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론은 세금, 복지, 금리, 노동 시장 등의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며, 나아가 노동 환경이나 임금, 또는 주택 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 상환금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거시경제macroeconomics란 GDP, GNP, 물가, 실업률, 경제성장, 국제수지, 환율이고, 미시경제microeconomics란 수요와 공금, 소비자, 기업, 독점시장을 말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학은 서로 다른 비전과 연구 방법을 자랑하는 다양한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이 활동하는 분야였다.가장 굵직한 학파만 해도 고전학파Classical, 마르크스주의Marxism, 신고전학파Neoclassical, 케인스학파Keynesian, 개발주의Developmentalism, 오스트리아학파Austrian, 슘페터학파Schumpeterian, 제도주의Institutionalism, 행동주의Behaviorism 등 다양했다. 이 수많은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서로 공존했을 뿐 아니라 상호 교류를 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1920년대와 1930대의 오스트리아학파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 그리고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케인스학파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그랬듯 목숨을 걸고 서로 죽일 듯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파 간의 상호 교류가 더 점잖게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다. 각 학파는 활발한 토론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시행한 정책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논점을 갈고닦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학파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도 했고(많은 경우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이론들을 융합하는 시도가 학계 일부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의 경제학 분야는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진 수없이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하며 경쟁을 벌이는 요즘의 영국 음식 분야와 닮은 데가 많았다. 모두 각자의 전통에 긍지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배우지 않을 수가 없고, 그 과정에서 의도하든 하지 않든 크고 작은 융합이 많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1990년대 이전의 영국 음식 문화처럼 되어 버렸다. 한 가지 학문적 전통, 다시 말해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메뉴의 전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필립 코틀러는 케인스 학파의 수장인 폴 새뮤얼슨과 신자유주의의 대표주자이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 밑에서 공부한 학자로 자본주의의 14가지 문제를 열거했다.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연구에 착수하자마자 현재의 자본주의는 빈곤층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들에게 너무 낮은 임금을 주며, 중산층을 축소하는 반면 수퍼리치에겐 그들이 일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은 보상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현재의 자본주의가 5년에 한 번씩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기업의 환경 파괴를 세금을 들여 개선하도록 하며, 건강한 사회보다는 탐욕을 장려한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이렇게 발견한 문제가 14가지입니다. 1. 빈곤 해결책이 없다. 2. 불평등이 심해진다. 3. 생활임금은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진다. 5. 기업이 ‘사회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6. 환경과 천연자원이 남용된다. 7. 경기순환이 불안정을 초래한다. 8.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 채무 증가를 조장한다. 10. 정치인·기업이 시민 이익을 저해한다. 11. 장기 투자보다 단기 수익을 선호한다. 12. 품질·안정 등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 13. 국내총생산(GDP) 성장에만 집중한다. 14. 사회적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코끼리 곡선」, 중산층은 국가경제에 중추 역할을 감당하는데, 세계적인 불평등 연구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연구 결과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고소득 국가의 중위계급과 인민계급이 지난 38년 동안 물가상승에 따른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또한 코로나 당시 포퓰리즘에 의해 고삐풀린 현금복지의 결과로 불어닥친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디폴트 위기로 인해 주저앉은 주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상승이 식료품 기업들의 공산품 가격에 영향을 미쳐 곡선의 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원자재는 현물거래를 주로 하는 투자시장과는 달리 보통 선물거래를 하는데, 1개월, 2개월, 3개월, 6개월, 1년 뒤 인도할 상품을 미리 계약하는 특이한 거래방식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 보통 국가가 식료품 가격을 통제하여 서민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지금과 같이 물가가 요동칠 때 선물거래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국가의 통제아래 낮은 수익으로 만족했던 식료품 기업들은 이와같은 파동에서 발생한 거품을 통해 작은 손해를 보거나 큰 이익을 얻기도 한다. 그래프 출처: 한겨레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속하며, 이것은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라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사회 구성체다. 독일 사회주의자 빌헬름 리프크네히트가 처음으로 사용한 국가자본주의를 실행하는 국가들도 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의 국가주의적인 대량의 국유화 정책을 뜻한다. 공산권 국가에서는 이것은 공산주의 신경제정책이라고 하여 국가 주도의 시장경제체제가 조성되고, 상당수의 기업들이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받으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국영기업 비율이 높다. 자본의 세계화 흐름에 따라 부각된 신자유주의란 ‘경제적 자유가 정치적 자유와 개인의 자유로 이어진다’는, 즉 경제적 자유방임주의 원리를 지향하고 복지국가의 성향을 띤 사회주의를 대항하는 작으면서도 강한 정부를 추구한다. 따라서 정부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협정을 중시하며,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규제 완화에 주력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민은 국가의 보호없이 세계 자본에 직접적으로 마주하여 하버트 스펜서의 「사회 진화론」에서 처럼, ‘적자 생존설로 우수한 자들만이 살아남아 인류는 계속 사회발전을 한다는 사상’을 사수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불거지는 문제점은 지나친 시장주의와 규제 완화로 앨리트주의가 중시되며 불평등으로 인한 서민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동시, 복지와 경기부양책의 확대된 지출을 결재하기 위해 기축통화를 마음껏 발행하며, 인프라법을 추진하여 반도체 산업에 국가 개입주의 모습을 보이는 양상들은 ‘시장 근본주의’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쓴 ‘국가자본주의’로 여겨질 뿐이다. (고로 국가핵심기술 발전의 명목으로 동원된 자유주의 기업들을 위해 수정헌법 또한 다시 수정되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주의’를 주창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도체가 기간산업인 국가들은 경제와 안보를 수호하고 장차 발생할 고립무원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주의를 역행할 수 밖에 없는 부득이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알코올, 알카리, 알지브라algebra(대수학), 알고리즘(인공 지능의 핵심 요소, ‘알al’은 아랍어의 정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아랍의 지혜를 빌려와 자카트(기업, 사회단체, 그리고 국민개인의 기부를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사회적 시스템)를 활용하며, 은행은 이자를 금지하는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예금된 돈을 투자하여 이윤을 남기며, 돈을 빌린 자가 실직이나 질병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 부자인 예금주가 그 손해를 떠안게 하는 제도를 고려해 볼 만도 하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자연스러운 동반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개념은 사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미국의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기업자본주의입니다. 최대 수익만 보장되면 세계 어디로든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는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는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엇갈리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갈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이끌어갈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필립 코틀러”

