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두 개의 시간 개념이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양적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질적 시간)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우리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고 하지 않나. 1크로노스가 3카이로스라는 말이다. 진정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그리 보면 우리는 다소 한가하다. 더 지나가면 방향을 잃는다. 이 전쟁이 글로벌 카이로스를 훨씬 빠르게 만들어놓았다.”

 

냉전 시대 당시 동유럽권 공산주의 세력과 사회주의였던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된 국방 조직

 

“나토는 단 1인치도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을 것. 1990년, 조지 H. W. 부시

 

우리는 소련에게 안보에 대한 믿음을 확실하게 심어줄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CSCE(유럽 안보 협력 기구)는 유럽의 미래에 관한 토론에 소련을 끌어들일 수 있는 포럼이자 이 모든 상황의 우산이 될 수 있다. 1990년, 마거릿 힐더 대처

 

소련이 유럽공동체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을 허용치 않을 것. 나토 16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이 관점을 지지한다. 1991년, 나토 사무총장 만프레트 뵈르너

 

나토 확대에 간섭하지 말라.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유럽 출신의 유권자들에게 나토의 동진을 이야기해야 한다. 1994년, 빌 클린턴

 

나토 확장은 탈냉전 시기 전체를 통틀어서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이다. 그 결정은 러시아에서 민족주의, 반서구주의, 군사주의 경향에 불을 붙이고 민주정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동서 신냉전 분위기를 조장하며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결단코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다. 「1997년 뉴욕타임스 칼럼」, 조지 케넌

 

나는 나토 팽창이 동맹 자체의 현대화 혹은 유럽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은 상호 신뢰를 좀먹는 심각한 도발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팽창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바르샤바조약기구(1955년 5월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모인 동구권 국가 8개국이 니키타 흐루쇼프의 제안을 통해 결성한 군사 동맹 조약 기구) 해체 이후 우리의 파트너들이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가? 선언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나? 아무도 그것을 기억조차 못 합니다. 2007년 푸틴의 뮌헨 안보회의 연설

 

나토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군대를 키웠노라.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기밀 해제된 1990년 외교 문서, "나토의 관할권이 동쪽으로 단 1인치라도 확장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1991년 소련 최고평의회의 142-H 선언으로 소련의 지도부는 해체되고 독립국가들이 발촉된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에스토니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그 후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2010–2014)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친러 정책을 반대하던 반정부 시위대가 정권을 몰아내고 친서방 과도 정권을 수립하는데, 이에 반발한 친러계 주민들이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자 러시아는 곧바로 크림 반도에 군사 개입을 실행한다. 그 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진행되고,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2014-2019) 페트로 포로셴코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분리주의를 원하는 돈바스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내전이 일어난다. 이러하여 내전의 연장인 본격적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란 군사를 이용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다. 그렇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인 미국, 케나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 이란, 그리고 여러 공산주의 혹은 독재정권을 펼치는 나라들이 이 전쟁을 통해 얻는 실리와 지지의 명분을 이해하면 이 전쟁이 시작된 이유와 목적, 그리고 종결의 실마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에 서있다고 계급적 지배를 부정하는 아나키즘이나 내셔널리즘, 또는 세속주의를 편애하는 것은 아니며, 왼편을 맴돈다고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와 근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날씨가 다르고 나라마다 언어가 상이하듯, 나라마다 은폐된 비공식적 입장과 각국의 숨겨진 전략적 이익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갈리시안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 슬라브족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남부와 동부는 다른 집단이다. 마이단 쿠데타를 보면 미국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이익 집단을 지원하며 자금을 보냈다. 2003-2009년까지 우크라이나인의 55퍼센트는 나토 가입에 반대했다. 하지만 2014년 오바마 행정부가 쿠데타를 지원하자 국내정세가 불안해져 우크라이나인의 53.4퍼센트가 나토 가입을 지지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프레임으로 사용했지만 사실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은 세계 무대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시대착오적 이념싸움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민족 이념을 지키려는 아조프 연대가 나토의 호혜를 받고 있다. 

