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十干支'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23.08.20 癸卯 - 處暑
  2. 2023.08.06 癸卯 - 立秋
  3. 2023.07.23 癸卯 - 大暑
  4. 2023.04.20 癸卯 - 穀雨
  5. 2023.04.05 癸卯 - 淸明
  6. 2023.03.21 癸卯 - 春分
  7. 2023.03.05 癸卯 - 驚蟄

癸卯 - 處暑

2023. 8. 20. 12:41 from 六十干支

 

봄이냐, 여름이냐, 가을이 문제로다. 가혹한 겨울의 운명의 화살을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환난의 조수에 맞서 결연히 싸우다 쓰러질 것인가. 죽는다, 잠잔다 ― 다만 그것뿐. 잠들면 모두 끝난다. 번뇌며 육체가 받는 온갖 고통이며, 그렇다면 죽음, 잠, 마술피리, 이것이야말로 열렬히 희구할 생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목신의 풀피리가 살아나는 느린 서곡에 여름의 신비로운 잇자국 사라지고, 환영幻影에 사로잡힌 백조는 무익한 유배로 포효하는 바다에서 경멸의 차가운 인상Impression을 꿈꾸는가. Hommage: 셰익스피어, 모차르트, 말라르메, 모네 

 

“거리에 비 내리듯 내 맘 속에 눈물 내린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이 외로움은 무엇이런가? 속삭이는 비 소리는 땅 위에, 지붕 위에! 울적한 이 가슴에는. 아, 비의 노래 소리여! 역겨운 내 맘 속에 까닭 없는 눈물 흐른다. 무엇, 배반은 없다고? 이 슬픔은 까닭 없는 것. 사랑도 미움도 없이 내 마음 왜 이다지 아픈지, 이유조차 모르는 일이 가장 괴로운 아픔인 것을!  「거리에 조용히 비가 내린다」, 아르튀르 랭보”

 

쪽빛 하늘이 펼쳐진 아침결, 환승하는 계절이 혼란스레 교차하면 앳된 가을빛으로 결속되는 오후의 햇살과 황금빛을 잇는 수풀의 물결은 노을의 춤사위에 성큼 찰나의 애착으로 내닫는다. 매마른 들판에서 타작마당으로 디케이의 설된 곡식 간신히(just) 천칭에 올려지면(-ify), 잿더미 도회지 언저리에서 에이레네이의 덧없는 샬롬(Salam) 허공에 부질없이 울려오고, 화환으로 혼란스런 여름의 심연에서 에우노미아 다가오는 계절의 레시피 다급히 손질한다. 중천에 떠오른 시리우스 스틱스강의 맹세 오리온에 알려오면, 가죽부대에 담긴 설 익은 포도알들이 ‘바바번개개가라노가미나리리우우뢰콘브천천둥둥너론투뇌뇌천오바아호나나운스카운벼벼락락후후던우우락누크!’ 소리에 흥겹게 익어가고, 더블린산 감자를 주무르며 애석해하던 너와 나 ‘마크 씨에게 세 쿼크를!’ 주기위해 엘뤼시스 제전 수선스레 기약하고 퍽과 함께 이 밤을 지새우네. 

 

“가을에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 꺼풀 위에, 혼이 빠져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싸늘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 새 하얗게 들어나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채 아직 땅속에 묻혀있는 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은 바닷가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벌똥별과 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 껍질 위에, 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큰 곰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 내어 읽으리라. 「가을의 유서」,  파블로 네루다”

 

치열했던 너의 여름 울긋불긋 들썩이는 정원에 태양의 황금빛을 한가득 투영하고, 후드득 지평선에 부딪치는 투명한 빗방울 형형한 얼룩들로 완연한 가을빛 수채화를 골목마다 장식한다. 그림자같은 여름의 숨결 뒤 한껏 자라나는 가을의 욕망이 당신의 발치에서 깨어나면, 요원한 대지의 신념 이슬의 입맞춤에 결실을 애원하고 비상하는 건들마에 그대 무르익은 기쁨 • 노여움 • 슬픔 • 즐거움 차분히 떠올리네. 

 

“멀쟎아 우리들 잠기리, 차디찬 어둠 속에. 잘 가거라 너무나 짧았던 여름의 강렬한 빛이여! 벌써 들리나니, 안 마당 깔림돌 위에 음울한 소리내며 떨어지는 나무 토막들. 가슴 속에 온통 겨울이 되살아오리니, 분노, 증오, 전율, 공포, 강요된 고된 일 나의 심장은 북극 지옥에 매달린 태양처럼 붉게 얼어 붙은 한 덩어리 혈괴(血塊)에 불과하리니. 몸서리치며 귀기울리며 툭툭 떨어지는 장작 소리, 사형대 세우는 울림이 이보다 더 무딘걸까. 내 마음은 무거운 파성목(破城木)의 연타 아래 무너져내리는 성탑과도 같아. 단조롭게 부딪치는 소리에 흔들리며 듣나니. 어디선가 서둘러 관 뚜껑에 못박는 소리. 누굴 위하여? ― 어제는 여름; 어제는 가을, 이 신비의 소리는 마치 출발인 양 울리네. 「가을의 노래」, 샤를르 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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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卯 - 立秋

