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 때와 절기를 알아 봄을 맞아 생기를 준다. 바람결을 따라 몰래 밤에 찾아들어 만물을 적시네, 가늘어 소리도 없이. 들길에는 구름이 온통 컴컴한데 강 위의 배 등불만 반짝거린다. 동틀 무렵 보리라, 그 붉게 젖은 곳에서 물기 머금은 꽃들 금관성 압도하는 장관을. 두보의 춘야희우와 손괘” 

 

가느다랗게 가만히 그대의 봄에 넌지시 가라앉는다, 여름에 가닿을 그대의 휴식같은 밤이 이슬에 젖어 가을의 문턱을 형형한 광채 어린 꽃-향기로 채색하도록.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낙화” 

 

저게 들국화, 저게 싸리꽃, 저게 도라지꽃......, 마타리꽃, 나는 하나도 버리지 못한다......, 오랜 망설임과 긴 휴지로부터 화분에서 시선을 거두며. 소나기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 4계절이 번갈아 들고 만물이 자라나지 않던가.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 공자

여름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해가 뜨자 무더움이 찾았고, 사나운 소나기 대지를 적시며, 돌연 바람이 낙조와 출렁인다. 그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밝음을 어둡게 감추라. 명이괘

한 여름 君主 밤 사랑꽃의 즙 단잠에 취한 그대의 눈에 나리도록 구름아 달빛 臣下을 감추어라. 

 

꽃 사이 놓인 술 한 병 들고 홀로 마시지 친한 이 없기에. 술잔 들어서 밝은 달을 맞이하고 그림자를 마주하니 셋이 되었다. 달은 술 마시는 멋 모르고 그림자는 날 따라 움직이기만 하네. 잠시나마 달과 벗하며 그림자를 데리고 즐겁게 놀아보리라 이 봄이 가기 전에. 내가 노래하니 달은 서성이고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 어지러워. 술이 깨었을 때는 같이 즐기고 취하고 나면 제각기 흩어지리라. 영원히 담담한 우정을 맺어 아득히 먼 은하수에서 다시 만나리. 월하독작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은 꽃-향기에 취해 버린 달밤 페르세포네의 그림자 Virgo 데리고 우리 말없이 깨어나고 흩어지리라.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 우리 아득히 먼 은하수 기하고.

 

다행히 헐벗음과 굶주림을 면한다면 그 밖에 다시 무엇을 바랄까. 욕심을 줄이면 허물이 적고 천명을 즐기면 마음이 우울하지 않다. 어찌해야 나의 뜻을 밝힐까. 주역이 내 책상머리에 놓여 있다. 영승리관거

자강불식 自強不息, 나는 파스타를 만들고 나는 건괘와 곤괘와 감괘와 이괘에 둘러쌓여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해석한다. 다다른 비글-해협 孤立無援 핀치새 노래하는 낙천지명 樂天知命이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난초는 심어도 꽃 피우지 못하고 가시덤불은 베어내도 제거하지 못하네. 이 둘을 어찌하지 못하고 머뭇대며 서성이다 한 해가 저무는구나. 소옹의 감사음과 서합괘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파스타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황금사과 善惡果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어 비로소 저희가 난초를 피우게 하소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

자중자애 自重自愛 심사숙고 深思熟考,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가다가 물길 다하는 곳 이르면 앉아서 구름 일어나는 때를 바라본다. 종남별업

박명에 빛이 없으니 ‘가난하고 천한 것’ 부끄러워 소주와 은둔 書評하고, 비구름 몰려와 세상이 평화 太平聖代로워지니 ‘부하고 귀한 것’ 부끄러워 서당 書堂으로 출사 出寫 나서리. 邦有道에 貧且賤焉이 恥也며 邦無道에 富且貴焉이 恥也니라. 논어

 

종일토록 봄 찾아 헤맸으나 봄은 보지 못했네, 짚신 해지도록 산봉우리 구름까지 뒤졌건만. 집에 돌아와 미소 지으며 매화 향을 맡으니, 봄은 이미 가지 끝에 잔뜩 담겨 있었네. 오도시와 복괘

그대, 춘심 春心을 통해 천심 天心을 읽는다. 그대, 천심 天心을 통해 춘심 春意을 얻는다. 

 

 

음이 물 水이고 양이 불 火이면 오행五行의 나머지를 총 木 균 土 쇠 金라 하는가. 변 便이 더럽다면 우리 함께 거름 木.土.金.이 되어 황금사과 善惡果를 사수할 혁명을 이루자. 

 

 

 

 

 

Posted by trefres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