 

출처: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평범한 시민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며,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은 끝없이 드넓은 평원과 드높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온순한 양들처럼 살아온 사람들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틈 바구니에 낀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은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이들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1994년 세계 3대 핵 강대국의 위상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하였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보장해 주기로 합의 각서Budapest Memorandum에 서명한 나라(러시아, 미국, 영국)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였다. 그런 러시아로부터 2014년에 우크라이나의 영토인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이 유린당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불가피하게 나토 동맹 가입을 추진하는 것을 구실 삼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유린하고 국토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 김평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땅을 떼 줘야 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들 땅이니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겠다. 2022년, 조 바이든

 

2019년 1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고위인사와 비공식회담을 갖았고, 2월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었으며, 6월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계속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진행했을까.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Budapest Memorandum’가 효력을 상실한 무용지물이라서 보란듯 시위라도 하는 것인가. 북한이 정말로 믿지 못하는 나라는 어디고, 남북통일을 내심 반대하는 세계열강은 누구인가.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을 내세우며 세속주의에 입각한 열강들은 지성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는, 민주주의가 나귀를 타고 입성할 장소를 물색하며 굳게 닫힌 동쪽과 서쪽 빗장 사이에서 오늘도 고민한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리되었듯이 가상적인 만약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 깊이 개입한 바이든은 ‘JCPOA(이란 핵협정 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죽었다고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후 최근 다시 이란에게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귀결이 너무나도 희미하니 비록 조삼모사朝三暮四라도 선택할 수 있다는 의지를 엿보이는 새로운 전술인가. 이란은 알고 싶을 것이다, 누가 라니스터인지. A Lannister Always Pays His Debts.    

 

미국의 네오콘이 2022년 4월에 시행한 무기대여법에서 누가 수해를 보고 있는가. 러시아는 중국에 서방과는 비교가 않되는 자원을 헐값에 제공하는 동시 중국의 기술을 언제든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 관세로 러시아의 일곱배를 유럽에 적용하는 미국 또한 농업강국이고 나토국들에 수출할 수 있는 에너지 역시 넘쳐난다. 2022년 미국 달러는 22퍼센트 이상 급등했으나 동맹국 화폐인 캐나다달러는 8퍼센트, 호주달러는 12퍼센트, 유로화는 18퍼센트, 파운드화는 22퍼센트, 그리고 엔화는 22퍼센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란 제재와 중국 제재에 이따라 실패한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서도 실패함에 따라 신세계 질서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나아가 만약 제재받은 국가들이 유라시아 동맹을 공식화하면 지정학적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미국이 적대국의 대한 달러 압류로 인해 모두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여겨 의심치 않았던 미국 달러의 본위제에 금이가기 시작하여, 앞으로 외국 정부가 외환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자산으로 보유하는 데 망설일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이미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은 상호 간의 무역을 자국의 통화로 결제하기 시작했고, 자유무역을 제재를 받고 식은땀을 흘리는 나머지 국가들이 앞으로 어떤 화폐를 선택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미국 네오콘이 추진한 30년 프로젝트의 정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르바아(1999), 아프간(2001), 이라크(2003), 리비아(2011)에서 미국이 선택한 전쟁war of choice을 옹호했고, 열성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획하고 시도한 네오콘과 똑같은 자들로 채워져 있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 

 

“러시아와 중국은 (전 소비에트 지역의 색깔혁명color revolution에서) 전 세계 핵심 전략 지역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설계된 쿠데타 이상의 그 어떤 자연스러운 저항도 보지 못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틀렸을까? 서구 민주주의에 의해 촉구되고 그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자유화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와 EU로 병합하는 작업의 서막, 한마디로 서구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이 아닌가? 브루킹스연구원 선임연구원 로버트 케이건 

 

반동맹인 외형상 우호 중립국 중국, 실리적 우호 중립국 인도, OPEC플러스에서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미국이 원하는 석유 증산을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술적 중립을 유지하는 이스라엘, 정권이 바뀌고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튀르키예. 따라서 세계 인구의 87퍼센트가 러시아 제재를 거부한 것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러시아, 세계의 공장을 소유한 중국,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카드를 쥐고 있는 중동을 보면 어느 국가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러시아가 밀, 탄산칼륨, 가스, 석유, 팔라듐, 제련 니켈, 그 밖의 핵심 광물을 서방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유린당할 것이다.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래리 C. 존슨

 