2023. 8. 6. 23:59 from 六十干支


오후로 스미는 햇살이 궁핍한 하루의 공복을 채우며 혼미한 일상의 선와에 태풍의 눈같은 고요를 안기고, 오늘의 어떤 의미와 같잖은  ‘살아 있음’을 비추어 작은 소신을 연상하게 한다. 불타버린 감정의 잔허 속 남겨진 어제의 표상은 들판에 불어오는 경향에 회색빛 일색의 도시를 자아내고, 후두둑 비꽃이 내리는 검푸른 언덕으로 질곡의 세월은 기어이 오채의 생을 피어보려 거듭 몸부림친다. 희극과 비극으로 치닫은 폭풍우가 끈적한 눈물을 훔쳐 달아나고, 어제의 영광스런 망령들을 뒤로한 해맑은 청공이 다시금 네메아의 사자의 용맹함을 대적하도록 우리를 부축이는 그런 날, 나는 그대에게 그렇게 물어본다. ‘당신의 한 여름 밤의 꿈은 어떠셨습니까.’ “고된 일로 기진맥진했던 농부들이 깊은 잠에 빠진 채 꿈길이 구만리이고, 활활 타다 남은 장작은 벌겋게 남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처량하게 누워 있는 환자라면 부엉이 울음소리에 수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내 빗자루와 함께 먼저 여기에 온 이유는 먼지 수북한 궁전 뒷마당을 쓸기 위함이니...... 온 세상을 하늘거리는 불빛으로 밝혀주리라. 졸 듯이 꺼지는 모닥불 주변에서 꼬마 요정, 큰 요정 가리지 말고 모두들 나와 덤불 속을 뚫고 나온 새처럼 경쾌하게 춤추고 노래하라. 나를 따라서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발걸음도 가볍게 춤을 추어라.”

 

“오오, 찬란하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 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넘친다. 한가로운 땅에.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의 꽃이 공기의 향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설레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와 댄스로 나를 몰고 간다.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내가 죽으면」, 괴테”

 

나는 봄을 품었고, 너는 여름을 피웠고, 우리는 가을을 가슴에 담는다.  그대의 지향과 나의 결탁과 우리의 향유, 다시금 일상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계절의 매력에 빠진 우리의 일과는 정련된 감정의 기복으로 문득 찾아온 애상에 나의 초라한 어제를 경쾌한 너의 오늘에 고백한다, 우리의 숲은 다사로이 우리의 지난 계절을 사소한 나뭇잎에 허심탄회 젂어내고 있기에, 지친 대지는 또 시의적절 하염없이 편지를 기다리는 어느 날이면.  

 

잎이 진다,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들듯 저기 아득한 곳으로 떨어진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잎이 진다. 그리고 밤에는 무거운 지구가 모든 별들로 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우리 모두가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다른 것들을 보라 떨어짐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이 한없는 추락을, 부드럽게 두 손으로 받아주시는 어느 한 분이 있다. 「가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

 

별을 노래하던 그대 어디 쯤에, 은하수에 담긴 별빛으로 충만하던 그대의 초롱한 눈동자에 순백의 별꽃 개화하고, 새벽에 안긴 달빛이 그대의 내일 그윽이 비추던 그런 날이 시나브로 밝아오면, 나는 바람을 타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언덕길에 서서 다소곳이 그대 더없이 기다려 보기로 작정합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가슴은 까닭없이 저며 오고, 바람과 한숨과 설움의 시간에서 지쳐 방황하는 나의 영혼 울분을 호소하면, 스며드는 소추立秋의 고아한 정취를 배회하는 빛바랜 추억들이 가만가만 우리의 기억들 넌지시 거슬러 당시의 희열을 차분히 보습해 옵니다. 

 

“오, 거센 서풍 ― 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보이지 않는 네게서 죽음 잎사귀들은 마술사를 피하는 유령처럼 쫓기는구나. 누렇고, 검고, 창백하고, 또한 새빨간 질병에 고통받는 잎들을, 오 그대는 시꺼먼, 겨울의 침상으로 마구 몰아가, 날개 달린 씨앗을 싣고 가면, 그것들은 무덤 속 시체처럼 싸늘하게 누워 있다가 봄의 파란 동생이 꿈꾸는 대지 위에, 나팔을 크게 불어 향기로운 꽃봉오리를 풀 뜯는 양떼처럼 공중으로 휘몰아서 산과 들을 생기로 가득 차게 만든다. 거센 정신이여, 너는 어디서나 움직인다. 파괴자며 보존자여, 들어라, 오 들어라! .. 나로 너의 거문고가 되게 하라, 저 숲처럼 내 잎새가 숲처럼 떨어진들 어떠랴! 너의 힘찬 조화의 난동이 우리에게서 슬프지만 달콤한 가락을 얻으리라. 너 거센 정신이여, 내 정신이 되어라! 네가 내가 되어라, 강렬한 자여! 내 꺼져 가는 사상을 온 우주에 몰아라. 새 생명을 재촉하는 시든 잎사귀처럼! 그리고 이 시의 주문에 의하여 꺼지지 않는 화로의 재와 불꽃처럼 인류에게 내 말을 널리 퍼뜨려라. 내 입술을 통하여 잠깨지 않는 대지에. 예언의 나팔을 불어라! 오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어찌 봄이 멀 것이랴? 「서풍의 노래」, 퍼시 비시 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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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卯 - 大暑

