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바람살을 타고와 겨울을 품은 은종소리가 너의 귓가에 맑게 울려 퍼지고, 외토리마냥 텅 빈 하늘을 감도는 구름 한 조각 그리운 님을 흐놀아 너를 정념에 벅차오르게 만들며, 태양의 열기를 품은 광활한 대기 켜켜이 쌓인 눈 위에 아름답고 찬란한 빛을 수놓아 외로운 너를 차분히 빛내준다. 도담도담 나비를 꿈꾸는 봄은 이제야 기지개를 펴 나풀나풀 들꽃으로 너에게 다정한 인사나누고, 자박자박 소소리바람에 동여맨 옷깃 사이로 내려앉은 햇살은 두근두근 너를 포근하게 덮어주어 계절의 한산함을 달랬으며, 소곤소곤 봄날의 환영은 너에게로 아장아장 새로운 계절의 징검다리를 이어준다. 고요하던 너의 마음 플로라의 향기에 취해 새로운 계절을 욕망하고, 입춘에 입맞춘 호라이 봄을 동경하던 너에게 구름과 바람의 향기를 둘러 그대를 아프로디테로 환생시킨다. 

 

순수 한국말

 

바람살: 세차게 부는 바람의 기운
흐노니: 무엇인가를 몹시 그리면서 동경하다 
소소리바람: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앨리스에게 추천하는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카산드라의 거울, 피그말리온, 위대한 개츠비, 라 셀레스티나, 브리다, 플라테로와 나, 더버빌가의 테스, 푸른 꽃, 모피를 입은 비너스, 말테의 수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그리스인 조르바, 인형의 집

앨리스를 위한 시집 12권: 이해인, 김소월, 고은, 류시화, 카밀로 호세 셀라 - 플로라의 시계, 릴케, 랭보, 바이런, 존밀턴, 박완서, 바이런, T. S. 엘리엇

 

분분히 흩날리던 눈송이가 지나간 길섶에 곰살궃은 는개가 얼룩을 만들어 봄의 기운을 대지에 스며들게 만든다. 하잔하고도 스산한 오후 단조로운 거리로 쏟아지는 햇살넘어 슬슬 봄이 기지게를 펴고, 봄이 깨운 생명의 호흡은 올망졸망 무리를 지어 자연의 약동을 골목 사이사이에 퍼트리고 있다. 정원에 기쁨을 안기던 새들이 추억을 거슬러 봄을 기억한다면 푸른 하늘을 동경하는 자주빛 아이리스와 물 위의 정령 히아신스와 희망을 품은 노란 튤립이 시들하던 정원을 풍요롭게 할 것이고, 화단에 생기를 전하던 벌레들이 설화 속 봄을 떠올린다면 순조로이 처마를 쓰담는 봄비는 생명에게 희망의 도약을 선사할 것이다. 장엄한 일출 뒤 풀입에게 다정한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이슬과 아름다운 일몰 후 오렌지색 별 아크투루스를 음미할 수 있는 계절이 찾으면 생명은 애틋한 유년의 꿈을 조용히 속삭일 것이다.  “ㄱ  ㄷ  ㅁ ㅂ ㅅ  ㅈ ㅊ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ㅑ ㅓ ㅕ ㅗ ㅛ  ㅠ   ㅐ ㅒ ㅔ ㅖ ㅘ ㅙ ㅚ ㅝ ㅞ ㅟ ㅢ, - 해바라기를 위한 비가”

 

순수 한국말

 

곰살궃다: 태도나 성질이 부드럽고 친절하다
는개: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하잔하다: 잔잔하고 한가롭다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이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절벽, 이상”    

 

아른아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고갯마루 넘어 노고지리 비비배배 화창한 샛바람에 실려 매화꽃 망울망울에 깃들어 간다. 풀싹이 돋아나는 언덕기슭 꿈꾸는 수선화는 짙어가는 봄빛으로 출렁이고, 아름드리 상록수 사이사이 앞 다투어 잎새를 틔우는 들꽃들은 소란스레 봄의 향기를 도처에 퍼뜨린다. 삼동을 버티고 깨어난 그리움은 물오른 목련처럼 호사로운 봄기운을 대기에 가득 채워 그대의 하늘에 구름꽃으로 피어난다. 봄의 정령 진달래가 기지개를 켜고 재기 발랄한 개나리가 만개하는 어느 봄날, 따사로운 햇볕의 춤사위는 그대에게 낯설은 봄을 조곤조곤 소곤댄다.  