균형과 극성을 기준으로 국제 체제를 나누면 네 개의 유형—불균형적 양극 체제, 균형적 양극 체제, 불균형적 다극 체제, 균형적 다극 체제—이 나온다. 하지만 불균형적 양극 체제는 현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결국 세 유형이 남는다.” 그렇다면 왕좌의 게임을 지켜보던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유형은 어떤 것인가. 지금까지 국제규칙을 가장 많이 어긴 게 바로 서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 제재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 아랍의 산유국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은 석유 증산에 동의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오히려 UAE 외교장관은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의 결속을 다졌다. 사우디는 더하다.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인도는 러시아 제재를 거부했다. 인도의 친러시아 행보는 러시아가 냉전 시기에 카슈미르 분쟁에서 인도 편을 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가 수출한 무기의 18퍼센트는 아프리카로 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과 비료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다. 나토 역시 북아프리카에서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 신뢰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외교의 꽃은 자원확보다. 자원전쟁은 향신료에서 비롯됐다. 결국 ¨살고자 앎¨을 선택하였으나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지성들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각성과 경각심을 늦춘 결과, 현재 세계 모든 시민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향신료를 사기위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프로파간다에 의해 징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오랜세월 얽혀있는 정확한 내용도 모른채 오로지 가족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다. 자본은 국가 성장 동력이자 사회를 병들게 하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  자원 뒤에 숨어있는 가르강튀아같은 자본, 우리는 흔전만전한 세속주의가 불러온 기후위기라는 피로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오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국가’를 내세워 정치적으로 구상하는 다음 전쟁의 터’는 어디인가. 바쁜 현대인을 위해 미디어가 중점을 두는 전쟁범죄 보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 속 그 어떤 전쟁에서도, 그 어느 쪽을 보더라도 전쟁범죄는 늘 존재했다. 군맹무상群盲撫象, 방 안에 코끼리가 있으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자본의 힘, 출처: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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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이스라엘 - 김진태

2023. 4. 27. 12:59 from 書評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해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미국 상원의 채플 목사 리처드 핼버슨 

 

