 빈국이다. 이것이 부국에서 빈국으로 자금 이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빈국에서 부국으로 자금 이동이 더 많아지게 되는 메커니즘의 일부이다. 바로 뮈르달이 빈곤의 전도된 후유증(perverse backwash)이라 부른 것 중 하나이다.

 

현시점에서 빈국이 접한 또 다른 문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매일같이 상승하는 생활물가다. 연준Federal Reserve System이 15개월 동안 10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은 인플레이션(Silent Tax: 인플레이션 조세)을 잡기 위해서 인데, 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은 팬데믹 부양정책으로 뿌려진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이 6630조 원, 일본이 2600조 원, 중국이 1404조 원, 독일이 1030조 원, 영국이 680조 원, 인도가 320조 원, 그리고 캐나다가 270조 원을 뿌렸다. (2020년 집계로 세계 각국들은 10조 달러, 즉 일경 원을 부양정책에 쏟아 부었다. 10조 달러란 미국, 유럽 연합, 또는 중국의 GDP와 같다.  피같은 세금으로 이루어진 이 복지혜택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분명 혀를 찰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것은 헬리콥터 머니로 인한 막대한 통화공급으로 여전히 통장에 저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소비가 줄어야하는 상황에서 팬데믹 보복소비까지 겹쳐 시중에는 너무 많은 통화가 풀려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기업들이 원가 상승이라는 카드로 제품 가격을 너도 나도 계속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민들의 부담은 늘어나고 포플리즘으로 인해 상승한 물가 때문에 서민들은 임금상승을 기대하지만, 연준의 생각은 고용과 임금 상승 추세가 잦아들어야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비로소 금리가 내려 경기가 안정세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참고·인용: 동화일보 신비월드

 

맹자가 개나 돼지가 사람의 양식을 먹는데도 단속할 줄 모르고, 길에 굶어 죽은 시체가 널렸는데도 창고를 열줄 모른다고 말했는데, 이는 풍년에 예비하지 않고 흉년에 진휼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칼로 찔러 사람을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예비는 모든 나라에서 항상 힘써야 할 일이니 예비하지 않는 나라는 정치가 없는 나라이다. 「목민심서, 정약용

 

“오늘날 시카고 학파 경제학자들(Chicago economists)―현재의 세계화 물결 및 워싱턴 기관들의 이론적 기반을 대변하는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세계를 향해 국가와 자치정부는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선포한다..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소기업관리국(US 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은 매년 미국의 개인 회사를 지원하는 대출금과 보증금으로 200억 달러가 넘는 연방 기금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세계은행, IMF 등의 워싱턴 기관들은 제3세계에서 그와 유사한 기관을 세우지 못하도록 빈국에게 ‘조건부 조항’을 부과하는 전통적인 정책을 고수한다. 몇 년 전 앨라배마 주는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2억 5300만 달러를 썼다. 그러면서 앨라배마 공무원들은 벤츠 같은 회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5년 안에 비용을 회수할 만큼 수익을 창출했고, 그런 대우를 해주는 대가로 다른 자동차 회사 네 곳을 추가로 유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빈국들이 산업화할 때 채택한 논리와 동일하다. 다만 빈국들은 일반적으로 직접 보조금보다는 관세를 활용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뉴스위크Newsweek」는 앨라배마 주가 실천한 기업가적 진취성은 찬양하지만 빈국이 똑같은 메커니즘을 사용하려 들면 대개는 비난한다. 물론 전통적인 경제학자라면 미국 소기업관리국의 존재와 앨라배마 주의 산업 정책을 모두 비난할 것임에 분명하지만 말이다. 여기서의 요점은 추상적인 고매한 이론에만 기반하여 빈곤 세계에 대한 정책을 집행하는 미국조차 그런 이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차 세계 대전 후 독일은 탈산업화되어 농업 국가로 전환되었는데, 제조업이 사라지자 시너지를 잃으키던 농업 생산성이 곤두박질쳤고 이것으로 고민하던 허버트 후버는 모겐소 플랜Morgenthau Plan을 폐지하고 마셜 플랜Marshall Plan을 유럽과 독일에 도입한다. 이를테면 한 나라가 원자재 생산에서 수확 체감이 발생한다면 제조업이 수확 체증으로 균형을 맞추어 주어야 하는데, 원자재 생산에 특화된 빈국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분명 리스트의 원칙처럼 한 국가는 ‘수확 체증’에 속하는 다양한 제조업을 골고루 육성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부국이 빈국에게 너도 우등생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망언과 다름없다. 부국이 해야할 일은 부질없는 이데올로기로 신냉전 구도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빈국에 제조업의 기회와 인프라를 위한 전문기술을 심어주는 일이다. ¨삶¨은 ¨앎¨을 추구한다. 여기서 ¨앎¨, 즉 ¨부¨는 우리가 보기에 ¨아름답게¨ 피어나 또 하나의 사과를 자라나게 하여 향신료가 절실한 우리의 고해를 받아줄 제 2의 그레고어 멘델을 배출할 것이다. 분명코 ¨아름답게¨ 뻗어가는 ¨¨화사하게 피어난 꽃처럼 우리의 일상을 즐겁게 만들 것이다.  

 

100 명의 직원이 있다. 51명은 자유무역이라는 케익을 좋아한다. 49명은 나름 보호무역이라는 케익을 좋아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회사가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하나의 케익값이다. 18세기에는 300개의 정치체political entity로, 19세기에는 수십 개로 갈라져 있던 독일에는 현재 12개의 정당이 있다. 만약 100명 모두 각기 좋아하는 자신만의 케익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수 있을까. 

Posted by trefresher :

 

경제학 이론은 세금, 복지, 금리, 노동 시장 등의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며, 나아가 노동 환경이나 임금, 또는 주택 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 상환금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거시경제macroeconomics란 GDP, GNP, 물가, 실업률, 경제성장, 국제수지, 환율이고, 미시경제microeconomics란 수요와 공금, 소비자, 기업, 독점시장을 말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학은 서로 다른 비전과 연구 방법을 자랑하는 다양한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이 활동하는 분야였다.가장 굵직한 학파만 해도 고전학파Classical, 마르크스주의Marxism, 신고전학파Neoclassical, 케인스학파Keynesian, 개발주의Developmentalism, 오스트리아학파Austrian, 슘페터학파Schumpeterian, 제도주의Institutionalism, 행동주의Behaviorism 등 다양했다. 이 수많은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서로 공존했을 뿐 아니라 상호 교류를 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1920년대와 1930대의 오스트리아학파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 그리고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케인스학파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그랬듯 목숨을 걸고 서로 죽일 듯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파 간의 상호 교류가 더 점잖게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다. 각 학파는 활발한 토론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시행한 정책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논점을 갈고닦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학파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도 했고(많은 경우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이론들을 융합하는 시도가 학계 일부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의 경제학 분야는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수없이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하며 경쟁을 벌이는 요즘의 영국 음식 분야와 닮은 데가 많았다. 모두 각자의 전통에 긍지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배우지 않을 수가 없고, 그 과정에서 의도하든 하지 않든 크고 작은 융합이 많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1990년대 이전의 영국 음식 문화처럼 되어 버렸다. 한 가지 학문적 전통, 다시 말해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메뉴의 전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필립 코틀러는 케인스 학파의 수장인 폴 새뮤얼슨과 신자유주의의 대표주자이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밑에서 공부한 학자로 자본주의의 14가지 문제를 열거했다.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연구에 착수하자마자 현재의 자본주의는 빈곤층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들에게 너무 낮은 임금을 주며, 중산층을 축소하는 반면 수퍼리치에겐 그들이 일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은 보상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현재의 자본주의가 5년에 한 번씩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기업의 환경 파괴를 세금을 들여 개선하도록 하며, 건강한 사회보다는 탐욕을 장려한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이렇게 발견한 문제가 14가지입니다. 1. 빈곤 해결책이 없다. 2. 불평등이 심해진다. 3. 생활임금은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진다. 5. 기업이 ‘사회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6. 환경과 천연자원이 남용된다. 7. 경기순환이 불안정을 초래한다. 8.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 채무 증가를 조장한다. 10. 정치인·기업이 시민 이익을 저해한다. 11. 장기 투자보다 단기 수익을 선호한다. 12. 품질·안정 등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 13. 국내총생산(GDP) 성장에만 집중한다. 14. 사회적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코끼리 곡선」, 중산층은 국가경제에 중추 역할을 감당하는데, 세계적인 불평등 연구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연구 결과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고소득 국가의 중위계급과 인민계급이 지난 38년 동안 물가상승에 따른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또한 코로나 당시 포퓰리즘에 의해 고삐풀린 현금복지의 결과로 불어닥친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디폴트 위기로 인해 주저앉은 주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상승이 식료품 기업들의 공산품 가격에 영향을 미쳐 곡선의 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원자재는 현물거래를 주로 하는 투자시장과는 달리 보통 선물거래를 하는데, 1개월, 2개월, 3개월, 6개월, 1년 뒤 인도할 상품을 미리 계약하는 특이한 거래방식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 보통 국가가 식료품 가격을 통제하여 서민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지금과 같이 물가가 요동칠 때 선물거래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국가의 통제아래 낮은 수익으로 만족했던 식료품 기업들은 이와같은 파동에서 발생한 거품을 통해 작은 손해를 보거나 큰 이익을 얻기도 한다. 그래프 출처: 한겨레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속하며, 이것은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사회 구성체다. 독일 사회주의자 빌헬름 리프크네히트가 처음으로 사용한 국가자본주의를 실행하는 국가들도 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의 국가주의적인 대량의 국유화 정책을 뜻한다. 공산권 국가에서는 이것은 공산주의 신경제정책이라고 하여 국가 주도의 시장경제체제가 조성되고, 상당수의 기업들이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받으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국영기업 비율이 높다. 자본의 세계화 흐름에 따라 부각된 신자유주의란 ‘경제적 자유가 정치적 자유와 개인의 자유로 이어진다’는, 즉 경제적 자유방임주의 원리를 지향하고 복지국가의 성향을 띤 사회주의를 대항하는 작으면서도 강한 정부를 추구한다. 따라서 정부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협정을 중시하며,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규제 완화에 주력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민은 국가의 보호없이 세계 자본에 직접적으로 마주하여 하버트 스펜서의 「사회 진화론」에서 처럼, ‘적자 생존설로 우수한 자들만이 살아남아 인류는 계속 사회발전을 한다는 사상’을 사수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불거지는 문제점은 지나친 시장주의와 규제 완화로 앨리트주의가 중시되며 불평등으로 인한 서민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동시, 복지와 경기부양책의 확대된 지출을 결재하기 위해 기축통화를 마음껏 발행하며, 인프라법을 추진하여 반도체 산업에 국가 개입주의 모습을 보이는 양상들은 ‘시장 근본주의’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쓴 ‘국가자본주의’로 여겨질 뿐이다. (고로 국가핵심기술 발전의 명목으로 동원된 자유주의 기업들을 위해 수정헌법 또한 다시 수정되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주의’를 주창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도체가 기간산업인 국가들은 경제와 안보를 수호하고 장차 발생할 고립무원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주의를 역행할 수 밖에 없는 부득이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알코올, 알카리, 알지브라algebra(대수학), 알고리즘(인공 지능의 핵심 요소, ‘알al’은 아랍어의 정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아랍의 지혜를 빌려와 자카트(기업, 사회단체, 그리고 국민개인의 기부를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사회적 시스템)를 활용하며, 은행은 이자를 금지하는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예금된 돈을 투자하여 이윤을 남기며, 돈을 빌린 자가 실직이나 질병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 부자인 예금주가 그 손해를 떠안게 하는 제도를 고려해 볼 만도 하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자연스러운 동반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개념은 사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미국의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기업자본주의입니다. 최대 수익만 보장되면 세계 어디로든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는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는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엇갈리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갈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이끌어갈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필립 코틀러”

 

 

 

 

 

 

 

 

 

 

 

 

“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단순히 백가지 꽃이 피게만 해서는 안 된다. 그 꽃들을 이종 교배해야 한다. 각 경제학파는 서로에게 배움으로써 큰 혜택을 볼 수 있고,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더욱 깊게 해 줄 것이다. 「경제학 강의」”

 

남에메리카 국가들이 자유 무역 정책의 선구자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자유 무역 정책은 자유 의지로 실시된 것이 아니었다. 19세기 초반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벗어난 후 이 나라들은 영국이 이끄는 유럽 강국들의 압력을 받아 후대에 불평등 조약unequal treaty이라고 불리게 되는 협정에 서명해야 했다. 이 조약들에서는 다른 무엇보다(치외법권extraterritoriality: 강한 나라의 시민이 약한 나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약한 나라의 법 체계가 더 ‘발전한’ 나라의 국민을 심판하기에는 너무 질이 낮다는 것이 이유. 이 조약들에는 또 강한 나라의 개인과 기업이 약한 나라의 천연자원을 헐값에 착취할 수 있도록 하는 채굴권, 벌목권 조항도 포함되어 있음.) 자체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 자율권tariff autonomy’을 약한 나라들로부터 빼앗아 자유 무역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주 낮은 단일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만을 허용해 정부가 작은 세수는 거둘 수 있지만 국제 교역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는 없도록 했다. 1830년대부터는 아직 식민지화되지 않고 독립 정부를 유지하고 있던 튀르키예(당시 오스만제국), 태국(당시 시암), 이란(당시 페르시아), 중국 등의 다른 약국들도 강제로 불평등 조약을 맺고 자유 무역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도 1853년 미 해군 페리 제독의 함포 외교’로 강제 개국을 한 후 불평등 조약들을 맺었다. 이 조약들이 모두 만기가 된 1910년대에 들어선 후 일본은 재빨리 자유 무역을 포기하고 산업 관세를 평균 30퍼센트로 올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자국의 산업을 우월한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중남미 국가들도 불평등 조약들이 1870년대와 1880년대에 만료되자마자 이미 일본과 같은 조치를 취한 상태였다. 19세기~20세기 초반까지 세계적으로 강제 자유 무역이 널리 확산되었으나, 네덜란드와 스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대륙과 북아메리카 국가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보호 무역을 했다. 미국과 같은 경우 1830년부터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평균 관세율을 35~50퍼센트까지 올려 가장 강력한 보호주의를 실시한 국가이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묘사했던 ‘완벽한 자유 무역이 행해진 75년’은 사실 불평등 조약에 묶여 있던 약소국들의 비명소리에 가득한 기간이였을 뿐이다. 국가들이 실행하는 ‘유치 산업infant industry’을 해밀턴이 사용한 ‘유아기에 있는 산업’이라고 말하는데, 트럼프 관세폭탄처럼 선진국이 추진하는 ‘유치 산업은 정녕 유치하기 짝이 없다. 바야흐로 작금의 현실속 개도국들은 부강지국에 속한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다자간 금융 기구들을 통해 지불되는 차관 때문에 여전히 자신들의 의견을 표면적으로 들어내기 꺼려한다. 