순수 한국말

노고지리: 종달새

 

“우리는 우리 밑에 있는 대지에 귀를 막고 산다. 열 발자국 떨어져서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그저 몇 마디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도 저 높은 곳에 있는 크렘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린다. 그의 손가락은 살찐 굼벵이처럼 통통하고 그의 입술에서는 납처럼 무거운 말들이 떨어진다.. 그가 떠들며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대로 말처럼 히힝거리고 고양이처럼 그르렁거리고 개처럼 낑낑거린다. 그가 말굽처럼 탕탕 쳐서 법률을 만들어 머리에, 눈에, 사타구니에 던진다. 살인도 모두 큰 기쁨 가슴이 넓은 ¨레닌그라드¨ 사람에게는.” 

- 러시아군 13,800명 사망, 우크라이나군 2,870명 사망, 우크라이나 시민 3,000명 사망, 아이들 103명 사망 - 03/19/2022

 

유채꽃이 하늘거리는 노란 들판에 꽃구름을 비집고 찬연한 한줄기의 빛이 터울대는 제비꽃 위로 곱게 내려앉는다. 연한 녹음이 번져가는 거리거리 수려한 벚꽃들은 거짓말처럼 동면에서 깨어나 다사스레 봄의 팔레트를 준비하고, 노란 꽃을 피어낸 산수유의 향기에 취한 후투티는 아련한 초련으로 봄의 연가를 노래한다. 온새미로 봄의 화사한 정취 속 살랑이는 실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에서 봄향기 퍼져가고, 정처없이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 덕에 방향잃은 생명들은 밀려오는 이름 모를 그리움을 고이 읊고있다.  혹한의 자취에서  피어난 새싹들이 푸른 계절을 꿈꾸는 어떤 봄날에, 소록소록 내리는 봄비가 너풀거리는 그대의 마음에 애잔함을 피워내는 어떤 봄밤에, 푸르게 빛나는 처녀자리 밤하늘에 한아름 봄소식을 수놓는다. 

 

순수 한국말


꽃구름: 여러가지 빛깔을 가진 아름다운 구름
초련: 첫사랑
온새미로: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소록소록: 비나 눈 따위가 보슬보슬 내리는 모양

 

창백했던 거리 틈새로 작은 낮별의 빛갈래가 내려 앉아 조용했던 대지를 넌지시 감싸고, 길모퉁이에 두 세마디 꽃을 트인 꽃마리 곁을 알록달록 화사한 봄나비가 어지럽게 치렁댄다. 한때 겨울의 시련을 외면했던 철새들은 석양의 노을아래 분주히 보금자리를 살피기에 여념없고, 꽃비 내리는 가로수 길을 지나  ‘커스버트 초록지붕’너머 봄은 고작 하루인 마냥 쉴새없이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소리에 사뿐사뿐 길목을 도는 그대의 발걸음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샛별처럼 반짝이는 그대의 두 눈동자가 우유길을 산책하며 서쪽 지평선에 걸린 오리온을 살필 때면, 이내 투명한 호수같은 그대의 마음에 청신한 봄의 기운 오롯이 태동하고, ‘신록의 새 잎새’에 은신하며 찌르륵대는 풀벌레들의 화음은 애상에 찬 그대의 마음에 지난 봄의 편린들을 가득매워 애석한 운율이 메아리치게 만든다. 그런 그대가 봄의 꿈을 재촉한다면 겨울의 꿈은 그대에게 여름의 추억을 토로할 것이고, 그러한 그대가 봄의 추억을 떠올린다면 겨울의 추억은 그대에게 여름의 기상을 노래할 것이며, 또 그대가 이른 봄날 신기루같은 백일몽에 빠진다면 제피로스 품에 안긴 플로리스가 그대의 마음을 봄바람으로 유혹해 그대를 비너스의 정원으로 말없이 인도할 것이다. 