2023. 7. 23. 06:59 from 六十干支

 

캐나다 산불 (Wildfire 2023), ©The Star

 

“그러나 그대는 여전히 빛을 비추고 있구나, 하늘의 태양이여! 그대는 여전히 푸르구나, 성스러운 대지여! 아직도 강물은 소리 내며 바다를 향해서 흐르고, 그늘 짓는 나무들은 한낮에 살랑거린다. 오 기쁨에 찬 자연이여! 내가 그대의 아름다움 앞에 눈을 들어올릴 때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천국의 온갖 기쁨이 내가 그대 앞에서 흘리는 눈물 가운데, 연인이 연인 앞에서 흘리는 눈물 가운데 모두 들어 있다. 대기의 감미로운 물결이 내 가슴을 에워싸고 노닐 때면 나의 온 존재는 침묵하고 귀 기울인다. 먼 푸르름 안으로 마음을 빼앗긴 채 나는 자주 천공을 올려다보고 또 성스러운 바다를 들여다본다. 그러면 나는 친밀한 정령이 나를 향해 팔을 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독의 고통이 신성의 생명 안으로 녹아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삼라만상과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은 신성의 삶이며 인간의 천국이다. 살아 있는 삼라만상과 하나가 되는 것, 행복한 자기 망각 가운데서 자연의 총체 안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것은 사유와 환희의 정점이자 성스러운 산봉우리이며 영원한 휴식의 장소이다... 그곳에는 한낮이 그 무더위를, 그리고 천둥이 그 소리를 잃고, 끓어오르는 바다도 밀밭의 물결과 같아진다. 자연은 펼쳤던 팔을 거두고 나는 마치 이방인처럼 자연 앞에 서서 그 자연을 의아해하는 것이다. 나는 그대들 곁에서 진정 이성적인 인간이 되었고,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로부터 철저히 나를 구분해 내는 것을 배웠으나, 이제 나는 아름다운 세계 안에서 고립되고, 내가 성장하고 꽃피웠던 자연의 정원으로부터 내동댕이쳐져 한낮의 태양 볕에 시들고 있는 것이다. 「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이집트 크기의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Great Pacific Garbage Patch), Size of Egypt

 

 

“나는 얼마나 산들과 해변을 정처 없이 떠돌았던가! 아 나는 얼마나 자주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티나의 산정에 올라가 앉아서 매들과 학들을 바라다보고, 수평선으로 가라앉아 사라져버리는 그 용감하고도 즐거운 배들을 바라다보았던가! 저기 저 아래로!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곳으로 그대도 언젠가는 방랑해 가리라... 내가 자주 꽃들 사이에 누워서 부드러운 봄볕을 쬐며 따뜻한 대지를 껴안고 있는 해맑은 창공을 올려다보았을 때, 생기를 돋워 주는 비가 내린 후 산의 품 안에서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아래 앉아 있었을 때, 하늘의 건드림으로 나무가지들이 떨고 이슬방울 짓는 숲 위로 황금빛 구름이 떠돌아 갈 때, 금성이 나이 든 젊은이들, 하늘의 다른 영웅들과 더불어 평화로운 정신으로 가득 차 떠오를 때, 그리하여 내가 그들 사이의 생명이 영원하고도 힘들지 않는 질서 가운데 천공을 지나 움직여 가는 것을 보고, 세계의 평온이 나를 에워싸고 기쁨을 주어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지 못한 채 주목하고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을 때, 나는 그대 하늘에 계시는 선한 아버지시여, 저를 사랑하시는가,라고 나지막하게 묻고는 그의 대답을 내 가슴으로부터 그처럼 확실하고 행복하게 느꼈던 것이다. 「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뉴욕의 오후 (New York 2023), ©CNN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Dusk Storm

 

 

우리가 지난 시대의 망령들처럼 긍지와 환희, 분노와 비통함을 안은 채 아토스 산을 거쳐 위쪽으로 올라가 거기서부터 배를 타고 헬레스폰트 해협으로 들어서고, 이어서 로토스 섬의 해안과 테나룸의 협곡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고요한 섬을 모두 거쳐 갔을 때, 동경이 해안을 넘어 옛 펠로폰네소스의 황폐한 심장부 안으로 우리를 몰아가 에우로타스 강의 고독한 강변과 아! 엘리스와 네메아와 올림피아의 생기 잃어버린 계곡으로 데리고 갔을 때, 우리는 거기 잊혀진 주피터의 사당 기둥에 기대어 서서 들장미와 상록수에 둘러싸여 알페이오스 강의 거친 바닥을 내려다보았으며, 봄의 생명과 영원한 젊은 태양이 우리에게도 인간 역시 한때 존재했으나 이제는 사라져 버렸으며 인간의 찬란한 천성이 이제는 사당의 파편처럼 겨우 남아있거나 죽은 자의 영상처럼 기억 속에 겨우 남아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을 때, 그때 나는 그와 나 자신을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다. 「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Dry River, ©BBC