 

우선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을 정하는 초기 협상 단계에서부터 강대국들은 규칙 자체가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아젠다를 조정했다. 예를 들어 세계무역기구는 제조업체들에 비해 농산물 생산업자들을 보호하는 무역 정책이나 보조금 등에 대한 규제를 훨씬 덜 한다. 상대적으로 볼 때 부자 나라들은 농업 부문이 약하고, 가난한 나라들은 제조업이 약하기 때문이다. 자국 영토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은 또 어떤가. 세계무역기구는 국산 부품 사용 요건(정부가 다국적 기업들에 수입품이 아니라 국산품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을 사라고 요구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부자 나라의 기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규칙은 부자 나라에 훨씬 큰 해택을 가져다준다. 게다가 종이에 쓰인 규칙과 그 규칙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다른 경우도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관세에 관한 규칙이 그렇다. 이 규칙은 사실 개발도상국들에 더 높은 관세율을 허용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 더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규칙으로 혜택을 보는 개도국은 그다지 많지 않다. 부자 나라들이 힘을 행사해서 개도국들에 허용된 관세율을 완전히 적용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보통 재정적 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자 나라들은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의 중요 조건으로 무역 자유화를 내걸곤 한다―부자 나라가 직접 제공하는 양자간 대외 원조뿐 아니라,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등의 다자간 금융 기구들을 통해 지불되는 차관을 제어하는 장본인들 또한 바로 부자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소프트 파워를 사용하기도 한다. 더 학술적인 용어를 동원하자면 관념의 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학계, 국제 언론, 정책 싱크 탱크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들 스스로 자유 무역이 자국에 좋은 것이라 생각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 결과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으로는 20퍼센트, 심지어 나라에 따라 30퍼센트까지 관세를 매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개발도상국들이 실제로 적용하는 산업관세율은 평균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의지에 반하는 뭔가를 강제로 하도록 하는 것만 힘이 아님을 부여 주는 좋은 예다. 힘은 보복이 두려워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것이 자기 이익에 반한다고 믿도록 만들기도 한다. 

 

지난 몇 십년 사이 영국과 미국의 경제는 과도하게 발달한 금융 부문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로 변신했지만, 금융 경제는 결국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붕괴되고 말았다. 그 이후 이 두 나라가 일구어 낸 미약한 회복은(경제학자들은 장기 침체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또 다른 금융 거품(과 부동산 거품)에 기반을 두고 있다중앙은행 주도로 역사상 가장 낮은 이자율과 이른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프로그램이 이 회복을 떠받치고 있는 설정이다. 팬다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소득 하락으로 절망할 때 주식은 이와 전혀 상관없이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갈아 치웠던 것처럼, 우리는 금융 시장이 실물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오직 가진자들이 욕망하는 유희를 채워줄 Monopoly 보드게임에 불구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잦아지고 (가능성이 희박하나) 만약 이자율이 다시 하락한다면 우리는 다시 불로소득을 부축이는 부동산 투기로 공실률과 비례되는 젊은 층의 깊은 한숨소리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Posted by trefresher :

 

「비커밍」과 「약속의 땅」을 읽고 다시 「자기만의 빛」을 집어 들었다. 이제 은퇴한 그들은 분명 고료에 얽매이거나 자신의 성향을 대중들에게 표현함에 있어 그 무엇에 구속받거나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것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올 법한 정치인들을 상대하던 젊은 버락이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였다면, 변호사 사무실에서 버락과 함께 일하며 틈틈이 그와의 연애를 즐겼던 미셸은 아마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버락이 미셸을 만나면서 그녀의 내조로 점점 「검사내전」의 이선웅 검사처럼 익살스럽게 변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마도 미셸은 유년시절 하와이 해변에 누워 돌고래 춤을 지긋이 관람하며 「모비딕」을 즐겨 읽던 버락의 천성이 항상 유지되기 바랐을 것이다. 백악관 영부인에서 일반인으로 돌아간 미셸은 브런치로 전자렌지에 토스트를 구워먹는 약간 엉뚱한 면이 있으신 분이다. 자, 날씨도 꽤나 쾌창한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그녀의 책소개를 시작하는 건 더욱 유쾌하지 않을까? 소시지를 만드는 일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대통령님. 게다가 정말로 커다란 소시지를 요구하고 계시다고요.”

 


조상 중에 누구 한 명이 가문에 먹칠했다면 백 명은 그러지 않았다. 악한 자는 승리하지 않는다, 종국에는, 아무리 요란스러울지라도. 승리했다면 우린 결코 여기 있지 못할 테니. 그대는 근본적으로 선한 것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알면, 홀로 전진하지 않으리라. 그대는 금세기의 긴급 속보다. 그대는 앞으로 나선 선한 자다, 온갖 난관에도. 그 반대라고 느껴지는 날이 아무리 많더라도. 내일이라는 집, 알베르토 리오스

 

끊임없이 생각해왔다. 우리가 품고 사는 것들에 대하여.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를 똑바로 서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혼돈의 시기에 우리가 의지할 만한 도구를 찾는 방법에 대하여. 다름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남과 다르다는 기분과 씨름하며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다름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믿고 따라야 할 사람, 버리고 갈 사람에 관한 폭넓은 대화에서 핵심을 이룬다. 하나같이 복잡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다. 게다가 ‘다르다는 것’의 의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다름을 경험한 사람들을 대신해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남들은 볼 수 없거나 보지 않으려는 장애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만의 길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나만 다른 지도를 보면서 움직이고, 남들과는 다른 난관에 맞닥뜨린다는 기분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때로는 지도가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을 보기 전에 나의 ‘다름’부터 볼 것이다. 내게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다. 그리고 극복은, 내포된 의미처럼 몹시 지치는 일이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서 주위를 경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에너지를 아끼고 한 걸음도 허투루 내딛지 않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현기증 나는 역설이 있다. 세상은 남과 다른 사람에게 신중함뿐 아니라 대담함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요점만 말하면, 공식은 없다. 장막 뒤의 마법사는 없다. 인생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깔끔하고 명쾌한 해결책이나 정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래 인간의 경험이란 그런 정답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하고, 우리의 과거는 너무나 뒤죽박죽이니까.. 나는 우리 각자가 내면의 밝음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아주 고유하고 개별적이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불꽃, 자기만의 빛 The Light We Carry이다. 자기만의 빛을 알아볼 능력이 생기면 그것을 사용할 힘도 생긴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지닌 빛을 돌보는 법을 터득하면 인정 넘치는 공동체를 구축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 사람의 빛은 다른 사람의 빛을 밝힌다.’

 

내 안에서 반짝이는 빛은 누구도 어둡게 만들 수 없다. 「구름 속의 무지개」, 마야 안젤루

 

편안하게 두려워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나에게는 단순한 개념이다. 두려움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불안과 긴장감이 나를 멈추기보다 이끌도록 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삶의 불가피한 좀비와 괴물들 앞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맞서는 것. 무엇이 해롭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믿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완전히 편안하지도 완전히 두렵지도 않다. 그 중간 지대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깨어 있고 자각하고 있지만 꼼짝 못 하는 상태는 아니다. 편안하게 두려워한다는 것’, 매니악 마냥 고양된 기분이 갑자기 가라앉기라도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세상 사물 한결같지 않고 천태만상이므로 우리 또한 십인십색의 모습과 생각으로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려온다. 평온함 속에서도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자세, 가령 아폴론적 세계가 아닐까. 아폴론적 세계는 암담하고 공포로 가득 차있고 차가운 기운만이 인간의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 광란의 바다 위에서, 하나의 조각배 위에 그 허약한 배만을 믿으며 뱃사람이 앉아 있는 것처럼 고통의 세계 한가운데에 개개의 인간들은 개별화의 원리를 믿고 의지하며 고요히 앉아 있는 그런 세계이다.

 

두려움 한 스푼을 가지고 나아가 한 수레 가득 능력을 쌓아 돌아오라.” 그녀의 신조이자 가훈, 자유와 안전의 위협 앞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명철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되고자 하는 우리가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필시 떠올려야 하는 격언이 아닐까. 

 

나는 나의 두려워하는 마음과 이제 58년을 살았다. 우리는 사이가 좋지 않다. 내 마음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내 마음은 내가 나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내 마음은 거대하고 뚱뚱한 서류철을 갖고 있는데 그 안에는 내가 범했던 모든 오판과 과실이 담겨 있다. 내 마음은 끊임없이 내 결점의 증거를 찾아 전 우주를 흝어본다. 내 마음은 내 겉모습도 싫어한다. 언제나, 어떤 경우에든 그렇다. 내가 동료에게 보낸 이메일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내가 한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토록 바보 같은 말을 하고 다닌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내 마음은 나에게 제대로 하는게 없다고 한다. 매일매일 나는 내 마음에게 말대꾸를 하려고 한다. 적어도 좀 더 긍정적인 생각으로 눌러보려고 하지만 내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마음은 내가 만난 모든 괴물이다. 그리고 내 마음은 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내 마음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데 좀 더 익숙해졌다. 반갑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이 내 머릿속에 어는 정도의 부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마음에게 일종의 영주권을 준 셈이다. 그래야 이름 붙이기 쉽고 해독하기 쉽기 때문이다. 두려워하는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 척하거나 끊임없이 이기려 들기보다 내 마음이 나를 아는 만큼 나도 내 마음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것만으로도 두려워하는 마음의 손아귀는 느슨해졌고 모습은 감추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급격한 마음의 동요가 나를 습격해도 쉽게 놀라지 않는다. 내게 두려워하는 마음은 시끄럽지만 대체로 헛된 경우가 많았다. 천둥보다는 번개에 가깝다. 이 이빨 빠진 호랑이는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

 

 

나는 여기 속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어떻게 보일까?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아프지 않은 답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곧잘 일그러트리곤 한다. 우리가 처한 위치에 따라 드러나는 다름을 관리하기 위해 숨고 끼워 맞추고 벌충한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 맞는 다양한 가면을 쓴다. 사실상 태연한 척하는 것이다. 좀 더 안전함을 느끼고 더 큰 소속감을 갖고 싶어서 짐짓 그런 척을 하지만 이것이 진정 한 내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휩싸이고 만다.비틀즈와 애플에 영감을 준 「인간의 아들」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또 다른 것을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자신이 보는 것에 의해 숨겨진 것을 보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는 숨겨진 것에 관심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숨겨진 것들 사이에는 매우 강렬한 느낌, 일종의 충돌이 발생한다.베르사유에서는 매일 밤 왕족과 귀족들이 모여 가면 무도회를 즐겼는데, 가면이 신원이나 신분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여 매너리즘에 빠진 그들에게 일종의 새로운 오락과 희열을 제공했다. 그렇다면 유행병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우리는 가면 무도회를 즐기는 부류, 내지 음악의 정령’이라는 명함을 돌리는 오페라의 유령」에 속하는가.  분명 우리 모두는 익명으로 군중에 묻혀 영혼의 해방을 경험’하려는 베네치아 사육제(Carnival of Venice:  Carnevale, 고기를 금한다)를 즐기고 있다.  혹시 우리는 가벼운 만남에 갇혀 사실상 첫 번째 만남을 여러 번 되풀이하며 정서적으로 더 가까워지려는 욕구에 저항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당신은 이렇게 운을 띄운다. 목마른 사람처럼, 원하는 게 많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미련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사적인 행사(수석 졸업생 축하파티, 1991)입니다. 그쪽이 올 데가 아니에요. 자가용을 살 형편이 안 되어서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한 흑인 가족(스테이시 에이브럼스)은 주지사와 어울리는 자리에 초대될 리 없다는 것이 보안 요원의 생각이었다. 익숙한 메시지였다. 나는 네가 그걸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떠나 가면 뒤 숨겨진 상대만의 빛 The Light We Carry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관계는 역동적이다. 변화로 가득하고 언제나 진화한다. 모든 것이 공정하며 평등하다고 두 사람 모두 느끼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항상 맞춰주고 있다. 누군가는 항상 희생하고 있다. 한쪽이 일어설 때 한쪽은 주저앉을 수 있다. 한쪽이 경제적 부담을 더 지는 동안 한쪽이 집안을 보살피고 가족의 의무를 다할 수도 있다. 이런 선택지들과 그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는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 가정, 일 모든 것이 전부 만족스러운 순간은 거의 없다. 튼튼한 동반자 관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가 번갈아 가며 타협하고 그 어중간한 영역에서 서로 공유하는 편안한 집의 감각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나에게 똑같은 관용을 베풀 수 있고 베풀고자 하는 사람, 나에게 똑같은 인내를 보여주려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내가 짐을 주렁주렁 달고 나타나도, 최악의 순간에 내가 보이는 모습과 행동을 알고도 나를 사랑할 사람이어야 한다.. 성공적인 동반자 관계는 승승장구하는 농구팀과 같다. 팀은 완성된 기술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언제든 꺼내 쓸 줄 아는 숙달된 두 개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각 선수는 슛을 하는 것뿐 아니라 드리블, 패스, 수비 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약점이나 차이점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둘이 함께 코트 전체를 커버해야 하며 오랜 세월에 걸쳐 다재다능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속히 깨달았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임신과 출산의 경험과 동일한 궤적을 따르고 있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완벽한 가정생활을 꿈꾸고 준비하고 계획할 수는 있지만 결국 상황에 따라 되는대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체계와 일과를 정립하고 온갖 다양한 스승으로부터 재우고 먹이고 훈육하는 데 대한 가르침을 받을 수는 있다. 집에서 지켜야 할 준칙을 만들고 신앙과 철학을 소리 높여 선언하고 동반자와 모든 것을 지겹게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개 얼마 가지 않아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해도 나의 통제력은 하찮다는 사실을, 때로는 매우 하찮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수년에 걸쳐 외항선에 뛰어난 지휘력을 갖춘 선장을 배치하고 소독 수준의 청결과 질서를 유지했더라도 이제 인정해야 한다. 배는 주먹만한 아기들에게 강탈당했으며 내가 좋든 싫든 아기들은 배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을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를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저들만의 계획이 있다. 아이들은 각각의 개인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학습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신중하게 계획을 짜놓아도 소용없다. 호기심으로 들끓는 아이들은 주변의 세상을 탐험하고 시험하고 만지고 싶어 한다. 배의 함교에 침입해서 모든 표면을 손으로 만지고 무심코 깨지기 쉬운 것을 깨뜨릴 것이며 우리의 인내심도 깨뜨릴 것이다. 