 

후두둑후두둑 봄비가 떨어지는 정원 곳곳마다 살며시 고개를 추스른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대롱대롱 빗방울이 맺힌 처마끝의 물방울 지는 소리에 갓 둥지를 튼 종다리가 가볍게 날갯짓하며 난데없는 비를 긋고 있다. 이에 차가운 대지를 뚫고 자라난 한 포기 풀입에서 어렴풋한 생동의 빛이 영롱히 감돌고, 때마침 동면에서 깨어난 야생의 자연미는 나긋나긋 푸른 물결을 속속히 주변에 퍼트린다.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과 따스한 햇볕이 찾아들면 산야는 분주히 천자만홍의 화사함을 만천하에 들어낼 것이고, 곧이어 깨어날 온갖 생물들과 꽃들의 향연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흐드러진 수채화를 푸른 하늘아래 마음껏 펼쳐 보일 것이다. 그럼 빗방울 전주에 처연해진 그대 풍월을 벗삼아 산수를 즐기며 문득 찾아온 봄의 방문을 환희로 노래할 것이고, 또 잎새달 꿈꾸는 그대 하얀 벚꽃이 활짝 핀 기쁨의 하얀 길을 산책하며 돌아온 봄의 기운을 온전히 만끽할 것이다. 

 

천자만홍千紫萬紅: 울긋불긋한 여러 가지 꽃의 빛깔

 

순수 한국말

 

잎새달: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노을을 차고 떠오른 빛나는 햇살이 봄비가 내려 촉촉해진 지표면에서 봄 안개를 거두며 다사로운 일조를 쏟아낸다. 라온힐조 연하일휘, 따뜻한 봄날이 찾아와 만물이 자라나듯 넌지시 자라나는 그리움에 나 그대 흐노니, 완미한 들꽃들의 아리따운 자태에서 청순한 그대의 모습 비춰지고, 굽이쳐 흐르는 맑은 시내에서 투명한 그대의 눈망울 떠오른다. 그대를 닮은 새초롬한 꽃샘바람 화단에 핀 순백의 목련을 스칠 때면, 꽃보라 흩날리는 거리에서 목란처럼 희고 벚꽃처럼 고운 그대 생각 더없이 꽃피운다. 새순이 돋아나고 초롱꽃이 고개를 들면 나 그대를 위한 초롱이 되어주고, 샛노란 민들레가 눈을 뜨고 별꽃이 동산을 수놓으면 나 그대가 필어날 한줌의 흙이 되리. 

연하일휘煙霞日輝: 안개와 노을과 빛나는 햇살

순수 한국말

라온힐조: 즐거운 이른 아침

꽃보라: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

 

“저쪽으로 황토 실은 이 봄바람이 호인(胡人)의 물레바퀴처럼 돌아 지내고, 아롱진 사월 태양의 손길이 벽을 등진 설운 가슴마다 올올이 만진다. 지도째기 놀음에 뉘 땅인 줄 모르는 애둘이 한뼘 손가락이 짧음을 한(恨)함이여. 아서라! 가뜩이나 엷은 평화가 깨어질까 근심스럽다. 「양지쪽」, 윤동주”

- 러시아군 15,000명 사망, 우크라이나군 4,000명 사망, 우크라이나 시민 6,798명 사망, 아이들 136명 사망 - 04/02/2022

 

만화방창한 계절에 시작된 높새바람이 각양각색의 꽃들과 어울려 춤추기 시작하면 ‘돋아오르는 싹처럼 힘찬’ 생명들이 동면을 깨고 거리마다 분주히 봄의 제전을 준비한다. 바야흐로 무성히 자라나는 봄 푸성귀와 오채를 뽐내는 꽃봉오리가 각지에서 터지는 봄날에, 슬며시 약동하는 남새밭 둘레에 새순들이 솟아나 청조한 꽃들을 피우고 야생을 유혹하는 열매들 하나둘 조심스레 맺혀간다. 찾아든 화창한 봄기운에 님의 정원 역시 화풍난양이 깃들까 하다가도, 간간이 흩날리는 봄비에도 애한을 품고 ‘꽃을 보아도 눈물이 나며, 봄을 노래하는 새소리 마저도 가슴 저미는’ 님의 하루 춘래불사춘 같아라. 에헤야―님은 ‘무엇을 찾느냐’, 에헤야―님은 ‘어디로 가느냐’, 에헤야―님은 ‘웃어웁다’, 에헤야―님은 ‘답을 하려무나.’ ‘푸른 웃음 푸른 설움’ 안고, 에헤야―님은 봄 나들이 가시나.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나서 자람
화풍난양和風暖陽: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과 따스한 햇볕이란 뜻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아직 마음의 봄은 오지 않았다는 뜻