 

 

 

 

 

 

 

 

 

 

 

 

“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단순히 백가지 꽃이 피게만 해서는 안 된다. 그 꽃들을 이종 교배해야 한다. 각 경제학파는 서로에게 배움으로써 큰 혜택을 볼 수 있고,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더욱 깊게 해 줄 것이다. 「경제학 강의」”

 

남에메리카 국가들이 자유 무역 정책의 선구자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자유 무역 정책은 자유 의지로 실시된 것이 아니었다. 19세기 초반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벗어난 후 이 나라들은 영국이 이끄는 유럽 강국들의 압력을 받아 후대에 불평등 조약unequal treaty이라고 불리게 되는 협정에 서명해야 했다. 이 조약들에서는 다른 무엇보다(치외법권extraterritoriality: 강한 나라의 시민이 약한 나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약한 나라의 법 체계가 더 ‘발전한’ 나라의 국민을 심판하기에는 너무 질이 낮다는 것이 이유. 이 조약들에는 또 강한 나라의 개인과 기업이 약한 나라의 천연자원을 헐값에 착취할 수 있도록 하는 채굴권, 벌목권 조항도 포함되어 있음.) 자체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 자율권tariff autonomy’을 약한 나라들로부터 빼앗아 자유 무역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주 낮은 단일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만을 허용해 정부가 작은 세수는 거둘 수 있지만 국제 교역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는 없도록 했다. 1830년대부터는 아직 식민지화되지 않고 독립 정부를 유지하고 있던 튀르키예(당시 오스만제국), 태국(당시 시암), 이란(당시 페르시아), 중국 등의 다른 약국들도 강제로 불평등 조약을 맺고 자유 무역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도 1853년 미 해군 페리 제독의 함포 외교’로 강제 개국을 한 후 불평등 조약들을 맺었다. 이 조약들이 모두 만기가 된 1910년대에 들어선 후 일본은 재빨리 자유 무역을 포기하고 산업 관세를 평균 30퍼센트로 올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자국의 산업을 우월한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중남미 국가들도 불평등 조약들이 1870년대와 1880년대에 만료되자마자 이미 일본과 같은 조치를 취한 상태였다. 19세기~20세기 초반까지 세계적으로 강제 자유 무역이 널리 확산되었으나, 네덜란드와 스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대륙과 북아메리카 국가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보호 무역을 했다. 미국과 같은 경우 1830년부터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평균 관세율을 35~50퍼센트까지 올려 가장 강력한 보호주의를 실시한 국가이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묘사했던 ‘완벽한 자유 무역이 행해진 75년’은 사실 불평등 조약에 묶여 있던 약소국들의 비명소리에 가득한 기간이였을 뿐이다. 국가들이 실행하는 ‘유치 산업infant industry’을 해밀턴이 사용한 ‘유아기에 있는 산업’이라고 말하는데, 트럼프 관세폭탄처럼 선진국이 추진하는 ‘유치 산업은 정녕 유치하기 짝이 없다. 바야흐로 작금의 현실속 개도국들은 부강지국에 속한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다자간 금융 기구들을 통해 지불되는 차관 때문에 여전히 자신들의 의견을 표면적으로 들어내기 꺼려한다. 