 

“물과 피를 받고 태어나 대도시의 원시림 속에서 길들여졌다네. 정글은 문명의 칼에 동강나서 또다른 정글과 경계를 이루었다네. 빛의 꼭대기에서 날아다니다가 독약 섞인 강물 속에서 헤엄치는 마지막 어머니여, 공기여, 우리는 공기를 살해한다네. 「마지막 어머니」, 로제 아우스랜더”

 

 

세계 4대 호수 아랄해의 비극 (Aral Sea Tragedy)

 

 

“한밤중에 뜨거운 가슴이 나를 뜰로 끌어내려 이슬 맺은 나무들 아래로 몰고 갔을 때, 샘물의 자장가와 다정한 대기와 달빛이 나의 감각을 달래어 주었을 때, 그처럼 자유롭고도 평화스럽게 나의 머리 위에 은빛 구름이 떠가고 먼 곳으로부터는 바다 물결의 메아리치는 소리가 나에게 울려 왔을 때, 가슴속 사랑의 거대한 환상은 얼마나 다정하게 나의 마음과 함께 어울려 유희했던가! 「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Before and After Corona - Italy, ©Skynews
Before and After Corona - India, ©The Guardian
Before and After Corona - Hong Kong
Before and After Corona - Venice

 

 

“왼쪽에서는 거인처럼 물줄기가 내 머리 위에 있는 대리석 바위로부터 숲 속으로 떨어져 내리며 환호했다. 그 대리석 바위 위에는 독수리가 새끼들과 함께 노닐고 있었으며, 그 눈 덮인 산정은 푸르른 대기 가운데로 빛을 뿜고 있었다. 오른쪽에서는 시피러스 산맥의 숲 너머로 먹구름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구름을 몰고 오는 폭풍우를 느끼지는 않았다. 나는 오로지 내 머리채 사이로 미풍을 느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미래의 목소리를 듣듯이 천둥소리를 들었고, 예감된 신성의 먼 빛을 보듯이 그 불길을 보았던 것이다. 나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계속 걸었다. 거기에는 진정 낙원과 같은 대지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 카이스트로스 강이 그 대지를 꿰뚫고 흘렀는데, 자기를 에워싼 풍요로움과 사랑스러움 가운데에서 아무리 머물러도 충분하지 않기하도 하다는 듯이 매혹적인 우회로를 거쳐 흘렀다. 마치 미풍처럼 나의 영혼은 이 아래 산자락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낯설지만 평화로운 마을로부터 메소기스 산맥의 연속된 산이 가물거리는 저 안쪽까지 이 아름다움에서 저 아름다움으로 행복하게 헤맸다. 「휘페리온」, 프리드리히 횔덜린”

 

 

휘페리온의 배경이 된 그리스 (Greece in July 2023, which served as the backdrop for Hyperion), ©AP Photo/Petros Giannakouris

 

산호 백화현상 (Coral Bleaching), ©Brett Monroe Garner / Greenpeace via Reuters file

 

 

헤세가 사랑한 알프스 (Bloody Alps by microalgae), ©BBC

 

 

과도한 지하수 채취로 인한 싱크홀 발생 (Sinkhole was caused by excessive groundwater withdrawal), ©AFP, "만약 우리가 오늘과 같이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면, 2040년 쯤에는 사용할 물이 고갈될 것입니다. (There will be no water by 2040 if we keep doing what we're doing today.) Professor Benjamin Sovacool, Aarhus University, Denmark"

 

호주 캔버라, 2주 간격으로 찍은 사진 (Australia Canberra two weeks apart)

 

멕시코의 여름 (Mexico Summer Hail Storm), ©Extra.ie

 

이탈리아 베네토에서 발생한 때 아닌 여름 우박 (Unseasonal summer hail in Italy Veneto July 2023), ©LetItShine69

 

야훼의 10가지 재앙 中 (Fish raining from the sky, much like the ten plagues of Yahweh in Honduras)

 

죽은 물고기가 흐르는 브라질 아티바이아의 호수 (A lake flowing with dead fish in Brazil Atibaia), ©Ana Perugini

 

노르웨이 트롬소 청어때의 죽음 (Mass mortality of herring in Norway Tromso), ©Jan Peter Jorgensen

 

뉴질랜드에 위치한 477 마리의 고래 무덤 (Graveyard of 477 whales in New Zealand), ©Tamzin Henderson AP

 

인도에서 발생한 메뚜기 재앙의 역습 (Counterattack of the locust plague in India), ©PTI

 

케냐에서 촬영된 사막 메뚜기 떼 (Desert locust swarm filmed in Kenya), ©FAO

 

쇼핑을 하면서도 플로리다 러브-벅스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매료되시나요? (Do you find yourself captivated by the allure of the Florida Love-Bug while you indulge in your shopping endeavors?)