 

우리는 고독하고 외롭다. 그래서 타인과의 지속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개인만의 빛은 저마다 다르고, 상대가 자신만의 빛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상호 간의 피치 못할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우리가 만남의 대상으로부터 경계심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마음의 문을 열어 자신의 사적인 감정이나 경험 등을 상대와 공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관계를 통해 얻는 기쁨이 있다면 각자가 지닌 관점과 관습의 차이로 인해 불거지는 단점 역시 만남 속에 존재한다. 부모는 언제나 자식에게 충실한 멘토가 되어야한다는 모순, 선임은 자신의 의견을 항시 후임에게 조언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또 가난한 사람은 장인의 명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고착된 관념의 틀과 일반화된 생각에서 우리는 상대를 대응한다. Let It Be.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나란히 앉아 일할 수 있게 되어 기뻐.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나도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이 좋아.” 상대와 어두운 거리를 함께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만의 빛 The Light We Carry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품위 있게 가는 일은 증명해야 하는 일이다. 사랑을 베푸는 삶, 고상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자녀들과 친구들, 동료들, 지역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품위 있게 가는 일은 노력이다. 때로는 힘들고 따분하고 불편하고 멍을 남기기도 하는 노력이다. 혐오와 의심을 일삼는 사람들을 무시해야 할 때도 있다. 나와 내가 실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 벽을 세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이 지치거나 냉소주의에 빠졌을 때에도, 그들이 포기했을 때에도 계속해야 하는 일이다. 시민권 운동가 존 루이스는 우리에게 바로 이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자유는 상태가 아니고 실천이다. 우리가 마침내 주저앉아 쉴 수 있는, 저 멀리 고원에 자리 잡은 마법의 정원이 아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오직 나를 위한, 나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하지만 훗날 깨닮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타인을 위해 자유를 쓰고 그것을 주위에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이 자유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 줄기차게 노력하자.

Posted by trefresher :

 

세계 인구의 약 30억 명이 공산주의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가 독재 정권, 또는 전제군주제 국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얼마 안되는 나머지가 빅브라더와 자본의 통치아래 사회주의를 설득시키려는 민주주의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물론 모두의 이론은 훌륭하다. 개혁주의 신학자이자 종교개혁가 장 칼뱅은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려고 했다가 너무도 어려워 중단하는 동시, 새로운 교리를 창시하여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자를 이단으로 몰았다. 또한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여자와 아이들까지 용납하지 않았고, 예정설을 근거로 그들은 구원을 받지 못할 마녀로 몰아 버렸다. 이처럼 인간·자연·사회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규정하는 이데올로기가 인류에 가져온 폐해를 살펴보면 정말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감춰진 적폐에 대해서 모두 침묵하거나 선듯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걸 보면 제각기 자신이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족과 간절한 사유물이 존재하는 듯 싶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우리는 어느 한쪽에 구속되거나 단일한 체제를 절대적으로 옹호할 필요는 없으며, 지역과 기후에 따라 다른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바탕으로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발언하면 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해택은 분명 이루말할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일을 위해 돈을 벌고 일을 위해 돈을 지출하며 오직 풍요로운 ‘향신료’에만 쫓겨 사는 우리는 황혼에 도달해서야 겨우 인생의 참 의미를 질문하고 있다. 분명 어떤 소견이나 견해에 대한 질문과 그에 따른 토론에서 비롯된 논쟁은 유익하나, 권력이 무작정 휘두르는 무력에 대해서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필시 자유를 획득하여 우리가 얻은 것은 쾌락과 방종이고, 잊은 것은 윤리와 박애 아닌가. “자기가 바라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행하지 말고, 항상 자신이 원하는 선사(善事)를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 「1795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와 의무선언」” 고로 이제 당신은 행복을 정의해야 할 시간이자 당신의 윤택하고 피상적인 ¨부¨가, 또 당신의 욕망이 한평생 추구하던 ¨아름다움¨이, 그리고 당신의 ¨삶¨이 그토록 추종했던 ¨앎¨이 정말로 당신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가를 솔직하게 대답해야 할 시간이다.  

 

인류 역사속에는 수많은 혁명들이 존재한다. 예측 불가능하고 다이나믹한 혁명들 중 쿠바혁명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여전히 자리한다. ‘다감하고 감정이 풍부한 얼굴과 활기찬 몸짓을 가진 사나이, 큰 목소리로 연설하고 논쟁하고 설득하면서 늘 무대의 중심에 있던’ 피델 카스트로와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의 역동적인 몸짓들은 몇백년간의 외세와 탐욕스러운 독재자들로부터 지친 순수한 사탕수수 노동자, 시거 마는 노동자, 그리고 학생들을 단숨에 열광시킨다. 그들의 열정은 어쩌면 자본주의 중심에 서있는 은행이 이자를 위해서라며, 또 침체해 있는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고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라며 통화량을 늘려 화폐가치를 하락시키고, 통화팽창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는 오르고, 결국엔 그로인해 디플레이션이 찾아오면 돈의 가치상승이 뱅크런을 만들어 통화량이 수축되고 소비는 위축하게 되어, 상품이 넘쳐도 사용하지 못하며, 상품가치 하락으로 은행에 빛을 진 기업들이 파산하고, 생산과 고용은 줄어들어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을 끝없이 반복하는 ‘콘드라티예프 파동’ 이 자신들의 삶을 지배하는 것을 진정 거부했던 것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자본가가 이윤을 위해 기계를 들여 노동생산을 높이고, 그러므로 늘어난 ‘상대적 잉여가치’가 노동력 착취로 이어져 임금하락과 실업자를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을 거부했거나 월가시위가 없을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를 꿈꿔왔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노인의 바다’가 만드는 파도로도 충분한 ‘파동’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거시경제학을 따른 ‘정부가 개입하는 뉴딜정책’이나, 그 후 주장되어온 ‘시장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신자유주의’에서는 결코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들의 갈증을 담은 희망은 쿠바 해방 깃발이 ‘자유의 여신상’ 꼭대기에 휘날리는 동시, 힘차게 펄럭이게 만든다. 한편 소통의 중심에 자리한 쿠바 사진작가<혁명지>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위해 자신의 작품들을 프로파간다가 아닌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길잡이, 대다수 문맹이였던 대중의 교화의 도구로 사용하여 변화를 도모했다. (다른 신문들과 비교해 지면을 차지하는 사진의 분량이 유독 많았다.) ‘정부는 우리에게 무엇을 찍어라, 무엇을 하라 또는 하지 말라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 로베르트 살라스(카스트로의 역사적인 유엔 연설을 유일하게 촬영한 쿠바 사진기자)’

 

「춘하추동, 그리고 쿠바 中」

 

 

신 향신료 전쟁

 

시진핑 주석은 남중국해 섬들이 ‘고대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인공섬을 군사화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난사(스프래틀리) 군도에서 벌이는 건설 활동은 어느 나라도 겨냥하지 않고 어느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중국은 이곳을 군사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 약속은 거짓이었다. 인공섬을 건설하기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된 2015년 10월까지 중국이 매립한 면적은 13km²로 추정된다. 중국은 암초와 산호초 지역에 활주로와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대공포와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해 요새로 바꾸었다. 필리핀 신문 <인콰이어러>가 확보한 항공사진을 보면 등대, 레이돔, 통신시설, 격납고, 다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인콰이어러>는 지하 저장고, 미사일 발사대, 고주파 레이더도 설치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인공섬 건설과 광범위한 주권 행사를 계속 밀고 나갔고, 이의를 제기하는 상대를 서슴없이 위협하고 괴롭혔다. 2019년 7월 발간한 <국방백서>에서도 남중국해는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이고 중국은 국가 주권을 행사해 남중국해섬들과 암초에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필요한 방어력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국가의 ‘핵심 이익’으로 지정했다. 중국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보는 사안에 ‘핵심 이익’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인민해방군 북해함대 사령관 위안위바이도 한 회의에서 이를 못 박았다. 이름 그대로 남중국해는 중국에 속하는 해역입니다. 오래전 한나라 때부터 중화민족이 생업을 이어온 바다입니다. 중국에 남중국해는 전략적, 경제적 요충지다. 중국은 여전히 중동산 석유에 깊이 의존하는데, 수입량 80%가 인도양을 거쳐 믈라카해협을 통과한 뒤 남중국해를 가로지른다. 애외 교역량도 약40%가 남중국해를 지난다.

 

 

남중국해에는 세계의 어선 절반 이상이 조업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해저에는 가스·석유 등의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중국에 따르면 남중국해에는 25조~60조 달러어치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되고, 미국은 약 3조~8조 가치가 지하에 매장되어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유럽의 식민지배 이후 식민지 종속경제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지주 계급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혼랍스럽던 사회는 서구의 종교적 영향으로 종교적 갈등까지 겪게된다. 민족주의를 이용해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이후 서구의 정치체제를 그대로 답습한 국가들은 대부분 민주주의(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동티모르·싱가포르)를 채택하지만, 싱가포르, 캄보디아, 미얀마는 준민주주의를, 반면 베트남, 라오스, 브루나이는 권위주의를 선택한다. 한편 제국주의와 신민지배가 본격화된 18세기 말~19세기부터 상권을 형성하고 유럽 식민지배자의 중간관리자 역할로 그들 위에 군림하며 토착사회를 경원시하던 중국인들은 그들로부터 적으로 간주되기 시작한다.  

 

세계 정치 체제에는 민주제, 독재제, 입헌제, 전제정체, 연방제, 단일제 등이 있는데, 공화제의 이상이 군주제에 동화되려면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이동해야 한다. 마지막 12대 황제 아이신 교로 푸이는 퇴위 후 일본으로 망명하려다 소련군에게 사로잡혀 포로로 수감된다. 그 후 푸이는 모범수로 사면되었으나 1966년 문화대혁명 시절에 청조 황제라는 반혁명적 출신으로 지목받아 홍위병에게 탄압받고, 1967년 신장암과 심장병으로 베이징에서 외롭게 사망한다. 왕이나 황제가 사라지고 민주제, 입헌제, 혹은 전제정체(국가의 권력을 개인이 장악하여 통치하는 정부 형태)를 채택한 지역은 오스만제국이나 대영제국처럼 본토에서 분리된 지역들이 하나의 국가로 독립하게 된 경우가 흔하다. 여기서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통치의 문제점은 문화와 사상이 다른 지역이 느끼는 오감의 온도를 관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국이고 다른 나라는 소국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 부장, 아세안지역안보포럼 2010. 7.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주기를 바라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세안 회원국이 중국의 이익에 복종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내면화하기를 바라죠. 싱가포르 전직 고위 외교관 빌라하리 카우시칸

메콩강과 살윈강, 브라마푸트라강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강들의 발원지가 중국에 있다. 중국은 하류 쪽 국가들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대형 댐 건설에 착수했다. 메콩강 상류에 건설한 초대형 댐만도 무려 11개다. 중국은 메콩강을 공유하는 국가의 경제와 생태계, 그리고 메콩강에 기대 살아가는 수백만명의 생계를 좌지우지할 엄청난 힘을 손에 쥐었다. 메콩강이 타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의 생명줄인데도 중국은 댐 건설 및 관리를 논의하자는 하류 국가들의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메콩강을 공유해서는 안 되는 독점 자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위싱턴 D.C.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물을 저수하는 탓에 하류 쪽 수위가 들쑥날쑥 바뀌어 엄청난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그 결과 건기에 메콩강의 물 흐름이 마치 고점과 저점이 제멋대로 요동치는 주식 차트처럼 바뀐다.

 

 

 

친중 성향이 강한 파키스탄 역시 과다르항에서 중국과 불협화음의 소리를 내고 있으며, 58년간 이어져온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으로 인도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개최식과 폐막식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2021년 말 몇 주 동안 파키스탄 과다르항의 거리를 가득 채운 시위대가 Gwadar ko haq do!(과다르에 권리를!) 외쳤다. 시위대는 도로를 가로막고 타이어를 불태웠다. 점점 더 요새화 단지가 되어가는 중국 소유의 과다르항을 봉쇄하겠다고 위협도 했고, 현지 어업을 파괴하는 중국의 불법 저인망 조업을 완전히 중단하라고도 촉구했다. 중국이 약속했던 물과 전력, 생필품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며, 일상을 방해하는 수많은 검문소를 포함해 엄격한 보안 조치를 폐기하라고도 요구했다.