순수 한국말

높새바람: 동북풍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아이야, 너의 뜰에도 봄이 온다면 대지에는 싱그러운 꽃향기가 물결치고 하늘에는 붉고 고운 노을이 피어나겠구나. 아이야, 너의 정원에도 봄이 찾아든다면 둥실둥실 뭉게 구름이 펼쳐진 푸른 하늘 향해 우아한 순백의 치자꽃이 깨어나고, 울긋불긋한 천리향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비같은 찔레꽃과 작은 새들이 찾는 가냘프고 애처로운 탱자꽃이 자라나겠구나. 아이야, 너의 마음에도 안개꽃 들판이 드나들면 우리 손잡고 봄소풍 가자꾸나. 아이야, 너의 마음에도 향기로운 봄이 꾸물거리면 우리 봄향기 가득한 언덕에서 뛰어놀며 즐거운 노래 함께 부르자꾸나. 아이야, 너의 마음에도 봄바람이 불어온다면 우리 ‘아침의 장막을 응시하며 하루를 시작하자꾸나.’ 아이야 우리 ‘구름을 기우르고’, 아이야 우리 ‘우선 나무에 오르고’, 아이야 우리 ‘하염없이 내리는 봄비를 들으며’, 아이야 우리 종일 이야기 꽃을 피우고’, 아이야 우리 불꽃같은 ‘황금빛 드리우자꾸나.’ 

“우선 우리는 나무에 오를 것이고, 그리고 어쩌면 우린 이야기를 나눌거에요. 아니면 우리는 어느날의 환상들로 조용히 우리의 생각들을 귀담아 들을 거에요. 예행연습 따윈 없어도 우리는 황금빛을 드리울 거에요.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랍니다. 그리고 말벌이 저를 찔렀고 저는 펄펄 열이 나는 꿈을 꾸었답니다. 그리고 복수와 의심 한가득, 우리는 오늘 밤 이야기 꽃을 피워낼 거에요. ‘너는 한 세기를 앞서 있단다.’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랍니다. ‘너는 한 세기를 앞서 있단다.’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랍니다. ‘너는 한 세기를 앞서 있단다.’ 아침의 장막을 응시하다가 하루가 시작되었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의 구름을 기우리자, 당신은 나의 손을 기우렸답니다. 밖에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그 비는 밤새 지속되었답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랍니다. 그런데 말벌이 저를 찔렀고 저는 펄펄 열이 나는 꿈을 꾸었답니다. 그리고 복수와 의심 한가득, 우리는 오늘 밤 이야기 꽃을 피워낼 거에요. ‘너는 한 세기를 앞서 있단다.’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랍니다. ‘너는 한 세기를 앞서 있단다.’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랍니다. ‘너는 한 세기를 앞서 있단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당신이 나를 실망 시켜버렸습니다. The Tragically Hip”

- 평균 20개의 학교 매일 파괴, 아이들 176명 사망 - 04/14/2022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운다. 겨울은 우리를 오히려 따뜻하게 해주었다. 대지는 망각의 눈 속에 덮이고, 말라버린 구근으로 몇몇 목숨이 연명토록 해주었으니. 세계-내-존재, ¨우리¨가 한 줌 먼지 속의 공포를 보여 주리라. 「우리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세상을 정탐한다」, T. S. 엘리엇” 

 

무기력한 나 어떻게 그대 잊지못해 서녘으로 쏟아지는 별빛과 한줄기 달빛에 투영된 그대의 모습 스쳐보내고, 추억을 따라 그대의 작은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흟어보던 기억에서 햇살같이 눈부신 그 미소 떠올려 적연히 하루를 추스린다. 낙화유수, 빛나는 우리의 이상이 둘로 나뉘고 명료하던 우리의 목적이 희미해져 파도처럼 산산히 부서지는 추념들은 갈팡질팡 갈 곳을 잃고 헤매이며 어김없이 이 까만 밤을 외로이 표류한다. 밤이 내린 그림자는 덩그러니 홀로남은 자에게 으뜸되는 벗이 되어주었으니, 우리에게 이 밤은 길고도 짧기에 밤의 장막을 펼쳐 숲의 요정 오베론과 이 밤의 의식을 너누룩-이 휘몰아 본다. 나 거기 그대에게 내 마음 드리우고, 나 거기 그대에게 덧없는 그 애수 나지막이 새겨보며, 떠나버린 님의 자취를 따라 오래된 한숨은 수려한 은하수를 총총히 건너가네.  