천사와 싸우던 야곱은 하느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그의 아들 12명은 이스라엘 백성의 12지파가 된다. 옛 애굽은 현재의 이집트인데, 모세가 노예살이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향했던 곳이 바로 가나안 땅, 즉 지금의 팔레스타인이다. 현재 바위의 돔이 자리한 모리산에서 하느님(삼위일체는 하나가 아니다. 천주는 ‘하늘’이며, 공동번역에서 합의한 한국 표준어의 바른 표기법은 ‘하눌님과 같은 ‘하느님이다.)의 명을 받들어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곳이 ‘세계의 화약고’ 예루살렘(기초를 둔다는 뜻의 ‘예루Jeru’와 히브리어 ‘샬롬shalom’의 합성어, ‘예루살라임Jerushalayim’, ‘평화의 나라, 평화의 터, 평화의 도시’라는 뜻)의 성전 터(모리산)이며, 거기서 다윗이 단을 쌓아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훗날 솔로몬이 하느님의 황금성전을 세웠던 곳이 바로 예루살렘의 성전 터이다. 그 후 바벨론 포로생활을 마치고 그곳에 파괴된 성전을 다시 지은 것이 스눕바벨이고, 유대인의 환심을 사려던 헤롯이 정치적 의도에서 모리산에 15층에 달하는 화려한 성전을 추가로 세운다. 하지만 다시 성전은 파괴되고 그곳에 들어간 이슬람이 이삭을 바친 바위 위에 돔을 짓는다.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인 아브드 알마리크의 명령에 따라 691년에 완공된 이슬람 성전은 1015년 한번 무너진 후 1022-1023년에 다시 재건된다. 이슬람에는 3대 성지가 있는데, 이슬람의 마지막 선지자 무함마드(이슬람은 무함마드가 모세라고 주장한다)의 무덤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히자즈 지역의 메디나, 무함마드가 태어나고 아담과 이브와 아브라함이 살던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주에 위치한 메카, 그리고 모함마드가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듣다가 황금바위을 딛고 하늘로 올라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예언서 코란을 듣고 내려온 곳이 예루살렘 성전산(모리산)이기도 하다. 또 예수가 자주 찾아가 기도한 곳이 황금문 쪽으로 위치한 겟세마네 동산이기도 하며, 성전을 찾아가 장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분노하신 교회가 바로 모리산 위에 재건된 솔로몬의 황금성전이다. 구 예루살렘에는 성벽으로 둘려 쌓여있는 4지역이 있는데, 오스만 제국의 박해를 받으며 아르메니아 대학살로 인해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아르메니아인들이 모여 살며 수도사 생활을 해왔던 지역(Armenian Quarter), 335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 황후의 지시로 예수의 발자취를 보존하기 위해 거주하는 크리스찬들이 모여 사는 지역(Christian Quarter), 로마에 의하여 파괴된 성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성전의 서쪽 벽이자 유대인들이 모여살며 2번째 성전의 페허됨을 통곡하는 ‘통곡의 벽’이 자리한 지역(Jewish Quarter), 그리고 모하메드가 승천하며 발자국을 남겼다는 성전산 성지를 관리하고 지켜내려는 아랍인들이 모여사는 지역(Muslim Quarter) 등이 있다. 1947년 11월 29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을 지정했으며, 현재 많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들이 함께 거주하며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같은 예루살렘을 재임 중 이스라엘 공식 수도로 인정하는 동시, 많은 이슬람 국가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대 성명에도 불구하고 미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공식발표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와는 반대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정치적 부상을 도우며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의 핵무기 협상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은 앙숙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전혀 달가워 할 이유가 없는, 네오콘의 망령이 실소할  완물상지玩物喪志가 아닐 수 없는 대략난감大略難堪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 세계로 흝어진 유대인들은 다시 자신들의 나라를 되찾을 필요가 있었고,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나라의 건국을 선포하게 된다. 유대인은 이것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나라를 선포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 팔레스타인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유대인이 그곳에 자신들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아야 한다. 유대 국가 건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주와 혼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대인은 이것을 위해 제1차 세계대전 때 기회를 잡게 된다. 여기에는 영국의 이상한 외교가 등장하는데, 영국은 미국을 참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유대인에게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 건립을 제안한다. 영국은 이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벨푸어 선언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 선언 후에 팔레스타인 영토로 이주한 유대인의 수는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벨푸어 선언은 2년 전인 1915년 아랍 민족에게 약속한 맥마흔 선언’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게 되면 아랍민족에게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보장했었다. 이상한 이중적인 선언 때문에 UN의 개입이 필요하게 되었고 1947년 11월 팔레스탄인 내에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를 각각 세우는 결의안을 채탁하게 된다.” 영국은 아랍과 맥마흔 서한을 맺은 후 프랑스와 피코 합의를 하고 이스라엘을 위해 벨푸어 선언을 한다. 그 후 이스라엘은 이집트(1979년), 요르단(1994년), 아랍에미리트(2020년 8월), 그리고 바레인(2020년 9월)과 수교를 맺는다. 

 

가자 유대인 정착촌에서 쫓겨나게 된 이스라엘 아이는 마당에 자리한 올리브 나무에 매달려 정착촌 철수를 집행하는 군인이 와도 요동치 않으며 엉엉 통곡한다. 여기는 야훼가 우리에게 주신 땅이야. 

 

철장이 둘러쳐진 건너편에서 이웃인 유대인 가족이 즐겁게 바베큐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팔레스타인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들을 넉없이 바라본다. 저기는 알라가 우리에게 주신 땅이야. 

 

참고·인용: 인남식 교수 중동학개론

 

 