 

중국은 희토류 시장의 지배자다. 비용과 오염 부담이 큰 희토류 채굴 시장과 가공 시장을 무려 80%와 90%씩 차지하고, 갈수록 그 힘을 더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2010년에는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동중국해의 영토분쟁 지역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찰선이 충돌하자 나온 조처였다. 2019년에는 미국과 벌인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로 삼겠다고 위협했다. 2021년 초에는 국가안보 보호를 위한 수출 규제 대상에 희토류를 추가할지 검토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료들이 업계 관계자들에게 수출 금지가 미국의 국방산업, 특히 F-35 전투기 사업에 얼마나 충격을 안길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과 보호정책으로 자국의 관련 기업을 지원하고 화학약품으로 희토류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의 환경오염을 용인했다. 알려진 바로는 중국,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인도, 미국에 상당히 많은 희토류가 묻혀 있다. 그린란드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한 추산에 따르면 세계 가채광량 4분의 1이 그린란드에 매장되어 있다.” 더군다나 새로운 실크로드를 꿈꾸는 중국은 그린란드 개발을 자처했고, 미국은 신제국주의로 인해 불안해진 나토국들의 찬성을 등에 업고 그린란드를 매입하려고 한다. 한편 중국은 아프리카연합AU에 수많은 의회 건물과 공공건물들을 기증하는 동시 화웨이 통신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미국은 군사동맹 성격이 강한 쿼드Quad(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 대화)와 AUKUS 협정(미국·영국·호주 3개국이 결성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파트너쉽이자 군사동맹)에 주력하고 있다. 

 

화웨이가 5G 통신망에서 배제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기존 통신망에 깊이 퍼져 있고 영국 학계와 광범위한 연구 협약을 맺고 있다. 여러 중국 IT 기업이 영국 경제의 예민한 분야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환영받고 있다. 하이크비전Hikvision이 그 예다. 하이크비전은 세계 최대 감시 장비 제조업체로 누구보다 앞서 얼굴 인식과 걸음걸이 인식을 포함한 인공기능 기술을 감시 장비와 결합했고, 감정을 읽을 줄 아는 감시 장비까지 개발했다. 중국공산당과 밀접한 관계인 하이크비전은 시진핑이 건설 중인 디스토피아 같은 감시 국가를 가능케 한다. 미국은 신장에서 일어난 탄압을 도왔다는 이유로 하이크비전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영국에서 하이크비전을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영국 공항, 자치구, 병원은 물론 버스와 학교에서 하이크비전의 감시 카메라를 무려 120만 대나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런던 자치구 가운데 절반 넘는 곳이 중국산 감시 카메라를 사용한다. 정부 부처도 중국산 감시 장비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중국의 투자를 눈먼 돈으로 여긴 영국 대학들은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앞다퉈 중국과의 연구 협력에 나섰다. 2021년까지 중국공산당과 관련한 기업들이 영국 대학 곳곳을 깊이 파고들었다. 영국 싱크탱크 시비타스Civitas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최상위 연구기관으로 평가받는 러셀그룹 소속 대학 24곳 가운데 절반이 인민해방군과 연관된 대학이나 기업과 관계가 있었다. 2022년 2월 <타임스>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대학들은 중국 기관으로부터 2억 4,000만 파운드를 제공받았고, 이 중 상당수의 기관이 군과 관련이 있었다. 이는 영국 과학자들과, 인민해방군과 관계된 중국 기관 사이의 연구 협력 사례가 6년 동안 1,000건 이상으로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화웨이 한 곳만해도 케임브리지대, 에든버러대, 서리대,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 첨단시설을 지원하는 등 영국 대학 및 연구기관 35곳과 협력한다. 화웨이는 옥스퍼드대의 연구를 상업화하는 벤처 투자사 옥스퍼드 사이언스 이노베이션의 지분 0.7%를 사들여 영국 학계에서 개발한 유망한 초기 단계 기술에 접근할 길을 열었다.” 

 

“러시아 극동은 광활하고 자원은 풍부하면서도 인구밀도는 낮은 러시아가 자원에 굶주리고 사람이 넘쳐나는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곳이다. 두 나라는 무려 4,200km에 걸쳐 국경을 맞대는데, 그 가운데 1,600km가 아무르강을 따라 펼쳐진다. 1969년 가장 난폭한 국경 충돌이 일어나 전면전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곳이 바로 러시아 극동이다. 아무르강을 따라 펼쳐진 국경은 1858년 러시아제국과 청나라가 맺은 아이훈 조약에 따라 설정되었다. 이 조약에 따라 중국은 아무르강 북쪽 땅 60만km²를 양도했다. 그리고 2년 뒤 베이징 조약으로 일본해에 접한, 오늘날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의 연해주까지 러시아에 양도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분쟁이 해결되어 확정된 국경이지만, 중국은 이런 조약들을 여전히 ‘불평등’ 조약으로 여긴다.” 편의적 동반자 외교를 펼치는 두 나라가 어느 순간에 다시 민족주의를 내세워 국경 충돌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연에는 애벌레 시기에 개미의 돌봄을 받는 나비가 있는가 하면, 개미 군락에서 알만 낳는 여왕개미와 여왕을 위해 종일 노동만 하는 일개미들이 존재하며, 페로몬 냄새가 다른 개미집단과의 싸움을 즐기는 붉은불개미도 있고, 일벌들에 의해 여왕벌이 교체되거나 성숙한 여왕벌이 자신의 벌집을 짓기 위해 집단과 분리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탁란을 할 다른 새의 둥지를 알아보는 뻐꾸기가 있는가 하면, 얼핏보면 모르나 여러 마리의 성인 코끼리 무리는 아기 코끼리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언제나 주위를 경계하며, 암컷 사자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 수컷 사자는 무리에서 벗어나 사냥에도 참여하지 못한채 외롭게 말라 죽어가기도 한다. 또한 한쌍의 논병아리는 수면 위에서 멋있는 탱고를 추는 것으로 유명하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들은 대부분 수컷으로, 암컷의 환심을 사기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연에는 왜 이같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인가.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주해 오다가 신아르 지방에서 한 벌판을 만나 거기에 자리 잡고 살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벽돌을 빚어 단단히 구워 내자. 그리하여 그들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진흙 대신 역청을 쓰게 되었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 그러자 주님께서 내려오시어 사람들이 세운 성읍과 탑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보라, 저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주님께서는 그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그 성읍을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하여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 하였다.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기 때문이다. 「창세기 11장」

 

누가 ‘한 겨레’가 되고자 바벨(히브리어 ‘혼돈’)을 세우는가.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의 내면에 아직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 선악과善惡果, 그리고 주어진 ¨삶¨이라는 고해, 그리고 ¨아름다운¨ 향신료라는 ¨앎¨. 공복과 포만이라는 ¨¨의 갈등을 넘어 심미적 미각을 찾아 방황하는 당신은 황금사과,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 그리고 백설공주의 사과 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 

 

Posted by trefresher :

 

“지구상에는 두 개의 시간 개념이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양적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질적 시간)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우리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고 하지 않나. 1크로노스가 3카이로스라는 말이다. 진정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그리 보면 우리는 다소 한가하다. 더 지나가면 방향을 잃는다. 이 전쟁이 글로벌 카이로스를 훨씬 빠르게 만들어놓았다.”

 

냉전 시대 당시 동유럽권 공산주의 세력과 사회주의였던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된 국방 조직

 

“나토는 단 1인치도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을 것. 1990년, 조지 H. W. 부시

 

우리는 소련에게 안보에 대한 믿음을 확실하게 심어줄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CSCE(유럽 안보 협력 기구)는 유럽의 미래에 관한 토론에 소련을 끌어들일 수 있는 포럼이자 이 모든 상황의 우산이 될 수 있다. 1990년, 마거릿 힐더 대처

 

소련이 유럽공동체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을 허용치 않을 것. 나토 16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이 관점을 지지한다. 1991년, 나토 사무총장 만프레트 뵈르너

 

나토 확대에 간섭하지 말라.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유럽 출신의 유권자들에게 나토의 동진을 이야기해야 한다. 1994년, 빌 클린턴

 

나토 확장은 탈냉전 시기 전체를 통틀어서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이다. 그 결정은 러시아에서 민족주의, 반서구주의, 군사주의 경향에 불을 붙이고 민주정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동서 신냉전 분위기를 조장하며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결단코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다. 「1997년 뉴욕타임스 칼럼」, 조지 케넌

 

나는 나토 팽창이 동맹 자체의 현대화 혹은 유럽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은 상호 신뢰를 좀먹는 심각한 도발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팽창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바르샤바조약기구(1955년 5월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모인 동구권 국가 8개국이 니키타 흐루쇼프의 제안을 통해 결성한 군사 동맹 조약 기구) 해체 이후 우리의 파트너들이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가? 선언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나? 아무도 그것을 기억조차 못 합니다. 2007년 푸틴의 뮌헨 안보회의 연설

 

나토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군대를 키웠노라.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기밀 해제된 1990년 외교 문서, "나토의 관할권이 동쪽으로 단 1인치라도 확장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1991년 소련 최고평의회의 142-H 선언으로 소련의 지도부는 해체되고 독립국가들이 발촉된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에스토니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그 후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2010–2014)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친러 정책을 반대하던 반정부 시위대가 정권을 몰아내고 친서방 과도 정권을 수립하는데, 이에 반발한 친러계 주민들이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자 러시아는 곧바로 크림 반도에 군사 개입을 실행한다. 그 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진행되고,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2014-2019) 페트로 포로셴코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분리주의를 원하는 돈바스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내전이 일어난다. 이러하여 내전의 연장인 본격적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란 군사를 이용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다. 그렇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인 미국, 케나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 이란, 그리고 여러 공산주의 혹은 독재정권을 펼치는 나라들이 이 전쟁을 통해 얻는 실리와 지지의 명분을 이해하면 이 전쟁이 시작된 이유와 목적, 그리고 종결의 실마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에 서있다고 계급적 지배를 부정하는 아나키즘이나 내셔널리즘, 또는 세속주의를 편애하는 것은 아니며, 왼편을 맴돈다고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와 근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날씨가 다르고 나라마다 언어가 상이하듯, 나라마다 은폐된 비공식적 입장과 각국의 숨겨진 전략적 이익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갈리시안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 슬라브족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남부와 동부는 다른 집단이다. 마이단 쿠데타를 보면 미국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이익 집단을 지원하며 자금을 보냈다. 2003-2009년까지 우크라이나인의 55퍼센트는 나토 가입에 반대했다. 하지만 2014년 오바마 행정부가 쿠데타를 지원하자 국내정세가 불안해져 우크라이나인의 53.4퍼센트가 나토 가입을 지지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프레임으로 사용했지만 사실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은 세계 무대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시대착오적 이념싸움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민족 이념을 지키려는 아조프 연대가 나토의 호혜를 받고 있다. 

 

출처: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평범한 시민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며,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은 끝없이 드넓은 평원과 드높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온순한 양들처럼 살아온 사람들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틈 바구니에 낀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은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이들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1994년 세계 3대 핵 강대국의 위상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하였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보장해 주기로 합의 각서Budapest Memorandum에 서명한 나라(러시아, 미국, 영국)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였다. 그런 러시아로부터 2014년에 우크라이나의 영토인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이 유린당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불가피하게 나토 동맹 가입을 추진하는 것을 구실 삼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유린하고 국토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 김평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땅을 떼 줘야 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들 땅이니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겠다. 2022년, 조 바이든

 

2019년 1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고위인사와 비공식회담을 갖았고, 2월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었으며, 6월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계속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진행했을까.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Budapest Memorandum’가 효력을 상실한 무용지물이라서 보란듯 시위라도 하는 것인가. 북한이 정말로 믿지 못하는 나라는 어디고, 남북통일을 내심 반대하는 세계열강은 누구인가.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을 내세우며 세속주의에 입각한 열강들은 지성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는, 민주주의가 나귀를 타고 입성할 장소를 물색하며 굳게 닫힌 동쪽과 서쪽 빗장 사이에서 오늘도 고민한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리되었듯이 가상적인 만약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 깊이 개입한 바이든은 ‘JCPOA(이란 핵협정 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죽었다고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후 최근 다시 이란에게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귀결이 너무나도 희미하니 비록 조삼모사朝三暮四라도 선택할 수 있다는 의지를 엿보이는 새로운 전술인가. 이란은 알고 싶을 것이다, 누가 라니스터인지. A Lannister Always Pays His Debts.    