 

 

“네가 태어난 하늘을 기억하라. 밤하늘의 별들, 그 각각의 이야기를 알라. 달을 기억하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라. 새벽의 먼동을 기억하라. 그때가 하루 중 가장 신성한 시간임을 알라. 해가 서녘으로 지는 순간을 기억하라. 해가 밤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그 순간을 기억하라. 대지를 기억하라. 그 피부가 바로 너임을 기억하라. 붉은 흙, 검은 흙, 노란 흙, 흰 흙, 갈색의 흙 우리는 대지이며 흙이다. 식물들, 나무들, 그리고 동물들을 기억하라. 그들 또한 그들의 가족과 부족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라. 그들은 살아 있는 시이다. 바람을 기억하라.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그녀는 이 우주의 기원을 알고 있다. 우주의 네 방향과 중심에서 부르는 춤의 노래를 너는 모든 사람들이며 모든 사람들이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너는 이 우주이며 이 우주가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움직이고 있는 모든 것이 바로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언어가 그들로부터 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 언어는 춤이며, 생명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기억하라」, 조이 하르요”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빙하가 아닌, 절벽을 오르던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코끼리들이 동료들에게서 밀려나 낭떨어지로 떨어지게 됩니다. (Instead of melting glaciers, endangered sea elephants plunge and tumble off cliffs to their deaths)

 

더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이 생명에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위로가 있습니까? (What more words are needed? Can there be comfort we can offer to this life?)

 

“생명의 하느님, 다른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소서. 그들이 숲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기억하겠나이다. 그들이 도시에서 겪는 푸대접을 기억하겠나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 보호자, 섭리자의 역할을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 주게 하소서. 우리가 들짐승을 잔인하게 대하지 않도록 금지하소서. 존경심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을 우리에게 주소서. 나보다 약한 피조물을 경애하도록 가르쳐 주소서. 모든 생명의 물줄기는 당신의 생명에서 흘러나오는 것. 생명이란 지금도 우리에게는 신비일 뿐, 우리가 짐승과 새와 친하도록 도와주소서. 그들의 배고픔과 목마름, 피곤함과 추위, 집을 잃고 헤매는 고통에 공감하도록 도우소서. 우리의 기도 속에 그들의 어려움도 끼워 넣도록 도우소서. 「자연을 위한 기도」, 조지 마테슨”

 

 

이 비참한 재앙이 어떻게 발생되었을까요? (What brought forth this tragic calamity amidst the fires of California?)

 

여기는 세계의 정상입니다 (This is the pinnacle of the world), ©Impactscool Magazine

 

그 많던 오물은 누가 다 먹었을까? (Who takes care of the garbage on Everest Mountain?) ©Martin Edstrom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떠러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끝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처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갓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떠러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알 수 없어요」,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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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卯 - 穀雨

2023. 4. 20. 12:59 from 六十干支

 

아롱거리는 청묘한 계절의 관성, 또 다른 계절은 아사리느니 되풀이되는 자연의 이적에 눈먼 감성은 놀란 가슴 맞추고 잿빛의 거리 이저리 쏘다녀 푸석한 대지에 흩뿌린 봄비와 같은 눈물을 적시네. 파릇한 너의 활기, 생기 있는 너의 해맑은 발돋움, 그지없이 쏟아지는 평온과 되찾은 중력은 너의 미소에 애증을 서리어 나는 꽃바람에 취하고 봄바람에 휘청거리네. 하사하신 당신의 순수는 계절의 기교를 맞이한 나에게 첫 걸음마를 내딛는 아이의 단조로움을 알리고, 그대의 곁을 맴도는 훈향은 점점 퍼져나가 비로소 눈뜬 야생이 봄의 제전을 위한 촛불을 하나둘 밝혀가네. 물결치는 봄볕에  살랑거리는 상록수 가지를 보노라면 이에 질세라 올망졸망 새잎을 틔우기 바쁜 벚나무에 시선이 빗맞고,  수척한 강물이 시내를 재촉하며 갓 떠오른 새싹들이 강파른 하늘에 기우재를 올릴 무렵 우리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풀잎의 유년에 애잔한  향수를 떠올려 망울진 우리의 앳된 봄꽃을 피우려 하네. 