오늘날 랍비는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아서 유대인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반드시 랍비가 존재한다. 랍비rabbi는 선생이라는 의미로, 성경의 내용을 잘 아는 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랍비라고 불리는 것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의 랍비가 종교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랍비는 유대인이 살고 있는 곳에서 여러가지 문화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율법의 해석에 조언을 하는 멘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교에만 몰두하는 목회자의 모습이 아니다. 이런 랍비의 모습도 어느 유대교의 파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사두개파·바리새파·에센파·개혁파가 있었다면, 지금은 극정통파·정통파·보수파·개혁파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율법을 지키는 모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어느파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유대인 설명이 된다. 오늘날 유대인은 과거 바리새파 출신의 유대인이 이어져 온 자들이다. 로마를 대항하여 독립 전쟁을 할 때 바리새파를 제외한 나머지 교파의 유대인들은 거의 다 전멸하게 된다.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시작된 십자가 전쟁은 여러모로 다른 의도를 가진 세력들이 모여 새로운 영토지배를 향한 야망,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욕망, 또는 전쟁 참가를 통해 신분 상승을 추구하려는 소망으로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흥분해 있던 십자군은 신의 명령이라는 명분하에 난폭하고 거칠게 유대인 마을을 습격하고 약탈했다. 여기에는 유럽의 상권을 점령한 유대인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 역시 빼놓을 수 없었으며, 더욱이 예수를 죽인 민족이 유대인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예루살렘을 탈환한 십자군은 이슬람교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적과는 상관없는 유대인들까지 무참하게 짓밟았다. 전전긍긍 2천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다니던 유대인들은 이와 같이 여러나라에서 수많은 고생과 수난을 겪으면서 우생학 이론을 주장하는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부자들이 후원을 많이 하는 이유는 부의 불평등 원인의 비난을 피하기 위함인데, 당시 유대인들은 지역 상권을 자신들이 장악하는데에만 주력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의 경제에는 무관심을 보였다. 당시 기독교 문화에서는 이자를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이슬람교 또한 어음 이외 이자를 받는 돈거래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이 고리대금업을 하는 유대인이였고, 이러한 이유에서 부를 누리는 유대인들이 비교적 많았다.  

 

유대인은 과거 유럽에서의 탄압을 버티지 못하고 미국이라고 하는 새로운 땅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1600년대에는 스페인과 포루투갈에 있던 유대인들이 먼저 이주하게 되는데 이들은 세파르딤Sephardim이라고 부른다. 1800년대에는 독일의 유대인들이 이주를 하게 되고 이들을 아슈케나짐Ashkenazim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신대륙 개척으로 알게 된 땅으로 유대인에게는 유럽에서의 상황과 너무나 다른 미래가 예비되어 있었다. 미국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아슈케나짐은 기존의 유대계 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중계인의 역할을 했다. 더 원활한 자본의 유통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을 세우게 된다. 이후에도 많은 유대인들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그들 중에는 자본가, 지식인, 과학자들이 많았다. 유대인은 미국으로 이주를 하게 되면서 휠씬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유대인들은 더 이상 게토ghetto와 같은 유대인 강제 거주 지역에 고립될 이유가 없었다. 부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미국이라는 국가는 너무나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곳이며, 유대인은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민족이 되었다. 유대인은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자신들의 힘을 더 키우게 된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영향력을 키우게 되는데, 미국의 대통령 후보는 반드시 유대인 모임에 가서 지지 연설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되었다. 유대인은 AIPAC이라는 미국의 유대인 로비단체를 통해 미국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이 단체는 미국 의원들이 유대인에게 얼마나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는지 그 순위를 발표하여 미국 정치에 압력을 넣는다.

 