 

미국의 네오콘이 2022년 4월에 시행한 무기대여법에서 누가 수해를 보고 있는가. 러시아는 중국에 서방과는 비교가 않되는 자원을 헐값에 제공하는 동시 중국의 기술을 언제든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 관세로 러시아의 일곱배를 유럽에 적용하는 미국 또한 농업강국이고 나토국들에 수출할 수 있는 에너지 역시 넘쳐난다. 2022년 미국 달러는 22퍼센트 이상 급등했으나 동맹국 화폐인 캐나다달러는 8퍼센트, 호주달러는 12퍼센트, 유로화는 18퍼센트, 파운드화는 22퍼센트, 그리고 엔화는 22퍼센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란 제재와 중국 제재에 이따라 실패한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서도 실패함에 따라 신세계 질서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나아가 만약 제재받은 국가들이 유라시아 동맹을 공식화하면 지정학적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미국이 적대국의 대한 달러 압류로 인해 모두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여겨 의심치 않았던 미국 달러의 본위제에 금이가기 시작하여, 앞으로 외국 정부가 외환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자산으로 보유하는 데 망설일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이미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은 상호 간의 무역을 자국의 통화로 결제하기 시작했고, 자유무역을 제재를 받고 식은땀을 흘리는 나머지 국가들이 앞으로 어떤 화폐를 선택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미국 네오콘이 추진한 30년 프로젝트의 정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르바아(1999), 아프간(2001), 이라크(2003), 리비아(2011)에서 미국이 선택한 전쟁war of choice을 옹호했고, 열성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획하고 시도한 네오콘과 똑같은 자들로 채워져 있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 

 

“러시아와 중국은 (전 소비에트 지역의 색깔혁명color revolution에서) 전 세계 핵심 전략 지역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설계된 쿠데타 이상의 그 어떤 자연스러운 저항도 보지 못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틀렸을까? 서구 민주주의에 의해 촉구되고 그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자유화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와 EU로 병합하는 작업의 서막, 한마디로 서구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이 아닌가? 브루킹스연구원 선임연구원 로버트 케이건 

 

반동맹인 외형상 우호 중립국 중국, 실리적 우호 중립국 인도, OPEC플러스에서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미국이 원하는 석유 증산을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술적 중립을 유지하는 이스라엘, 정권이 바뀌고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튀르키예. 따라서 세계 인구의 87퍼센트가 러시아 제재를 거부한 것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러시아, 세계의 공장을 소유한 중국,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카드를 쥐고 있는 중동을 보면 어느 국가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러시아가 밀, 탄산칼륨, 가스, 석유, 팔라듐, 제련 니켈, 그 밖의 핵심 광물을 서방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유린당할 것이다.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래리 C. 존슨

 

균형과 극성을 기준으로 국제 체제를 나누면 네 개의 유형—불균형적 양극 체제, 균형적 양극 체제, 불균형적 다극 체제, 균형적 다극 체제—이 나온다. 하지만 불균형적 양극 체제는 현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결국 세 유형이 남는다.” 그렇다면 왕좌의 게임을 지켜보던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유형은 어떤 것인가. 지금까지 국제규칙을 가장 많이 어긴 게 바로 서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 제재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 아랍의 산유국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은 석유 증산에 동의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오히려 UAE 외교장관은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의 결속을 다졌다. 사우디는 더하다.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인도는 러시아 제재를 거부했다. 인도의 친러시아 행보는 러시아가 냉전 시기에 카슈미르 분쟁에서 인도 편을 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가 수출한 무기의 18퍼센트는 아프리카로 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과 비료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다. 나토 역시 북아프리카에서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 신뢰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외교의 꽃은 자원확보다. 자원전쟁은 향신료에서 비롯됐다. 결국 ¨살고자 앎¨을 선택하였으나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지성들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각성과 경각심을 늦춘 결과, 현재 세계 모든 시민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향신료를 사기위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프로파간다에 의해 징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오랜세월 얽혀있는 정확한 내용도 모른채 오로지 가족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다. 자본은 국가 성장 동력이자 사회를 병들게 하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  자원 뒤에 숨어있는 가르강튀아같은 자본, 우리는 흔전만전한 세속주의가 불러온 기후위기라는 피로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오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국가’를 내세워 정치적으로 구상하는 다음 전쟁의 터’는 어디인가. 바쁜 현대인을 위해 미디어가 중점을 두는 전쟁범죄 보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 속 그 어떤 전쟁에서도, 그 어느 쪽을 보더라도 전쟁범죄는 늘 존재했다. 군맹무상群盲撫象, 방 안에 코끼리가 있으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자본의 힘, 출처: Reuters

 

Posted by trefresher :

세가지 이스라엘 - 김진태

2023. 4. 27. 12:59 from 書評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해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미국 상원의 채플 목사 리처드 핼버슨 

 

천사와 싸우던 야곱은 하느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그의 아들 12명은 이스라엘 백성의 12지파가 된다. 옛 애굽은 현재의 이집트인데, 모세가 노예살이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향했던 곳이 바로 가나안 땅, 즉 지금의 팔레스타인이다. 현재 바위의 돔이 자리한 모리산에서 하느님(삼위일체는 하나가 아니다. 천주는 ‘하늘’이며, 공동번역에서 합의한 한국 표준어의 바른 표기법은 ‘하눌님과 같은 ‘하느님이다.)의 명을 받들어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곳이 ‘세계의 화약고’ 예루살렘(기초를 둔다는 뜻의 ‘예루Jeru’와 히브리어 ‘샬롬shalom’의 합성어, ‘예루살라임Jerushalayim’, ‘평화의 나라, 평화의 터, 평화의 도시’라는 뜻)의 성전 터(모리산)이며, 거기서 다윗이 단을 쌓아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훗날 솔로몬이 하느님의 황금성전을 세웠던 곳이 바로 예루살렘의 성전 터이다. 그 후 바벨론 포로생활을 마치고 그곳에 파괴된 성전을 다시 지은 것이 스눕바벨이고, 유대인의 환심을 사려던 헤롯이 정치적 의도에서 모리산에 15층에 달하는 화려한 성전을 추가로 세운다. 하지만 다시 성전은 파괴되고 그곳에 들어간 이슬람이 이삭을 바친 바위 위에 돔을 짓는다.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인 아브드 알마리크의 명령에 따라 691년에 완공된 이슬람 성전은 1015년 한번 무너진 후 1022-1023년에 다시 재건된다. 이슬람에는 3대 성지가 있는데, 이슬람의 마지막 선지자 무함마드(이슬람은 무함마드가 모세라고 주장한다)의 무덤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히자즈 지역의 메디나, 무함마드가 태어나고 아담과 이브와 아브라함이 살던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주에 위치한 메카, 그리고 모함마드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듣다가 황금바위을 딛고 하늘로 올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예언서 코란을 듣고 내려온 곳이 예루살렘 성전산(모리산)이기도 하다. 또 예수가 자주 찾아가 기도한 곳이 황금문 쪽으로 위치한 겟세마네 동산이기도 하며, 성전을 찾아가 장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분노하신 교회가 바로 모리산 위에 재건된 솔로몬의 황금성전이다. 구 예루살렘에는 성벽으로 둘려 쌓여있는 4지역이 있는데, 오스만 제국의 박해를 받으며 아르메니아 대학살로 인해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아르메니아인들이 모여 살며 수도사 생활을 해왔던 지역(Armenian Quarter), 335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 황후의 지시로 예수의 발자취를 보존하기 위해 거주하는 크리스찬들이 모여 사는 지역(Christian Quarter), 로마에 의하여 파괴된 성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성전의 서쪽 벽이자 유대인들이 모여살며 2번째 성전의 페허됨을 통곡하는 ‘통곡의 벽’이 자리한 지역(Jewish Quarter), 그리고 모하메드가 승천하며 발자국을 남겼다는 성전산 성지를 관리하고 지켜내려는 아랍인들이 모여사는 지역(Muslim Quarter) 등이 있다. 1947년 11월 29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을 지정했으며, 현재 많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들이 함께 거주하며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같은 예루살렘을 재임 중 이스라엘 공식 수도로 인정하는 동시, 많은 이슬람 국가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대 성명에도 불구하고 미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공식발표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와는 반대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정치적 부상을 도우며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의 핵무기 협상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은 앙숙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전혀 달가워 할 이유가 없는, 네오콘의 망령이 실소할  완물상지玩物喪志가 아닐 수 없는 대략난감大略難堪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 세계로 흝어진 유대인들은 다시 자신들의 나라를 되찾을 필요가 있었고,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나라의 건국을 선포하게 된다. 유대인은 이것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나라를 선포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 팔레스타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유대인이 그곳에 자신들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아야 한다. 유대 국가 건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주와 혼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대인은 이것을 위해 제1차 세계대전 때 기회를 잡게 된다. 여기에는 영국의 이상한 외교가 등장하는데, 영국은 미국을 참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유대인에게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 건립을 제안한다. 영국은 이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벨푸어 선언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 선언 후에 팔레스타인 영토로 이주한 유대인의 수는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벨푸어 선언은 2년 전인 1915년 아랍 민족에게 약속한 맥마흔 선언’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게 되면 아랍민족에게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보장했었다. 이상한 이중적인 선언 때문에 UN의 개입이 필요하게 되었고 1947년 11월 팔레스탄인 내에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를 각각 세우는 결의안을 채탁하게 된다.” 영국은 아랍과 맥마흔 서한을 맺은 후 프랑스와 피코 합의를 하고 이스라엘을 위해 벨푸어 선언을 한다. 그 후 이스라엘은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 아랍에미리트(2020년 8월), 그리고 바레인(2020년 9월)과 수교를 맺는다. 

 

가자 유대인 정착촌에서 쫓겨나게 된 이스라엘 아이는 마당에 자리한 올리브 나무에 매달려 정착촌 철수를 집행하는 군인이 와도 요동치 않으며 엉엉 통곡한다. 여기는 야훼가 우리에게 주신 땅이야. 

 

철장이 둘러쳐진 건너편에서 이웃인 유대인 가족이 즐겁게 바베큐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팔레스타인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들을 넉없이 바라본다. 저기는 알라가 우리에게 주신 땅이야. 

 

참고·인용: 인남식 교수 중동학개론

 

 

오늘날 랍비는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아서 유대인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반드시 랍비가 존재한다. 랍비rabbi는 선생이라는 의미로, 성경의 내용을 잘 아는 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랍비라고 불리는 것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의 랍비가 종교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랍비는 유대인이 살고 있는 곳에서 여러가지 문화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율법의 해석에 조언을 하는 멘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교에만 몰두하는 목회자의 모습이 아니다. 이런 랍비의 모습도 어느 유대교의 파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사두개파·바리새파·에센파·개혁파가 있었다면, 지금은 극정통파·정통파·보수파·개혁파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율법을 지키는 모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어느파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유대인 설명이 된다. 오늘날 유대인은 과거 바리새파 출신의 유대인이 이어져 온 자들이다. 로마를 대항하여 독립 전쟁을 할 때 바리새파를 제외한 나머지 교파의 유대인들은 거의 다 전멸하게 된다.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시작된 십자가 전쟁은 여러모로 다른 의도를 가진 세력들이 모여 새로운 영토지배를 향한 야망,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욕망, 또는 전쟁 참가를 통해 신분 상승을 추구하려는 소망으로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흥분해 있던 십자군은 신의 명령이라는 명분하에 난폭하고 거칠게 유대인 마을을 습격하고 약탈했다. 여기에는 유럽의 상권을 점령한 유대인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 역시 빼놓을 수 없었으며, 더욱이 예수를 죽인 민족이 유대인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예루살렘을 탈환한 십자군은 이슬람교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적과는 상관없는 유대인들까지 무참하게 짓밟았다. 전전긍긍 2천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대인들은 이와 같이 여러나라에서 수많은 고생과 수난을 겪으면서 우생학 이론을 주장하는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부자들이 후원을 많이 하는 이유는 부의 불평등 원인의 비난을 피하기 위함인데, 당시 유대인들은 지역 상권을 자신들이 장악하는데에만 주력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의 경제에는 무관심을 보였다. 당시 기독교 문화에서는 이자를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이슬람교 또한 어음 이외 이자를 받는 돈거래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이 고리대금업을 하는 유대인이였고, 이러한 이유에서 부를 누리는 유대인들이 비교적 많았다.  

 

유대인은 과거 유럽에서의 탄압을 버티지 못하고 미국이라고 하는 새로운 땅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1600년대에는 스페인과 포루투갈에 있던 유대인들이 먼저 이주하게 되는데 이들은 세파르딤Sephardim이라고 부른다. 1800년대에는 독일의 유대인들이 이주를 하게 되고 이들을 아슈케나짐Ashkenazim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신대륙 개척으로 알게 된 땅으로 유대인에게는 유럽에서의 상황과 너무나 다른 미래가 예비되어 있었다. 미국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아슈케나짐은 기존의 유대계 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중계인의 역할을 했다. 더 원활한 자본의 유통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을 세우게 된다. 이후에도 많은 유대인들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그들 중에는 자본가, 지식인, 과학자들이 많았다. 유대인은 미국으로 이주를 하게 되면서 휠씬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유대인들은 더 이상 게토ghetto와 같은 유대인 강제 거주 지역에 고립될 이유가 없었다. 부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미국이라는 국가는 너무나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곳이며, 유대인은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민족이 되었다. 유대인은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자신들의 힘을 더 키우게 된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영향력을 키우게 되는데, 미국의 대통령 후보는 반드시 유대인 모임에 가서 지지 연설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되었다. 유대인은 AIPAC이라는 미국의 유대인 로비단체를 통해 미국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이 단체는 미국 의원들이 유대인에게 얼마나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는지 그 순위를 발표하여 미국 정치에 압력을 넣는다.