낙화유수落花流水: 남녀간 서로 그리워하는 애뜻한 정. “떨어지는 꽃에 정(情)이 있으면 물에도 또한 정이 있어 떨어지는 꽃은 물이 흐르는 대로 흐르기를 바라고 유수는 떨어지는 꽃을 띄워 흐르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남녀가 서로 그리워함을 이르는 말.”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4월의 노래」, 박목월”

 

나 해묵은 그대의 흔적 따라 라일락 꽃향기 물씬 풍겨오는 가로수 길 거닐때면, 어깨를 짓누르는 온갖 시름 잠시나마 내려놓은 채 우리가 쌓아올린 추억들로 한순간 초연해진다. 도란도란 쾌활한 새들이 재잘거리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꽃망울들이 움찬 이 봄을 단장하면, 더없이 행복했던 지난날의 순간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쳐가며 지쳐버린 일과를 살며시 보듬어준다. 거리마다 걸음마를 타는 신록의 화단은 너풀거리는 대지의 부활을 눈치채고 아름드리 꽃바람으로 생동하는 계절을 유혹하며, 아득한 우리의 기억들은 고질적인 정념을 깨우치어 못다 한 서글픈 정을 계절의 푸르름으로 손짓말하네. 나는 계절의 수의를 입고 잠든 망자의 영혼을 깨우며, 파릇한 대자연이 곯마른 우리의 고별에 뒤늦은 단비를 뿌려주길 기도하며 봄빛이 가득한 망각의 넋을 새삼스레 그느르네.

순수 한국말

움찬: 돋아오르는 싹처럼 힘차게
그느르다: 돌보고 보살펴 주다

 

색색깔의 아네모네가 빼꼼히 고개를 쳐들고 지평선 위로 펼쳐진 검푸른 하늘이 봄의 휘장을 거둬내면, 천체의 베일같은 쌘구름 따사로운 태양과 어린아이 마냥 숨바꼭질 반복하며 계절의 비밀을 버르집는다. 봄의 길목을 감도는 해님의 열의와 소생하는 생명들에 쏟아진 낯빛에도 불구하고 다사다망한 우리네 일상마냥 기약없이 찾아온 봄비가 간간히 방울꽃을 사방으로 흩날리네. 거리마다 돌아온 철새들의 명쾌한 울음소리와 심술궃은 텃새들의 야유가 뒤섞여 감미로운 선율이 그대의 귓가를 맴돌고, 봄 내음 가득한 그대의 마음에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내일을 꿈꾸며 하나둘씩 돋아나네. 이러한 그대의 하루가 동녁에서 정오에 걸쳐지고 오후가 내린 방가운 낯볕이 무료한 길손들의 벗이 되어주면, 찰라같은 봄날의 궤적에 연푸른 자연의 향연 고스란히 새겨진다. 

순수 한국말

버르집다: 숨겨진 일을 밖으로 들추어내다
쌘구름: 수직운의 하나, 적운, 뭉게구름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남의 침묵」, 한용운”

- 러시아군 20,000명 사망, 우크라이나군 5,000명 사망, 우크라이나 시민 10,000명 사망, 아이들 500명 사망 - 04/17/2022

 

“높은 곳에 올라 이 땅을 굽어보니 큰 봉우리와 작은 뫼뿌리의 어여쁨이여, 아지랑이 속으로 시선이 녹아드는 곳까지 오똑오똑 솟았다가 굽이쳐 달리는 그 산 줄기 네 품에 뒹굴고 싶도록 아름답구나. 소나무 감송감송 목멱의 등어리는 젖 물고 어루만지던 어머니의 허리와 같고 삼각산은 적의 앞에 뽑아든 칼끝처럼 한번만 찌르면 먹장구름이 쏟아질 듯이 아직도 네 기상이 늠름하구나. 에워싼 것이 바다로되 물결이 성내지 않고 샘과 시내로 가늘게 수놓았건만 그 물이 맑고 그 바다 푸르러서 한 모금 마시면 한 백년이나 수를 할 듯 퐁퐁퐁 솟아서는 넘쳐 넘쳐 흐르는구나. 할아버지 주무시는 저 산기슭에 할미꽃이 졸고 뻐꾹새는 울어예네.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도 돌아만 가면 저 언덕 우에 편안히 묻어 드리고 그 발치에 나도 누워 깊은 설움 잊으오리다. 바가지 쪽 걸머지고 집 떠난 형제 거칠은 벌판에 강냉이 이삭을 줍는 자매여. 부디부디 백골이나마 이 흙 속에 돌아와 묻히소서. 오오 바라다볼수록 아름다운 나의 강산이여. 「나의 강산이여」, 심훈”