100명이 이야기를 한다면 100가지의 답변이 나올 수 있다.정통 유대교 교리를 따르는 하브루타Chavrusa는 탈무드를 공부할 때 짝을 지어 질문하고 함께 토론하는 유대인의 정통학습 방법이다. 유대인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다층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문제의 실마리와 해결점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 토론하고 여러 가지 쟁점들에 대해 상대와 논쟁하는 방식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분명 이스라엘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대인들에게는 안식이 완성되는 세 번째 이스라엘을 만드는 약속이 남아 있다. 하브루타는 아람어와 히브리어로 우정또는 동반자 관계를 의미한다. 전 세계가 바라던 Two States는 아직도 진행 중인 논쟁이다. 그들은 분명 하브루타를 통해 Zero State이나 United States를 토론하고 티쿤 올람Tikkun olam을 통해 세상을 개선하며, 후츠파Chutzpah의 강한 도전 정신으로 체다카righteousness를 실천하여 혼돈에 빠진 세상의 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곤란한 일일수록 재미있다고 우선 생각하라. 무엇이든 어려운 일일수록 재미가 증가하는 법이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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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찾아보면 ‘자원’이란 생활 및 경제 생산에 이용되는 원료로 광물, 산림, 수산물, 또한 노동력과 기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작금의 일상에서 “인간의 사회활동을 유지·향상시키는 원천으로 사용하는 사물”로 등극한 ‘자원’은 미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되어, 이제는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생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자원’은 더 이상 처음 발견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될 수 없으며, 천연자원이 발견된 영토를 소유한 국가의 전유물 또는 자산이자 특정 기술에 대해 처음으로 주권을 행사한 자가 사용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어떤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되었다. 따라서 자원을 전쟁없이 쟁탈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오직 무역을 통해 서로 교환하거나 ‘자원’이 지닌 숨겨진 용도나 효용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개발만이 남겨져 있는 상태다. 분명 ‘자원’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나, 무분별하게 사용된 ‘자원’으로 인해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쳐 앞으로 진전하지 못한채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상태다. 혹시 우리는 ‘자원’을 오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원’에 대해 차근차근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중세에는 육류 같은 식자재의 부패를 막기 위해 향신료가 사용했다. 당시 고기 누린내를 없애고 미각을 자극할 수 있던 향신료는 더없이 소중한 자원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세계에는 350종류의 향신료가 있다고 알려졌으며, 그 중 후추, 정향, 육두구, 계피는 세계의 4대 향신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에게 향신료가 쉽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마르코 폴로가 동양의 비단과 황금의 나라 지팡구, 그리고 향신료가 가득한 섬들에 관한 정보를  「동방견문록」을 통해 세상에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베일에 쌓였던 향신료의 비밀이 서서히 벗겨지며 인류는 15세기 대항해시대의 막을 열었다. 그 후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그리고 마젤란 선단이 대서양과 인도양을 탐험하면서 향신료의 원산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하나 둘씩 풀리게 된다. 결국 유럽 각국은 앞다투어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이같은 성행은 각국의 조선 기술을 진화시키면서 제국주의라는 씨앗을 유럽 열강에 뿌리게 된다. 유럽 각국은 향신료를 두고 수십년을 다투게 되는데, 프랑스가 처음으로 정향과 육두구의 모종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 차츰 원산지보다 묘묙 가져와 이식지에서 생산되는 양이 증가하면서 향신료 전쟁은 종언을 맞이하게 된다.  