 

100명이 이야기를 한다면 100가지의 답변이 나올 수 있다.정통 유대교 교리를 따르는 하브루타Chavrusa는 탈무드를 공부할 때 짝을 지어 질문하고 함께 토론하는 유대인의 정통학습 방법이다. 유대인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다층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문제의 실마리와 해결점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 토론하고 여러 가지 쟁점들에 대해 상대와 논쟁하는 방식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분명 이스라엘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대인들에게는 안식이 완성되는 세 번째 이스라엘을 만드는 약속이 남아 있다. 하브루타는 아람어와 히브리어로 우정또는 동반자 관계를 의미한다. 전 세계가 바라던 Two States는 아직도 진행 중인 논쟁이다. 그들은 분명 하브루타를 통해 Zero State이나 United States를 토론하고 티쿤 올람Tikkun olam을 통해 세상을 개선하며, 후츠파Chutzpah의 강한 도전 정신으로 체다카righteousness를 실천하여 혼돈에 빠진 세상의 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곤란한 일일수록 재미있다고 우선 생각하라. 무엇이든 어려운 일일수록 재미가 증가하는 법이다. 탈무드 

Posted by trefresher :

 

사전을 찾아보면 ‘자원’이란 생활 및 경제 생산에 이용되는 원료로 광물, 산림, 수산물, 또한 노동력과 기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작금의 일상에서 “인간의 사회활동을 유지·향상시키는 원천으로 사용하는 사물”로 등극한 ‘자원’은 미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되어, 이제는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생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자원’은 더 이상 처음 발견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될 수 없으며, 천연자원이 발견된 영토를 소유한 국가의 전유물 또는 자산이자 특정 기술에 대해 처음으로 주권을 행사한 자가 사용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어떤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되었다. 따라서 자원을 전쟁없이 쟁탈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오직 무역을 통해 서로 교환하거나 ‘자원’이 지닌 숨겨진 용도나 효용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개발만이 남겨져 있는 상태다. 분명 ‘자원’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나, 무분별하게 사용된 ‘자원’으로 인해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쳐 앞으로 진전하지 못한채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상태다. 혹시 우리는 ‘자원’을 오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원’에 대해 차근차근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중세에는 육류 같은 식자재의 부패를 막기 위해 향신료가 사용했다. 당시 고기 누린내를 없애고 미각을 자극할 수 있던 향신료는 더없이 소중한 자원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세계에는 350종류의 향신료가 있다고 알려졌으며, 그 중 후추, 정향, 육두구, 계피는 세계의 4대 향신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에게 향신료가 쉽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마르코 폴로가 동양의 비단과 황금의 나라 지팡구, 그리고 향신료가 가득한 섬들에 관한 정보를  「동방견문록」을 통해 세상에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베일에 쌓였던 향신료의 비밀이 서서히 벗겨지며 인류는 15세기 대항해시대의 막을 열었다. 그 후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그리고 마젤란 선단이 대서양과 인도양을 탐험하면서 향신료의 원산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하나 둘씩 풀리게 된다. 결국 유럽 각국은 앞다투어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이같은 성행은 각국의 조선 기술을 진화시키면서 제국주의라는 씨앗을 유럽 열강에 뿌리게 된다. 유럽 각국은 향신료를 두고 수십년을 다투게 되는데, 프랑스가 처음으로 정향과 육두구의 모종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 차츰 원산지보다 묘묙 가져와 이식지에서 생산되는 양이 증가하면서 향신료 전쟁은 종언을 맞이하게 된다.  

향신료로 인해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열강들은 점차 해외 식민지 정책을 펼치게 된다. 그리하여 조선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무역선과 군함의 건조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목재의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16세기 당시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재를 사용한 목탄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삼림자원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고고학 문서를 들여다보면 이미 중국은 청동기시대 때부터 석탄을 사용한 것으로 들어났다. 석탄의 단점은 철을 제련할 시 함유된 유황으로 철이 물러진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단점은 영국의 에이브러햄 다비 1세가 공기를 차단한 상태로 석탄을 가열하여 유황 함유율이 낮은 코크스라는 연료를 얻어 해결하게 된다. 날로 석탄의 소비는 증가했지만 석탄을 채굴할 때 탄광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퍼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때 발명된 것이 토머스 뉴커먼의 증기기관으로 물을 가열해 생긴 증기를 실린더에 채운 후 내부에 차가운 물을 분사하고 증기를 응축시켜 진공상태에서 대기압을 눌러 내리며 물을 빼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느낀 제임스 와트(1736-1819)가 분리응축기를 개발해 성능과 범용성을 높혔다. 그 후 리처드 트레비식(1771-1833)이 고압 증기기관을 발명하여 기계구조를 단순화 시켰고, 트레비식은 고압 증기기관을 이용해 자동차와 증기 기관차를 개발했다. 얼마 후 조지 스티븐스(1781-1848)가 탄광의 석탄운송용 증기 기관차를 설계하여 실용화에 나섰고, 첫 기관차는 시속 6.4km로 석탄 30t을 싣고 경사로를 오르게 된다. 석탄을 이용해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은 국가에 번영을 가져다 주었고, 자원이 번영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세계는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 미라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된 천연 아스팔트는 구약성서에서 노아의 방주 방수제와 바벨탑의 벽돌 접착제로도 사용되었다. 처음으로 아스팔트를 이용해 등유를 만든 사람은 캐나다의 에이브러햄 게스너 박사인데, 그는 2,000회에 걸친 분리실험을 통해 증류를 통한 등유 정제에 성공해 케로신을 양산했다. 하지만 탄갱에서 채굴하는 역청탄보다 좀 더 손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등유를 정제할 수 있는 원료가 필요했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견된 오일 크리크를 시작으로 에드윈 L. 드레이크의 암염굴착기술을 이용한 석유 채굴이 성공하여 석유산업은 비로소 서막의 시작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 각 지역에서 오일 러시가 시작됐고, 석유의 가능성을 눈여겨 지켜본 존 D. 롤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을 창립하여 수송, 정제, 판매 같은 부분을 하나 둘씩 장악해 나갔다. 하지만 독점을 금지하는 반트러스트법인 셔먼법에 의해 스탠더드오일그룹은 30개가 넘는 석유회사로 해체되어 현재 엑슨, 모빌, 셰브론이 되었다. 이리하여 걸프, 텍사코, 로열더치셸, 그리고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을 포함해 세븐시스터즈가 탄생하게 된다. 고들리프 다일러(1834-1900)와 칼 벤츠(1844-1929)가 처음으로 가솔린차를 세상에 선보인 후 헨리 포드의 T형 포드가 대중에 널리 보급되면서 석유의 수요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곧 가솔린 내연기관을 탑제한 군함, 전차, 전투기가 속속히 개발되면서 석유는 군사 연료로서의 강한 성격 띠게 되고,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의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매장되어있는 풍부한 석유 자원을 중심으로 열강들의 기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1920년 8월, 사실상 오스만 제국을 해체하는 세브르 조약이 체결되어 시리아와 레바논은 프랑스로, 팔레스타인과 이라크는 영국에게 분할된다. 또한 이집트는 영국의 보호 아래 두고, 모로코와 튀니지는 프랑스의 보호 아래 두는 것이 조약에 포함된다. 당시 영국은 유대인에게는 국가창설을 약속하는 동시 비밀리에 프랑스와 사이크스 피코 협정을 통해 분할지역을 나누며, 샤리프 후세인에게는 아랍인을 위한 아랍국가창설을 약속하게 된다. 결국 1922년 이후부터 옛 오스만 제국 영토에는 신생국가들이 열강에 의해 탄생하기 시작하는데, 요르단(1921), 이집트(1922), 터키(1923), 예멘(1918), 이란(1932), 이라크(1932), 사우디아라비아(1932), 레바논(1943), 시리아(1946), 리비아(1951), 수단(1952), 모로코(1956), 튀니지(1956), 모리타니(1960),  소말리아(1960), 쿠웨이트(1961), 코모로(1961), 알제리(1962), 바레인(1971), 아랍에미리트(1971), 오만(1971), 지부티(1977),  팔레스타인(2013) 등 여러 독립국가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그리고 시리아에 걸쳐 자리한 (현재 3000만 명) 쿠르드족은 그들만의 국가를 외세로부터 배정받지 못하고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고 만다. 중동 이슬람국가에는 수니파와 시아파 두 종파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당시 열강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어진 국경들은 이념이 서로 다른 두 종파가 벌이는 시리아 내전, 이라크 내전, 레바논 내전, 그리고 예맨 내전이라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30년 전쟁 후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국가를 세웠던 유럽국가들이 전쟁 없이 중동 지역에 자신들과 같은 국가를 건설해주려 했으나, 진심은 대륙진출을 통한 석유 시장 지배에 있었던 것이다. 

1945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얄타회담을 마치자 마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가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를 만난다. 당시 미국이 원했던 것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원활한 석유 공급 시스템이였고, 사우디가 원하는 것은 안보를 통해 왕조가 안정되는 것이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 자본의 아람코가 석유 이권을 독점하고 있었다면, 이란에서는 영국계의 앵글로-이란 석유가 유전을 독점하고 있었다. 1941년 세계2차대전을 기점으로 다시 영국과 소련에게 유전을 뺏겨버긴 이란으로써는 영국에게 모든 수익이 돌아가는 점에 대해 분노했고, 시간이 갈수록 민중들은 외세에 대한 반감을 더욱 더 키워나갔다. 이에 1951년 모하메드 모사데크 총리가 석유국유화를 추친하자 영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게 되지만, 미국이 볼 때 그는 공산주의자라기보다 민족주의자에 가깝고 이란 북부 지역을 간접 지배하던 소련과의 전면전 역시 반드시 피해야 했기 때문에 미국은 영국의 부탁을 쉽게 승락할 수 없었다. 당시 이란과 원자력 협정까지 체결하며 이란의 핵개발을 돕던 미국은 영국과 아약스 작전이라는 CIA의 비밀공작으로 이란 군부의 쿠데타를 부추겨 모사데크를 축출하는데 성공한다. 팔레비 왕조가 다시 권력을 잡았으나 급진적인 서구화와 근대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정부패 일삼아 민심을 잃게 되었으며, 세속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성직자들의 불만 또한 샀다. 결국 팔라비 왕조에 반대하는 이란 혁명이 일어나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유학해 국제정세가 밝은 강경파 민족주의자 모사데크가 다시 패권을 잡는다. 그 당시 팔레비 국왕은 이탈리아로 도주했으나 미국은 치료를 명목으로 그의 입국을 허가해 분노한 이란 강경파 대학생들이 국왕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며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에 난입해 인질 52명을 444일 억류하게 된다. 마침내 팔레비 왕조의 미국 내 자산을 이란에 반환하는 조건으로 인질 전원이 풀려났지만, 이 사건 이후로 미국과 이란은 단교하게 된다. 설상가상 이란은 시온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준 영국과 미국을 자신들의 이슬람 형제 팔라스타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낸 적으로 간주하며 반감의 감정을 갈수록 키워간다. 한편 영국은 1차대전 당시 유대계 금융자산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자본을 빌리기 위해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약속했었고, 미국은 2차대전 당시 그들을 돕지 못했던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과 시온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종말론 때문에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은 1618년 부터 1648년 까지 30년 전쟁을 통해서 로마 교황이 다스렸던 제국을 해체하고 싸움에서 이긴 신교는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국가를 세운다. 유럽은 중동이 자신들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가를 건설하기 바랐고, 한편으로는 석유와 대륙진출을 통한 이익을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에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 하지만 중동은 유럽의 30년보다 긴 70년 간의 참혹한 전쟁들을 치루게 된다. 그리하여 친미국가인 사우디 15명과 이집트 4명의 수니파 청년들이 알카이다를 조직해 911을 실행한다. 그들의 도전을 좌시할 수 없었던 미국은 결국 부시가 지정학적 코드화를 통해 만들어낸 악의 축(Axis of Evil: 2차대전 전범국의 별칭 Axis, 레이건의 악의 축Empire of Evil)을 구호로 내걸며 중동에서의 20년 전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서방의 세속주의와 민주주의를 거부한 아랍은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근본주의와 원리주의를 주장했고, 이를 지켜보던 오바마는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동시, 이란을 달래기 위해 40년간의 제재해제를 약속하며 핵무기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미국이 중동에서 ‘갖혀버린 아랍의 봄’을 포기한다면, 국가안보를 위해 아랍을 원상복귀 시켜야 했었던 것이다. 중동에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영원할 것 같았던 동맹국 미국이 이란과 가까워지자 사우디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공화국이자 주변국들에게 이슬람 혁명을 외치는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이자 종주국인 반면, 절대왕정을 사수하는 사우디는 수니파의 맹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하는 동시 이스라엘 미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시키고, 다시 사우디와의 관계를 복원시키기에 이른다. 이와같은 미국의 행보로 서방과 이란의 핵무기 협정은 사실상 파괴되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핵무기 협정이 다시 재개되었으나, 이란에 의해 새로운 내용들이 추가되면서 합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친미와 반미 사이를 수없이 반복하며 서로 다투던 이란과 사우디는 결국 2023년 비공개 회담을 열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다. 

 

2018년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50%를 중동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역시 중동 국가들이 약 38.4%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매장량을 보면 러시아 26.6%, 이란 14.9%, 카타르 14.3%, 사우디 3.8%, UAE 3.4%, 미국 3.0%, 나이지리아 2.9%, 알제리 2.5%, 베네수엘라 2.4%, 이라크 1.8%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류는 향후 100년간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드레이크의 방식으로 석유를 채굴할 때 생산정에는 석유와 함께 전통 석유계 가스가 발생하는데, 액체인 석유에 비해 저장과 운송이 어려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비전통 가스인 타이트 샌드 가스, 탄층 메탄가스, 바이오매스 가스, 그리고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천연가스는 석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셰일가스는 전통 천연가스처럼 한곳에 모여있지 않고 수평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과 달리 수평시추, 수압파쇄, 미소진동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연료가 시장에 풀리자 미국은 낮은 비용으로 셰일가스를 생산하며 해외로부터 LNG 수입을 대폭 축소하게 되고, 세계 3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소유한 카타르와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낮은 가격으로 유럽에 공급하게 된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대부분 멕시코 해안에 매장되어 있는데, 아시아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경우 42일, 마젤란 해협을 경유할 시 50일이 걸리므로 병목현상을 줄이고자 100년 만에 파나마 운하를 새롭게 개통하여 LNG를 적재한 선박은 25일 만에 아시아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인 중국 역시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출을 위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석탄보다 비교적 친환경적이라 여겨 천연가스 사용을 증가해온 국가들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깨져버린 수요와 공급의 균형 때문에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하다. 