 

아사리느니: 희미하게 움츠려드니 

“사랑이란, 거꾸로 들고 끝에서부터 읽은 책.  「사랑이란」, 원태연”

“어쩌죠, 까맣게 잊었더니 하얗게 떠오르는 건. 「어쩌죠」, 원태연”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으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 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김소월”

어룰없이: 얼굴 없이, 덧없이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김소월”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푸른 우산 가지고 꾀죄죄한 양 떼 몰며, 치즈 냄새 풍기는 옷을 걸치고, 호랑가시나무나 참나무나 모과나무 지팡이를 짚은 너는 간다, 저 언덕의 하늘 향하여. 털 빳빳한 개와, 퉁겨 나온 등허리에 색 바랜 물통을 지고 가는 나귀를 따라가는 너. 너는 여러 마을의 대장간 앞을 지나, 흰 덤불덩이 같은 네 양 떼 풀을 뜯을 향내 나는 산으로 돌아가리라. 거기서는, 안개가 옷자락 끌며 산봉우리 가리고, 거기서는, 털 빠진 독수리 떼가 하늘을 날고, 이내 따라 저녁 연기 불그레 타오른다. 거기서, 너는 저 광막한 천지 속에 하느님의 정령이 떠돎을 조용히 바라보리라. 「푸른 우산 가지고」, 프랑시스 잠”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로운 때를 고초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님과 벗」, 김소월”

허공을 채우는 푸르름, 광야를 얼룩지게 하는 흙먼지와 봄비의 결연, 풀 향기에 슬픔 아시우고 고아한 봄빛에 발랄한 표정지으며 활기를 찾아가는 정오의 화원에, 가파른 언덕을 구르며 냉랭한 시냇가로 스미는 빛의 알갱이가 이어서 펼쳐질 오후의 정원을 조용히 장식하네. 화단을 가다듬는 봄의 정령들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꽃바람이 거치른 골목과 수선한 거리의 가로수를 매만지면, 봄 향기에 취해버린 너의 일상 한바탕 평온이 휘감고, 편견에 빠져버린 그대의 감성은 고집스레 신기루 같은 봄의 기운을 두 눈에 오롯이 담아내네.  

들판에 유채꽃이 물들고 양떼같은 구름들이 지평선을 향하면 부지런한 풀벌레는 이슬과 입맞추고 봄의 혈관을 채우는 꽃향기는 휘늘어진 오전을 나직이 보듬는다. 푸른 언덕에 오른 목동이 휘파람을 불러 젖히고 그의 충실한 보더 콜리는 배고픈 한 무리의 벗들을 촉촉한 초원으로 인도하면, 고즈넉한 들녁에 물결치는 대지의 숨결이 행렬의 등줄기를 가만가만 어루만지네. 포플러 나무에 기댄 그가 만약 무료함으로 풀피리를 불기 시작한다면 마을 어딘가에서는 ‘복숭아꽃들 밑에서 화사한 햇빛에 섞이는 주름 장식 같은’ 금발의 소녀가 낡고 검은 물통으로 은빛 은방울들을 끌어올릴까. 그렇다면 지붕에 드리운 하늘의 푸름은 토토로의 숯검댕이처럼 하늘로 떠오르고 ‘경련하는 지평선 아래 나무들은 게으르게 일렁이겠지.’ 아마도 봄을 입은 황금빛 날개의 나비가 어리광을 부릴 줄 아는 은빛 플라테로의 두 귀와 어울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떤 날에.  프랑시스 잠의 정오의 마을 오마주hommage

갇혀버린 우리의 봄, 저 너머 햇빛은 쏟아지고 있는데 저기 자라나는 것은 너의 눈물을 먹고 자라나 나의 한숨을 피워내는 것인가. 봄은 희망인가, 슬픔에 빠진 희망은 눈멀고 귀먹어 벙어리가 되어 버렸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만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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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卯 - 淸明

2023. 4. 5. 12:59 from 六十干支

 

4월애愛, 참다못한 하늘은 망연히 눈물을 흘려. 어쩌면 데메테르가 끔찍이 기도하는 걸까. 순례하는 페르세포네가 스틱스를 건너 별들의 들판에 닿아 헤스페로스, 에오스와 재회하는 거야. April showers bring May flowers, 누구를 위한 소나기 일까. 우리에겐 아마도 쇼팽의 프렐류드가 필요할거야. 오렌지 빛 황금, 몰약, 유향, 그리고 호라이와 제피로스. 잔잔한 서풍이 나풀거리네. 이런 이유로 낯별의 간절함에 슬픔의 애통이 증발하고 고결한 순백의 백합이 한껏 피어오르는 그때가 한뼘 다가오면, 계절의 서막이 빼꼭히 자취를 들어내고 되찾은 벅찬 삶의 애환이 개화하기 앞서 움켜줜 두 손에 고인 땀으로 긴장된 가슴을 쓸어내릴 그 쯤, 우린 기약한 가이아의 유쾌함에 기꺼이 쾌재를 두말없이 날려줄 수 있을거야.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내려온 햇살의 간절함이 새벽을 보살피던 이슬을 말없이 데려가는 그런 봄날에, 난데없이 너의 마음을 노크하는 어색한 청명의 파노라마가 사늘한 나의 계절을 진정 물들일 수 있다면. 과분한 한 여름밤의 꿈이 너를 방문한다면 우린 거침없이 이렇게 말하겠지. 퍽 씨, 우린 매미의 삶을 선택하겠습니다. 응, 우린 분명 그렇게 소리치겠지.