향신료로 인해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열강들은 점차 해외 식민지 정책을 펼치게 된다. 그리하여 조선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무역선과 군함의 건조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목재의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16세기 당시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재를 사용한 목탄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삼림자원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고고학 문서를 들여다보면 이미 중국은 청동기시대 때부터 석탄을 사용한 것으로 들어났다. 석탄의 단점은 철을 제련할 시 함유된 유황으로 철이 물러진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단점은 영국의 에이브러햄 다비 1세가 공기를 차단한 상태로 석탄을 가열하여 유황 함유율이 낮은 코크스라는 연료를 얻어 해결하게 된다. 날로 석탄의 소비는 증가했지만 석탄을 채굴할 때 탄광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퍼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때 발명된 것이 토머스 뉴커먼의 증기기관으로 물을 가열해 생긴 증기를 실린더에 채운 후 내부에 차가운 물을 분사하고 증기를 응축시켜 진공상태에서 대기압을 눌러 내리며 물을 빼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느낀 제임스 와트(1736-1819)가 분리응축기를 개발해 성능과 범용성을 높혔다. 그 후 리처드 트레비식(1771-1833)이 고압 증기기관을 발명하여 기계구조를 단순화 시켰고, 트레비식은 고압 증기기관을 이용해 자동차와 증기 기관차를 개발했다. 얼마 후 조지 스티븐스(1781-1848)가 탄광의 석탄운송용 증기 기관차를 설계하여 실용화에 나섰고, 첫 기관차는 시속 6.4km로 석탄 30t을 싣고 경사로를 오르게 된다. 석탄을 이용해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은 국가에 번영을 가져다 주었고, 자원이 번영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세계는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 미라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된 천연 아스팔트는 구약성서에서 노아의 방주 방수제와 바벨탑의 벽돌 접착제로도 사용되었다. 처음으로 아스팔트를 이용해 등유를 만든 사람은 캐나다의 에이브러햄 게스너 박사인데, 그는 2,000회에 걸친 분리실험을 통해 증류를 통한 등유 정제에 성공해 케로신을 양산했다. 하지만 탄갱에서 채굴하는 역청탄보다 좀 더 손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등유를 정제할 수 있는 원료가 필요했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견된 오일 크리크를 시작으로 에드윈 L. 드레이크의 암염굴착기술을 이용한 석유 채굴이 성공하여 석유산업은 비로소 서막의 시작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 각 지역에서 오일 러시가 시작됐고, 석유의 가능성을 눈여겨 지켜본 존 D. 롤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을 창립하여 수송, 정제, 판매 같은 부분을 하나 둘씩 장악해 나갔다. 하지만 독점을 금지하는 반트러스트법인 셔먼법에 의해 스탠더드오일그룹은 30개가 넘는 석유회사로 해체되어 현재 엑슨, 모빌, 셰브론이 되었다. 이리하여 걸프, 텍사코, 로열더치셸, 그리고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을 포함해 세븐시스터즈가 탄생하게 된다. 고들리프 다일러(1834-1900)와 칼 벤츠(1844-1929)가 처음으로 가솔린차를 세상에 선보인 후 헨리 포드의 T형 포드가 대중에 널리 보급되면서 석유의 수요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곧 가솔린 내연기관을 탑제한 군함, 전차, 전투기가 속속히 개발되면서 석유는 군사 연료로서의 강한 성격 띠게 되고,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의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매장되어있는 풍부한 석유 자원을 중심으로 열강들의 기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1920년 8월, 사실상 오스만 제국을 해체하는 세브르 조약이 체결되어 시리아와 레바논은 프랑스로, 팔레스타인과 이라크는 영국에게 분할된다. 또한 이집트는 영국의 보호 아래 두고, 모로코와 튀니지는 프랑스의 보호 아래 두는 것이 조약에 포함된다. 당시 영국은 유대인에게는 국가창설을 약속하는 동시 비밀리에 프랑스와 사이크스 피코 협정을 통해 분할지역을 나누며, 샤리프 후세인에게는 아랍인을 위한 아랍국가창설을 약속하게 된다. 결국 1922년 이후부터 옛 오스만 제국 영토에는 신생국가들이 열강에 의해 탄생하기 시작하는데, 요르단(1921), 이집트(1922), 터키(1923), 예멘(1918), 이란(1932), 이라크(1932), 사우디아라비아(1932), 레바논(1943), 시리아(1946), 리비아(1951), 수단(1952), 모로코(1956), 튀니지(1956), 모리타니(1960),  소말리아(1960), 쿠웨이트(1961), 코모로(1961), 알제리(1962), 바레인(1971), 아랍에미리트(1971), 오만(1971), 지부티(1977),  팔레스타인(2013) 등 여러 독립국가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그리고 시리아에 걸쳐 자리한 (현재 3000만 명) 쿠르드족은 그들만의 국가를 외세로부터 배정받지 못하고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고 만다. 중동 이슬람국가에는 수니파와 시아파 두 종파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당시 열강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어진 국경들은 이념이 서로 다른 두 종파가 벌이는 시리아 내전, 이라크 내전, 레바논 내전, 그리고 예맨 내전이라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30년 전쟁 후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국가를 세웠던 유럽국가들이 전쟁 없이 중동 지역에 자신들과 같은 국가를 건설해주려 했으나, 진심은 대륙진출을 통한 석유 시장 지배에 있었던 것이다. 