 

은백색 또는 회색의 금속인 희토류는 주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자동차, 풍력 발전 모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에 사용된다. 또한 안정적으로 열을 잘 전달하는 특성을 지닌 희토류는 충전용 배터리, 컴퓨터, 텔레비젼, 전구, 그리고 레이저 등 각종 전자기기와 첨단무기에도 사용된다. 17원소의 총칭인 희토류는 크게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뉜다. 경희토류는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어 개발만 진행하면 모두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지만, 중희토류는 주로 이온흡착형 광상에서 산출되며 중국 남부 등 한정된 지역에 편재되어 있어 중국의 공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세계 희토류 공급에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외교 카드로 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조치를 취하자 세계 각국은 난감을 표하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 자본의 80%는 400개의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서방기업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천연자원 75%를 통제할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고 있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서사시집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에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남미 자원수탈 역사를 비판했듯이, 우리 또한 후손들을 위해 모두의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이 시작된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trefresher :

癸卯 - 穀雨

2023. 4. 20. 12:59 from 六十干支

 

아롱거리는 청묘한 계절의 관성, 또 다른 계절은 아사리느니 되풀이되는 자연의 이적에 눈먼 감성은 놀란 가슴 맞추고 잿빛의 거리 이저리 쏘다녀 푸석한 대지에 흩뿌린 봄비와 같은 눈물을 적시네. 파릇한 너의 활기, 생기 있는 너의 해맑은 발돋움, 그지없이 쏟아지는 평온과 되찾은 중력은 너의 미소에 애증을 서리어 나는 꽃바람에 취하고 봄바람에 휘청거리네. 하사하신 당신의 순수는 계절의 기교를 맞이한 나에게 첫 걸음마를 내딛는 아이의 단조로움을 알리고, 그대의 곁을 맴도는 훈향은 점점 퍼져나가 비로소 눈뜬 야생이 봄의 제전을 위한 촛불을 하나둘 밝혀가네. 물결치는 봄볕에  살랑거리는 상록수 가지를 보노라면 이에 질세라 올망졸망 새잎을 틔우기 바쁜 벚나무에 시선이 빗맞고,  수척한 강물이 시내를 재촉하며 갓 떠오른 새싹들이 강파른 하늘에 기우재를 올릴 무렵 우리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풀잎의 유년에 애잔한  향수를 떠올려 망울진 우리의 앳된 봄꽃을 피우려 하네. 

 

아사리느니: 희미하게 움츠려드니 

“사랑이란, 거꾸로 들고 끝에서부터 읽은 책.  「사랑이란」, 원태연”

“어쩌죠, 까맣게 잊었더니 하얗게 떠오르는 건. 「어쩌죠」, 원태연”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으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 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김소월”

어룰없이: 얼굴 없이, 덧없이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김소월”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푸른 우산 가지고 꾀죄죄한 양 떼 몰며, 치즈 냄새 풍기는 옷을 걸치고, 호랑가시나무나 참나무나 모과나무 지팡이를 짚은 너는 간다, 저 언덕의 하늘 향하여. 털 빳빳한 개와, 퉁겨 나온 등허리에 색 바랜 물통을 지고 가는 나귀를 따라가는 너. 너는 여러 마을의 대장간 앞을 지나, 흰 덤불덩이 같은 네 양 떼 풀을 뜯을 향내 나는 산으로 돌아가리라. 거기서는, 안개가 옷자락 끌며 산봉우리 가리고, 거기서는, 털 빠진 독수리 떼가 하늘을 날고, 이내 따라 저녁 연기 불그레 타오른다. 거기서, 너는 저 광막한 천지 속에 하느님의 정령이 떠돎을 조용히 바라보리라. 「푸른 우산 가지고」, 프랑시스 잠”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로운 때를 고초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님과 벗」, 김소월”

허공을 채우는 푸르름, 광야를 얼룩지게 하는 흙먼지와 봄비의 결연, 풀 향기에 슬픔 아시우고 고아한 봄빛에 발랄한 표정지으며 활기를 찾아가는 정오의 화원에, 가파른 언덕을 구르며 냉랭한 시냇가로 스미는 빛의 알갱이가 이어서 펼쳐질 오후의 정원을 조용히 장식하네. 화단을 가다듬는 봄의 정령들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꽃바람이 거치른 골목과 수선한 거리의 가로수를 매만지면, 봄 향기에 취해버린 너의 일상 한바탕 평온이 휘감고, 편견에 빠져버린 그대의 감성은 고집스레 신기루 같은 봄의 기운을 두 눈에 오롯이 담아내네.  

들판에 유채꽃이 물들고 양떼같은 구름들이 지평선을 향하면 부지런한 풀벌레는 이슬과 입맞추고 봄의 혈관을 채우는 꽃향기는 휘늘어진 오전을 나직이 보듬는다. 푸른 언덕에 오른 목동이 휘파람을 불러 젖히고 그의 충실한 보더 콜리는 배고픈 한 무리의 벗들을 촉촉한 초원으로 인도하면, 고즈넉한 들녁에 물결치는 대지의 숨결이 행렬의 등줄기를 가만가만 어루만지네. 포플러 나무에 기댄 그가 만약 무료함으로 풀피리를 불기 시작한다면 마을 어딘가에서는 ‘복숭아꽃들 밑에서 화사한 햇빛에 섞이는 주름 장식 같은’ 금발의 소녀가 낡고 검은 물통으로 은빛 은방울들을 끌어올릴까. 그렇다면 지붕에 드리운 하늘의 푸름은 토토로의 숯검댕이처럼 하늘로 떠오르고 ‘경련하는 지평선 아래 나무들은 게으르게 일렁이겠지.’ 아마도 봄을 입은 황금빛 날개의 나비가 어리광을 부릴 줄 아는 은빛 플라테로의 두 귀와 어울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떤 날에.  프랑시스 잠의 정오의 마을 오마주hommage

갇혀버린 우리의 봄, 저 너머 햇빛은 쏟아지고 있는데 저기 자라나는 것은 너의 눈물을 먹고 자라나 나의 한숨을 피워내는 것인가. 봄은 희망인가, 슬픔에 빠진 희망은 눈멀고 귀먹어 벙어리가 되어 버렸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만명 사망

'六十干支' 카테고리의 다른 글

癸卯 - 立秋  (0) 2023.08.06
癸卯 - 大暑  (0) 2023.07.23
癸卯 - 淸明  (0) 2023.04.05
癸卯 - 春分  (0) 2023.03.21
癸卯 - 驚蟄  (0) 2023.03.05
Posted by trefresher :

 

20세기 인프라가 도로나 다리라면, 21세기 인프라의 주역은 반도체다.

 

반도체 소자의 종류와 구분, 출처: KISTEP브리프 

 

1. 시스템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
• 펩리스(Fabless) & 파운드리(Foundry)
• 연산·제어 등의 정보처리 기능
2. 메모리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0%)
• 휘발성 DRAM & 비휘발성 NAND Flash
•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

출처: 삼성 자산 운영

 

I. 설계와 생산을 함께하는 회사를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 한다. 
II. IDM은 반도체의 개발과 설계  → 웨이퍼 팹(Fab : Fabrication Facility)에서 상품을 생산한다. 
III. 웨이퍼 팹이 직면한 문제들로 인건비, 24시간 교대근무, 유해화학물질 노출, 그리고 산성 폐수로 인한 환경문제와 수질오염 등이 있다.   
IV. IDM은 기술력, 자본력, 또한 노동환경 모두 갖춰야 하므로 부담, 따라서 팹리스(Fabless) 업체로 전환한 후 외주 → 반도체를 전문 생산하는 회사 파운드리(Foundry)가 탄생한다. 
V. 애플, 퀄컴, 하이실리콘(화웨이) 등과 같은 경우 → IP Vendor(Intellectual Property: 영국의 암ARM, 미국의 시놉시스Synopsys, 미국의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가 “전자회로의 기본 패턴이나 설계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한다. 
VI. 세계 전체 파운드리의 분포 → 대만 TSMC 50%, 삼성전자 16%, 미국 GlobalFoundries, 대만 UMC
VII. 세계 전체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 미국의 퀄컴과 엔비디아,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하이실리콘 등 미국, 대만, 중국의 업체들

(참고.인용: 오마이뉴스, 이봉렬)

 

1. IDM → Wafer Fab
2. Fabless → Foundry
IDM와 Fabless는 IP Vendor, EDI, Semiconductor Devices가 필요 

• IDM: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Texas Instruments
• Fabless: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AMD, 자일링스, 마벨, 노바텍, 리얼텍, 다이얼로그 

• IP Vendor: 영국 ARM, 미국 Cadence Design Systems
• EDI: 미국 Synopsys
• Foundry: 대만 TSMC, 한국 Samsung, 대만 UMC, 미국 Globalfoundaries, 중국 SMIC• Semiconductor Devices: 네덜란드 ASML


그럼 왜 반도체가 중요한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시를 짓고, 도로에서 전기차를 달리게 하며, 작곡마저 할 수 있는 ChatGPT의 위용을 보면 반도체가 이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느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해 지배하는 침략적인 계획을 품고 있다. 당초 법안에서 제안된 수준을 넘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예산안에 동참해주기 바란다. 중국에 맞서 겨룰 수 있는 힘을 길러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인한 회복력, 나아가 국가 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우리 의회와 협력해 검토해주기 바란다. 2021년 4월 12일, 바이든의 중국 견제 선언

세계 반도체 기업의 분야별 점유율, 출처: 2020년 기업 및 업계 데이터


그러나 실제로 칩을 제조하는 파운드리와 제조 후공정을 보면 대만의 점유율이 특출나다. 따라서 바이든 정권의 목적은 미국에 부족한 제조 분야 메우기다. 자체 공급만을 구축하면 외국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을 지킬 수도, 외국을 공격할 수도 있게 된다. 대만의 TSMC를 불러들이는 작전은 반도체 체인을 미국 내에서 완결하기 위해서다.

 

여야 의원단을 초청해 반도체 전략을 협의한 바이든은 2021년 3월 31일, 2조 달러(약 2,60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반도체 업계에 500억 달러(약 64조 8,200억 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힌다. 반면 중국은 2014년과 2019년에 설치한 국책펀드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기금’의 1호와 2호를 통해 47조 원이 넘는 정부 기금을 조성하였으며, 지방정부 펀드까지 더하면 95조 원 이상이 투자됐을 것이라 본다. 유럽연합EU 또한 브뤼셀에서 2030년을 향한 산업전략 ‘디지털 컴퍼스Digital Compass’를 발표하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스,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네덜란드 ASML 등 반도체 분야 기업을 모아 ‘유럽반도체연합’을 결성하기 위한 구상을 시도한다. 또한 EU는 코로나 대책으로 창설된 부흥 기금 ‘차세대 EU 펀드’의 약 20%인 1,500억 달러(약 194조 4,000억 원)을 디지털 산업 육성에 충당하기로 한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논의되고 있는 경제 안전보장은 군사를 포함한 국가 안전보장의 한 측면이자 국가 안전보장 문제이다. 국가들 간에 충돌이 일어나면 통신은 집단에 교두보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반도체를 사용하는 통신기기에 지장이 생기거나 통신이 마비되면 사회는 붕괴되고 정부는 힘을 잃게 된다. 이같은 사실을 간파한 워싱턴은 2018년 8월 13일 국방권한법을 통과시켜 화웨이와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제재를 가한다. 하이실리콘은 자사 공장이 없는 펩리스 기업이자 중국 수재들이 모여 세계 최고 수준의 획기적인 칩을 개발하는 회사다. 문제는 화웨이가 고기능의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하이실리콘의 최첨단 칩이 필요했고, 그것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대만의 TSMC의 도움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2020년 5월 15일, 미국은 자국산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시 외국 기업들에도 이 사항을 적용하게 된다. 이같은 미국의 조치가 TSMC에게 영향을 주자 형세는 중국의 군사훈련으로 이어져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수출에 제동을 걸기 전까지는 TSMC 매출의 절반가량은 미국용, 약 20%가 중국 기업용이었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새 공장에는 5나노 기술을 이전하지만 대만에서는 이미 앞선 기술인 3나노를 양산했고, 2나노 제조라인 건설에도 들어갔다. 상대가 미국이라도 필살의 최첨단 기술은 내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미 정부는 3나노 이하의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말이다. TSMC는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중국에도 생산 거점을 두어 2018년 말 가동된 난징 공장에서는 1세대 전인 16~12나노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기술 관점에서 보면 중간 정도 레벨의 공장이긴 하지만, 2021년 4월에는 추가로 28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들여 난징 공장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28나노 중심으로 이른바 레거시 기술Legacy Tech을 사용해 반도체 부족이 심각한 자동차용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놉시스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EDA로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독주한다. 반도체 업체는 EDA가 없으면 칩을 설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EDA를 제공하는 기업은 반도체 밸류 체인의 상류 지위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5월 화웨이 제재로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수출 금지시킨 것은 시놉시스제 등의 EDA 공급을 끊고 화웨이의 개발 능력을 무너뜨리려는 의도였다.” 2020년 9월 말 오래된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와 이슬람 시아파 국가 아제르바이잔이 무력 충돌하여 1,200명의 사망자를 낸다. 숨은 IT강국인 아르메니아에는 1,000명 규모의 시놉시스 엔지니어들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으로써는 터키와 일심동체이자 러시아의 동맹국 아르메니아를 러시아에게 빼앗길 수 없으므로 바이든은 2021년 4월,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터키의 전신 오스만제국에 의한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전자회로를 인화하는 작업을 노광이라고 하는데, 이는 필름에 풍경을 담아 현상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네덜란드의 ASML는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 칩 제조에 사용하는 EUV(자외선)에 의한 노광기술 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연간 30~40대를 만들고 가격은 대당 1,900억~2,800억 원을 호가하지만 이 장치가 없으면 5나노나 3나노로 미세화 가공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이미 개발 경쟁에서 패해 노선에서 이탈한  캐논Canon과 니콘Nikon을 빼면 ASML이 노광기술 장치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잇다. 하지만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변질되고 있는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 수출을 금지하자 ASML도 큰손인 중국 기업과의 사업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초절정 고난도의 기술이 사용되는 EUV 노광장치는 카메라 렌즈를 제조하는 독일의 카를 차이스Carl Zeiss와 레이저 광선 발생기를 제도하는 독일의 트룸프Trumpf의 부품이 사용되고, EU의 보조금 또한 유입된다. 기술력의 배후에는 벨기에의 연구개발 기관 IMEC와의 관계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경쟁 업체들은 TSMC의 기술력을 감당할 수 없다. 파운드리라고 하면 서열상 대기업 메이커의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인식은 틀렸다. 난이도가 높은 칩이나 대기업 메이커는 TSMC에 부탁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 TSMC 고객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은 팹리스 기업이지만, 고객인 팹리스 기업보다 TSMC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스와 격차를 확연히 벌인 것은 회로선폭 7나노미터 벽을 먼저 넘었을 때부터다. 칩의 집적도를 높이려면 회로선의 폭을 가늘게 하고 좁은 면적에 많은 회로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난도가 높은 칩을 높은 수율로 생산하는 능력에서 TSMC를 넘어서는 곳은 없다. 세계 파운드리 미세화 기술력을 비교해보자. 7나노 수준까지 개발에 도전한 곳은 2021년 여름까지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옛 AMD 제조 부분), 중국의 SMIC,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5개사다. 더 미세한 5나노가 되면 글로벌파운드리스, SMIC, SK하이닉스가 탈락하고 TSMC와 삼성 두 곳이 남는다. 그 다음의 3나노에서 양산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은 TSMC뿐이다. 게다가 TSMC는 2022년 중에 2나노 신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1나노미터란 1m의 10억분의 1로 원자를 10개 나열한 정도의 길이다. 병원체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극소 세계에서 TSMC는 계속 왕좌를 지키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물자가 흐르는 길을 끊는 공격에 나설 태세다. 화웨이의 반도체 부문인 하이실리콘,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 반도체 제조장치 업체인 AMEC 등 주요 중국 기업에 대한 금수조치를 계속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도 있다. 이 전법의 효력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제재 효과는 희석되고, 반대로 중국 기업의 자율적인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부작용이 현실화된다. 제재로 인해 미국과 일본에서 반도체 제조장치를 조달할 수 없게된 중국의 팹리스 기업들은 국내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국내 제조장치 업체들의 기술개발은 나날이 가속도가 붙어 중국의 제조기술은 무궁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의 수요는 대만이나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세계 제조장치 수요의 무려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았던 일본의 제조기술이 미국을 따라잡는데 3~4년이 걸렸다면, 보조금을 끝없이 뿌리는 중국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한 중국 제조장치 기술이 과연 얼마만에 선두인 일본의 제조장치 기술을 따라잡을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해 볼 수 있다.  