“네가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 참회하면서 백 마일의 사막을 무릎으로 길 필요도 없지. 단지 넌 네 몸속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나에게 절망을 말해봐, 네 절망 말이야, 그럼 나도 내 절망을 말해줄게. 그러는 동안 세상은 세상대로 굴러가겠지. 그러는 동안 햇살 그리고 굵은 빗방울, 초원과 수풀, 산과 강이 있는 풍경을 가로질러 가겠지. 그러는 동안 높푸른 창공의 기러기 집으로 돌아오려고 다시 방향을 잡을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의 상상력에 모든 걸 제공해주는 세상은 거칠고 신나는 기러기처럼 거듭거듭 네게 말해줄 거야. 이 세상 만물은 모두 가족이고 거기 네 자리가 있다고. 「기러기」, 메리 올리버 (번역 공지영)”

“나는 이 세계가 제복을 차려입고 있기를, 말하자면 영원히 ‘도덕적인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기를 바랐다. 위대한 개츠비”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데려갈 거야. 어쩌면 꽃들이 아름다움으로 너의 가슴을 채울지 몰라. 어쩌면 희망이 너의 눈물을 닦아 없애 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침묵이 너를 강하게 만들거야. 「어쩌면」, 댄 조지”

“나는 나의 할일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합니다.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당신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당신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나이며, 당신은 당신일 뿐입니다. 어쩌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다면 참 멋진 일이겠죠. 만약 그렇지 않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게슈탈트 기도문」, 프리츠 펄스”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마야 안젤루”

 

“밝은 길은 어둑한 듯하고, 앞으로 나가는 길은 물러나는 듯하며, 평평한 길은 울퉁불퉁한 듯하고, 가장 훌륭한 덕은 계곡과 같으며, 정말 깨끗한 것은 더러운 듯하고, 정말 넓은 덕은 부족한 듯하며, 건실한 덕은 게으른 듯하고, 정말 참된 것은 변질된 듯하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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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卯 - 春分

2023. 3. 21. 12:59 from 六十干支

 

봄은 언제와? 지각생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지. 아네모네, 번치베리, 별꽃, 황련, 초롱꽃, 야생 딸기, 헐떡이풀. 어디쯤에나? 다시 뜻밖의 눈보라가 몰아치고, 휘리릭 스쳐가는 높바람이 뭍의 호흡을 흩고 최고조에 달한 낮별의 기조에 생채기를 새겼을 쯤. 그리고, 우리는 여름을 기다려야 해? 우리는 여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 그해 여름, 그때가 매미의 해방이련가. 긴 침묵과 구속, 짧은 구애와 기탄, 영원을 바라는 길고도 짧은 삶의 동경을 적어볼까, 그래. 다가온 그 한없는 풍요로움에 그리움은 그렇게 덧없이 흩어져 버려, 그려오던 그 계절이. 그렇지, 요란한 겨울이 고별을 고하기도 전, 완연한 수직의 봄빛은 몽확적인 수채화로 너의 시선을 모처럼 두근두근 설레이게 물들이겠지, 꿈꾸는 어느 오후 포근한 기억들이 저 멀리 수평선 끄트머리에 쏟아질 무렵, 봄비처럼 왈칵 흘러내린 눈물이 고여버린 조각난 아침을 추스려 달래는 어느 오후는 그렇게 후련하게 시간의 필련들이 시나브로 흘러가길 간절히 소원하며. 나의 봄은.

“내 시는 망각에게 줄 것이요, 내 마지막 숨결은, 그녀에게로...!,  「친구들에게 남기는 내 유언장」, 푸시킨 1815”

“사랑의 분수, 살아 있는 분수! 난 너에게 장미 두 송이를 선물로 가져왔다. 너의 끊임없는 속삭임과 시와 같은 눈물을 사랑한다. 너의 은빛 가득한 물보라, 차가운 이슬이 되어 나를 적신다. 아, 흘러라, 흘러라, 기쁨의 열쇠여! 어서 너의 지난 이야기를 속삭여다오...... 사랑의 분수, 슬퍼하는 분수! 나 역시 너의 대리석에게 묻는다. 먼 나라 이야기만 들리는데 마리에 대한 이야기는 왜 안하느냐. 할렘의 창백한 별이여! 여기서도 너는 잊히는구나. 아니면 마리아와 사례마는 행복한 꿈 한 조각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저 상상 속의 꿈 하나가 공허한 안개 속에서 그렸는가. 자신의 부질없는 모습을 영혼의 희미한 이상을?  「바흐치사라이 궁전」, 푸시킨 1824”, 바흐지사라이 궁전Ханский дворец, Ханський палац은 1532년에 크림반도에 세워진 것으로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터키의 톱카프 궁전과 돌마바흐체 궁전 등과 더불어 유럽에 있는 가장 잘 알려진 이슬람교 양식의 궁전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에는 참아라, 기쁜 날은 반드시 올 터이니. 마음은 미래에 사니 현재는 항상 어두운 법. 모든 것 한순간에 사라지나, 지나간 것 모두 소중하리니. 푸시킨, 1825년 백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Ave Maria, gratia pleana」, 윤동주”