 

우선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을 정하는 초기 협상 단계에서부터 강대국들은 규칙 자체가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아젠다를 조정했다. 예를 들어 세계무역기구는 제조업체들에 비해 농산물 생산업자들을 보호하는 무역 정책이나 보조금 등에 대한 규제를 훨씬 덜 한다. 상대적으로 볼 때 부자 나라들은 농업 부문이 약하고, 가난한 나라들은 제조업이 약하기 때문이다. 자국 영토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은 또 어떤가. 세계무역기구는 국산 부품 사용 요건(정부가 다국적 기업들에 수입품이 아니라 국산품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을 사라고 요구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부자 나라의 기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규칙은 부자 나라에 훨씬 큰 해택을 가져다준다. 게다가 종이에 쓰인 규칙과 그 규칙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다른 경우도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관세에 관한 규칙이 그렇다. 이 규칙은 사실 개발도상국들에 더 높은 관세율을 허용하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 더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규칙으로 혜택을 보는 개도국은 그다지 많지 않다. 부자 나라들이 힘을 행사해서 개도국들에 허용된 관세율을 완전히 적용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보통 재정적 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자 나라들은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의 중요 조건으로 무역 자유화를 내걸곤 한다―부자 나라가 직접 제공하는 양자간 대외 원조뿐 아니라,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등의 다자간 금융 기구들을 통해 지불되는 차관을 제어하는 장본인들 또한 바로 부자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소프트 파워를 사용하기도 한다. 더 학술적인 용어를 동원하자면 관념의 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학계, 국제 언론, 정책 싱크 탱크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들 스스로 자유 무역이 자국에 좋은 것이라 생각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 결과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으로는 20퍼센트, 심지어 나라에 따라 30퍼센트까지 관세를 매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개발도상국들이 실제로 적용하는 산업관세율은 평균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의지에 반하는 뭔가를 강제로 하도록 하는 것만 힘이 아님을 부여 주는 좋은 예다. 힘은 보복이 두려워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것이 자기 이익에 반한다고 믿도록 만들기도 한다. 

 

지난 몇 십년 사이 영국과 미국의 경제는 과도하게 발달한 금융 부문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로 변신했지만, 금융 경제는 결국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붕괴되고 말았다. 그 이후 이 두 나라가 일구어 낸 미약한 회복은(경제학자들은 장기 침체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또 다른 금융 거품(과 부동산 거품)에 기반을 두고 있다중앙은행 주도로 역사상 가장 낮은 이자율과 이른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프로그램이 이 회복을 떠받치고 있는 설정이다. 팬다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소득 하락으로 절망할 때 주식은 이와 전혀 상관없이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갈아 치웠던 것처럼, 우리는 금융 시장이 실물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오직 가진자들이 욕망하는 유희를 채워줄 Monopoly 보드게임에 불구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잦아지고 (가능성이 희박하나) 만약 이자율이 다시 하락한다면 우리는 다시 불로소득을 부축이는 부동산 투기로 공실률과 비례되는 젊은 층의 깊은 한숨소리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Posted by trefres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