- 전쟁 난민 500만 명 - 04/20/2022

 

잠잠하던 계절이 요동치자 수선스레 깨어난 푸르름이 벌판 위에 들불처럼 번져가고, 생명의 호흡소리 잠들은 대지에 스르륵 두루 옮아 퍼진다. 굽이굽이 휘도는 실바람이 달보드레한 봄빛과 춤추며 그대의 수줍은 봄날을 어루만지면, 무상한 님의 일상 물결치는 여울처럼 그지없이 일렁인다. 충만한 봄 향기 한아름 짊어지고 소마소마 설레는 그대의 한 걸음 한 걸음, 화려하게 변주하는 수려한 계절의 서곡에 발맞춰 그대 봄기운이 스며든 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네. 푸르스름한 초봄의 애달픈 몸짓에 눈을 빗뜨는 개염스런 먹구름은 그대에게 내린 계절의 은총과 드높은 생명의 기세에 등 뒤에 숨겨둔 햇살의 눈부신 미소를 슬며시 내려쬐네. 날카로운 살바람 어느덧 너누룩하게 가라앉는 청명의 들목에서 마중나온 부지런한 들꽃들은 봄의 어귀 넌지시 감돌고, 앙다물은 꽃봉오리 한가득 머금은 꽃향기를 틔울 때면 방황하던 그대의 발걸음 살랑이는 바람결 따라 소소한 봄의 여정 말없이 쫓아가네.

 

순수 한국말


달보드레하다: 연하고 달콤하다
소마소마: 조마조마

 

햇살을 입은 농염한 복사꽃이 활짝 피어나 무지개가 다녀간 함초롬한 언덕에 옅은 녹음 슬그머니 번져 간다. 주근깨 빼닮은 치렁대는 꽃술과 코끝을 자극하는 은은한 꽃향기에 시나브로 앙증맞은 나비가 나직히 다가와 호사로이 날개짓하네. 하늘을 그리워한 들꽃들이 널출지고 이슬을 벗삼은 날벌레들이 무성한 수풀 사이를 들끓으면, 잠잠한 대지를 뒤흔드는 봄의 울림 평온하던 그대에게 아련한 떨림을 전해 준다. 넉살맞은 볕뉘가 그대의 창문을 두두리고 틈새로 흘러든 봄향기가 그대의 정오에 몰려오면, 연하고질 번져가는 그대의 하루 어렴풋한 설렘으로 나릿나릿 물들어 간다.  

 

연하고질煙霞痼疾: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몹시 사랑하고 즐기는 성벽(성품 성性, 버릇 벽癖)


순수 한국말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은밀하게, 살금살금 
널출지다: 식물의 줄기가 치렁치렁 길게 늘어지다
볕뉘: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 마리우풀 시민 2만 명 사망, 사회 기반 시설 90% 폐허 - 04/26/2022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서러운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왜 슬퍼하는가.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여겨지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 러시아에서 체포된 반전시위 참가자 1만 3천명 - 04/26/2022

 

“우리는 만날 약속을 하고, 주어진 묘사나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추억에 의해 요정 비비안을 만나리라고 믿었던 장소에서 - 어쩌면 그녀가 변하지 않았다 해도 - 장화 신은 고양이를 발견한다. 그래도 그것은 어쨌든 ‘그녀’임에 틀림없으며, 우리가 욕망하던 여인이 바로 그녀이므로 우리는 다음 날의 만남을 약속한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었던 여인에 대한 이런 욕망은, 어떤 구체적인 존재의 아름다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욕망은 어느 존재에 대한 욕망일 뿐 향기처럼 아련하다. 마치 소합향은 프로티라이아의 욕망이며, 사프란은 아이테르의 욕망이며, 향신료는 헤라의 욕망이며, 몰약은 구름의 향기이며, 만나는 니케의 욕망이며, 제단에서 피우는 향은 바다의 향기라는 듯. 그러나 「오르피크 찬가」가 노래하는 이 향기는 그것이 소중히 여기는 신들의 수보다 훨씬 적다. 몰약은 구름의 향기지만, 또한 프로토고노스와 포세이돈과 네레우스와 레토의 향기이기도 하다. 제단에서 피우는 향은 바다의 향기지만, 아름다운 디케와 테미스와 키르케와 아홉 뮤즈와 에오스와 므네모시네와 낮의 여신과 디카이오시네의 향기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돔과 고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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