“아름다운 친구여, 내 생각엔 그대는 늙을수 없는 것 같아라. 내가 처음 그대의 얼굴을 봤을 때 같이 지금도 그렇게 아름다워라. 추운 겨울에 세 번이나 나무 숲에서 여름의 자랑을 흔들어 버렸고, 아름다운 봄이 세 번이나 황금빛 가을로 변했어라. 계절의 변화를 눈여겨 보았더니 4월의 향기가 세 번이나 뜨거운 6월에 불탔어라, 싱싱하고 푸르른 그대를 처음 뵈온 이래로. 아!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해시계의 바늘처럼 그 숫자에서 발걸음도 안 보이게 도망치도다. 그대의 고운 자색도 내 변함없다고 여기지만 실은 움직이며, 내 눈이 아마 속는 것이로다. 그 염려 있나니 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여, 들으라. 너희들이 나기 전에 미의 여름은 이미 죽었어라. 소네트 104, 셰익스피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의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이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닌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One´s Country」, 한용운”

“사랑은 두 개의 고독이 서로를 방어하다가 서로를 접하고 인사하는 것이다. 릴케”

 

“시냇물이 흙을 취하게 한다. 숨도 쉬지 않고 들이마신 봄은 눈이 멀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풀밭에 드러눕는다. 그리고 거나하게 취한 그의 숨을 꽃의 입으로 쉬고 있다. 「Wasser berauschen das Land」, 릴케”

“장미여, 아 순수한 모순이여, 이렇게도 많은 눈꺼풀에 싸여서 누구의 잠도 아니라는 기쁨이여. 「Rose, oh reiner Widerspruch,Lust」,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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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卯 - 驚蟄

2023. 3. 5. 13:59 from 六十干支

 

봄의 소리. 바스락바스락, 새로 봄날은 간다. 봄의 소리란. 생명의 약동? Vital? 기지개, 하품? 아니면? 바람의 노래인가. 파도의 흥얼거림? 봄비를 적시는 바위와 심술궃은 시내의 마찰음? 대지의 요동침, 생명의 역동적이고도 세심하고도 연약하고도 매우 작고도 소소한 숨결? 그래, 화사함을 기다리는 언덕의 요들, 희망의 싹을 틔우려는 가지들의 발동. 아니 모두는, 온동네를 발칵 뒤집어 놓고야 마는 지렁이와 마멋의 숨바꼭질 공연을 바라는지도. 노랑, 연두, 이슬, 서늘하고, 흐릿, 떪다, 시적거리는 계절, 맨드라미 피어나, 강파른 나는 도스르고, 그리고 그윽, 그리고 아늑, 그리고 포근함. 정말 나비가 올까, 충만한 봄빛이 스며들길 기도하는 어느 서글픈 날이면.

 

볕발이 따스거늘 양지쪽 마루 끝에 나어린 처녀 세음으로 두 다리 쭉 뻗고 걸터앉아 생각에 끄을리어 조을던 마음이 알궃게도 쪼이는 볕발에 갑자기 놀라 행여나 봄인가 하고 반가운 듯 두려운 듯. 그럴 때에 좋은세라고 낙숫물 소리는 새 봄에 장단 같고, 녹다 남은 지붕 마루터기 눈이 땅의 마음을 녹여 내리는 듯, 다정도 하이, 저 하늘빛이여. 다시금 웃는 듯 어리운 듯, 아아, 과연 봄이로구나! 생각하올 제 이 가슴은 봄을 안고 갈 곳 몰라라. 새봄, 조명희

 

추천: 봄의 왈츠, 요한 슈트라우스, 봄의 제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사계: 봄, 안토니오 비발디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가 아니며 남들이 생각하는 나’도 아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남들이 생각하고 있는 나’이다. 찰스 쿨리”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작은 바람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숲을 쓰러뜨려 나무들을 가져다주어야지, 추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빵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모든 이들의 양식이 되어야지, 배고픈 사람들의. 그러나 그 위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비가 내려 바람을 잠재우고 빵을 녹여 모든 것들이 이전과 같이 되었다네. 가난한 사람들은 춥고 여전히 배가 고프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아. 만일 빵이 부족하고 세상이 춥다면 그것은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 「너무 작은 심장」, 장 루슬로”

“만일 내가 무엇인가로 돌아온다면 눈물로 돌아오리라. 너의 가슴에서 잉태되고 너의 눈에서 태어나 너의 뺨에서 살고 너의 입술에서 죽고 싶다. 눈물처럼. 「눈물」, 작가 미상”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이븐 하짐”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베풀라. 당신이 어떤 일에 성공하면 몇 명의 가짜 친구와 몇 명의 진짜 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 솔직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작은 사람들의 총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동정을 베풀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우라. 당신이 몇 년을 걸려 세운 것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라. 당신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마더 테레사”

“매 순간 인간의 손으로 지어지지 않은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라. 하나의 산, 하나의 별, 구불거리는 강줄기, 그곳에서 지혜와 인내가 너에게 찾아오리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시드니 레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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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efres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