 

미세 가공이 진보하면서 칩에 채워 넣는 전자회로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집적도가 높은 칩에서는 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수가 수백억 개에 이른다. 건축에 비유하면 하나의 칩을 설계하는 작업은 대도시를 통째로 설계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설계사무소라도 한 회사에서 도시 전체의 도면을 그릴 수는 없다.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설계도를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이래서는 납기를 맞출 수 없다. 그러니 빌딩이나 주택 등의 세세한 부분은 완성된 도면을 다른 곳에서 사와 붙이거나 수정하면서 도시 전체의 설계도면을 그려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암은 빌딩이나 주택의 도면을 설계사무소에 파는 회사다. 네덜란드 ASML과 마찬가지로 암은 밸류 체인 최상위에서 초크 포인트가 되는 기업이다. 퀄컴, 애플, 엔비다아 등의 제조사들은 암으로부터 기본회로의 설계도를 라이선스 형태로 사서 이 암의 설계도면을 조합하여 자사의 칩 설계도를 완성해나간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단말기에 탑재되는 칩의 대부분은 암 사양의 기본 회로를 사용해 설계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업체들은 암 도면 없으면 자사 칩을 만들 수 없다. 이미 대만의 TSMC(국가 전체 수출액의 1/3)와 한국의 삼성전자(국가 전체 수출액의 1/5)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한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수로 영국의 암ARM까지 자신들의 수중에서 관리하려 했으나 영국 정부는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의 암ARM 매각발표에 흥분하여 국가의 독립 유지와 주권까지 논하며 강한 반대의 의사를 표출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설계(팹리스), 생산(파운드리), 종합 반도체 대표기업, 출처: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반도체 산업은 첨단기술 패권을 노리는 국가들 간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를 향한 핵심적인 열쇠인 것임은 분명하다. 첨단 기능의 가속화와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은 주요국들의 반도체 육성과 정책들을 관통해 국제정세를 바라보면 격변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군사에 얽힌 많은 의문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trefresher :

 

“지난 10년간 물가가 유례없이 안정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1970년대 이후 최고의 물가상승률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금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왜 그럴까? 세계적인 보석상 프로 아우룸Pro Aurum의 우베 베르골트Uwe Bergol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은 금 1온스로 오늘 빵 300덩어리를 살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살아계신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어원은 라틴어 인플라레inflare에서 비롯됐는데 ‘부풀리다, 넓히다, 확대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인플레이션하면 상품이 비싸진다고 여기는데 사실은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불환지폐Fiat Money란 라틴어 피아트 룩스Fiat Lux(빛이 있으라, 창세기)에서 시작됐는데, 각국 정부의 중앙 은행은 관리통화제도에 따라 언제든 ‘무’에서 ‘유’인 이 불환지폐를 찍어내어 화폐 발행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남발된 불환지폐는 인플레이션의 주된 동기가 된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통화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인가. 여기에는 권력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한 포퓰리즘(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형태)이 한몫을 하고 있으며, 그 시초는 최근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이 주 원인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인지상정人之常情—개발도상국이 인터넷으로 매일 접하는 타국의 높은 삶의 질로 인한 임금인상 요구와 이에 따른 임금 상승, 그리고 결자해지結者解之—기후 변화에 따라 배정된 애매한 탄소 배출량 등이 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활고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대규모 복지 정책을 추진했고, 전국민을 상대로 무료백신제도를 도입했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쟁이 발발해 외교적 이유로 경유와 석유는 재고가 부족해지며, 해바라기유와 밀가루의 세계 최대 생산지인 우크라이나는 정상적인 생산을 중단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남용된 복지 혜택으로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조세Silent Tax를 작동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버린다. 국가가 빚을 내서 복지 혜택을 주었는데 그 빚을 갚을 수 없다면 국가는 우선 국채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것으로도 빚을 충당할 수 없으면 결국 새 화폐를 발행하게 되어 이것으로 통화 공급이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시작하여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번져 디플레이션deflation이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국가는 다른 모든 채무자들과 마찬가지로 값어치가 떨어진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 이러한 혜택은 채무 상황기간이 길면 길수록, 또 상환기간 동안의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커진다. 국가는 또한 세수 면에서도 더 유리해진다. 왜냐하면 명목상(nominal)의 매출액과 소득이 올라가면 세금 수입이 자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범세계적 차원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전쟁으로 인해 사회와 경제가 혼란스러울 시기 정부가 경제 침체를 막기위한 대응으로 통화량을 대폭 늘리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것이 물가상승과 소득저하 현상을 동시에 불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결국 실업수당과 생활보조금 지출이 늘어난 국가는 더 많은 지출을 통해 큰 부담을 안게 되어 기준금리를 인상시키고 화폐발행량을 축소시켜 물가상승을 최대한 억제 시키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금리가 인상되면 만기된 국채는 전보다 훨씬 높아진 이자율로 다시 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미 한계를 초과 상승해 버린 물가로 인해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을 상실해 버린 시장에서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점차 줄게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수요공급에 불균형이 생겨나 디플레이션이 찾아온다. 이와같이 내수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 산업 생산의 급격한 감소로 국가의 외환보유는 자연히 줄어들게 되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뱅크런 사태와 증시 폭락은 대공황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궁극적으로 너무 많은 돈이 너무 적은 양(quantity)의 상품을 만나기 때문에 생겨난다.” 여기서 quantity는 기업이 팔고 싶은 양일 뿐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은 모두에게 충분히 넘치고 남지만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모두 폐기처분되어 버린다. 하지만 기업도 할 말은 있다. 바로 그들이 상품당 지불해야하는 로얄티다(상품 판매에 있어 별도로 치뤄야하는 세일즈와 마케팅 비용 역시 있다). 인도의 제약산업을 살펴보면 인도가 WTO에 가입하기 전까지 인도정부는 제품특허보다는 공정특허에 우위를 두어 제약산업에 뛰어든 신생 기업들은 타국의 거대 제약회사들보다 비교적 손쉽게 저렴한 복제의약품을 생산하여 자국에 널리 유통할 수 있었으며, 비싼 치료제를 구입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들에까지 수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허권은 대부분의 나라가 출원일부터 20년동안 보호받는데, 사회에 불평등을 없애고 사회 전반적으로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면 우리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한편 세계적인 대기업들 중 상당수는 이같은 특허권을 포기하고 기밀문서를 작성해 대대손손 보관하는 방법을 선호하기도 한다. 불은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이다.

“구매력이 약하기 때문에 비싸진 생필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은 피해자 집단에 속한다. 한편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지 않아도 되는 소비자들은 물가가 올라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는다. 채무자들도 인플레이션의 덕을 본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질 가치가 떨어진 돈으로 빚을 갚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자들은 손해를 본다. 그들이 받아야 할 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한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을 가진 기업은 원가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지만, 가격결정력이 약한 회사는 오른 원가를 흡수하여 이익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석유·철광석 등의 원료를 채굴하는 회사들도 가격상승의 덕을 본다. 예를 들어, 영국의 석유 회사 BP는 2020년 1분기에 ‘예외적인 가격’ 덕분에 이익이 갑절 이상 늘었으며, 이것은 지난 10년을 통틀어 이 회사의 가장 좋은 실적이었다고 한다.”

 


-

 


“인플레 기간에는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천천히 대응하거나 그릇된 전략과 전술을 선택하는 회사는 약해질 것이고 아마 파산할지도 모른다. 경영 구루 램 차란”

인플레이션이 찾아오면 가격조정은 불가피 해진다. 따라서 기업은 선제적가격조정pre-emptive pricing을 할 것인지, 천천히 기회를 기다리며 점진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원가상승분을 고객에게 전혀 전가하지 않고 모두를 스스로 흡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의 설명처럼 ‘이익은 생존의 조건’이자 기업의 미래비용이며 앞으로 기업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비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익을 양수 값을 가진 잔존금액이나 있으면 좋은 것으로 여겨 모든 부담을 기업이 떠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격인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에 값어치를 느낄 수 있으며, 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는 고객가치를 높이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회사가 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가 하는 내용을 고객들에게 사전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가격협상을 할 때의 그들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사전 배려는 고객들이 갑작스레 통보받을 때 느끼는 불쾌한 감정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이때 소비자는 질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다음을 공개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해야 한다. ‘과연 이 기업이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업인가. 과연 이 기업이 우리 사회에 자신들의 이익을 기꺼이 양분하고 흔쾌히 환원하고 있는가. 정말로 이 기업은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주도하고 있는가. 혹시 이 기업은 사업분야를 증식하기 위해 분식 회계를 하여 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빌리거나,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이익을 줄여 탈세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차라리 사회환원을 통해 세금을 합법적으로 공제받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기회에 노력도 없이 가격선도price leadership 기업을 따라 물타기를 하는 수전노 기업을 배제하고 젊은 청년들의 Start-Up 소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혈연과 지연에 묶인 관습적 유통구조로 인해 파고들기 어려웠던 기존 시장구조에 수혈된 새로운 젊은 피는 사회에 긍정적이고 활발한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조치는 이른바 가격상승조항(price escalation clause) 또는 가격조정조항(price adjustment clause)이다. 이것은 물가상승을 미리 예상하고 자동적으로 필요한 만큼 값을 올리게 해주는 조치여서 고객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은 가격상승조항을 도입할 때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s)’ 이라는 기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 계약’ 이란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있다가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면 실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소비자물가지수, 원자재지수, 배달시간 등이 어떤 수치에 도달하면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것이다.”

“기업이 둘 이상의 제품을 묶어 다발로 팔면, 한 제품의 값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다른 제품을 더 많이 파는 방법을 써서 결과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거꾸로 기업은 다발로 팔던 제품들을 따로따로 판매함으로써 주요 제품(main product)의 값을 낮게 유지하거나 또는 그것의 값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어느 회사가 1,000억 원어치 제품을 고객에게 팔았다고 하자. 이 금액이 즉시 결제되면, 이 회사는 당장 쓸 수 있는 돈 1,0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이자율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금리가 10%인데 외상대금을 6개월 후에 받으면, 실제로 받는 돈이 46억 5,000만 원이나 적어진다. 1년 늦게 받으면 가치손실이 무려 90억 9,000만 원에 달한다. 기업은 외상 매출금 지불기한을 줄이고 채권을 빨리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괜찮다. 예를 들어, 과거에 인플레이션율이 높을 때는 이른바 현금할인(cash discounts)이 흔했고 물가가 안정되었던 지난 몇 년 동안은 그것이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이런 인센티브를 다시 도입해볼 만하다.”

“인플레이션이 일으키는 원가상승에 대비하는 예방책의 하나는 ‘어느 특정 기간에 원료를 현재의 가격으로 인도할 것을 보장’ 하는 선물계약(futures contracts)을 맺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계약은 당연히 돈이 들어가므로, 예상되는 가격상승과 저울질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계약이 회사에 얼마나 유리한가는 결국 (회사의) 예측능력에 달려 있다.”

개인이 인플레이션을 대처하는 방법으로 워렌 버핏은 8가지 전략을 지목하고 있다. 1. 수입력을 향상시키는 것, 2. 주식시장을 활용하는 것, 3. 금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것, 4.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활용하는 것, 5. 변동금리를 경계하는 것, 6. 부채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 7. 경비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 8.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 등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이 글귀는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반지 세공사를 불러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고 지시하여 그의 반지에 새겨진 것이다. 우리 또한 지금같이 물가가 치솟을 때 우리의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글귀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Posted by trefres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