1945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얄타회담을 마치자 마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가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를 만난다. 당시 미국이 원했던 것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원활한 석유 공급 시스템이였고, 사우디가 원하는 것은 안보를 통해 왕조가 안정되는 것이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 자본의 아람코가 석유 이권을 독점하고 있었다면, 이란에서는 영국계의 앵글로-이란 석유가 유전을 독점하고 있었다. 1941년 세계2차대전을 기점으로 다시 영국과 소련에게 유전을 뺏겨버긴 이란으로써는 영국에게 모든 수익이 돌아가는 점에 대해 분노했고, 시간이 갈수록 민중들은 외세에 대한 반감을 더욱 더 키워나갔다. 이에 1951년 모하메드 모사데크 총리가 석유국유화를 추친하자 영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게 되지만, 미국이 볼 때 그는 공산주의자라기보다 민족주의자에 가깝고 이란 북부 지역을 간접 지배하던 소련과의 전면전 역시 반드시 피해야 했기 때문에 미국은 영국의 부탁을 쉽게 승락할 수 없었다. 당시 이란과 원자력 협정까지 체결하며 이란의 핵개발을 돕던 미국은 영국과 아약스 작전이라는 CIA의 비밀공작으로 이란 군부의 쿠데타를 부추겨 모사데크를 축출하는데 성공한다. 팔레비 왕조가 다시 권력을 잡았으나 급진적인 서구화와 근대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정부패 일삼아 민심을 잃게 되었으며, 세속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성직자들의 불만 또한 샀다. 결국 팔라비 왕조에 반대하는 이란 혁명이 일어나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유학해 국제정세가 밝은 강경파 민족주의자 모사데크가 다시 패권을 잡는다. 그 당시 팔레비 국왕은 이탈리아로 도주했으나 미국은 치료를 명목으로 그의 입국을 허가해 분노한 이란 강경파 대학생들이 국왕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며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에 난입해 인질 52명을 444일 억류하게 된다. 마침내 팔레비 왕조의 미국 내 자산을 이란에 반환하는 조건으로 인질 전원이 풀려났지만, 이 사건 이후로 미국과 이란은 단교하게 된다. 설상가상 이란은 시온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준 영국과 미국을 자신들의 이슬람 형제 팔라스타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몰아낸 적으로 간주하며 반감의 감정을 갈수록 키워간다. 한편 영국은 1차대전 당시 유대계 금융자산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자본을 빌리기 위해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약속했었고, 미국은 2차대전 당시 그들을 돕지 못했던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과 시온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종말론 때문에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은 1618년 부터 1648년 까지 30년 전쟁을 통해서 로마 교황이 다스렸던 제국을 해체하고 싸움에서 이긴 신교는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국가를 세운다. 유럽은 중동이 자신들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가를 건설하기 바랐고, 한편으로는 석유와 대륙진출을 통한 이익을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에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 하지만 중동은 유럽의 30년보다 긴 70년 간의 참혹한 전쟁들을 치루게 된다. 그리하여 친미국가인 사우디 15명과 이집트 4명의 수니파 청년들이 알카이다를 조직해 911을 실행한다. 그들의 도전을 좌시할 수 없었던 미국은 결국 부시가 지정학적 코드화를 통해 만들어낸 악의 축(Axis of Evil: 2차대전 전범국의 별칭 Axis, 레이건의 악의 축Empire of Evil)을 구호로 내걸며 중동에서의 20년 전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서방의 세속주의와 민주주의를 거부한 아랍은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근본주의와 원리주의를 주장했고, 이를 지켜보던 오바마는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동시, 이란을 달래기 위해 40년간의 제재해제를 약속하며 핵무기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미국이 중동에서 ‘갖혀버린 아랍의 봄’을 포기한다면, 국가안보를 위해 아랍을 원상복귀 시켜야 했었던 것이다. 중동에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영원할 것 같았던 동맹국 미국이 이란과 가까워지자 사우디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공화국이자 주변국들에게 이슬람 혁명을 외치는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이자 종주국인 반면, 절대왕정을 사수하는 사우디는 수니파의 맹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하는 동시 이스라엘 미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시키고, 다시 사우디와의 관계를 복원시키기에 이른다. 이와같은 미국의 행보로 서방과 이란의 핵무기 협정은 사실상 파괴되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핵무기 협정이 다시 재개되었으나, 이란에 의해 새로운 내용들이 추가되면서 합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친미와 반미 사이를 수없이 반복하며 서로 다투던 이란과 사우디는 결국 2023년 비공개 회담을 열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다. 

 

2018년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50%를 중동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역시 중동 국가들이 약 38.4%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매장량을 보면 러시아 26.6%, 이란 14.9%, 카타르 14.3%, 사우디 3.8%, UAE 3.4%, 미국 3.0%, 나이지리아 2.9%, 알제리 2.5%, 베네수엘라 2.4%, 이라크 1.8%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류는 향후 100년간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드레이크의 방식으로 석유를 채굴할 때 생산정에는 석유와 함께 전통 석유계 가스가 발생하는데, 액체인 석유에 비해 저장과 운송이 어려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비전통 가스인 타이트 샌드 가스, 탄층 메탄가스, 바이오매스 가스, 그리고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천연가스는 석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셰일가스는 전통 천연가스처럼 한곳에 모여있지 않고 수평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과 달리 수평시추, 수압파쇄, 미소진동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연료가 시장에 풀리자 미국은 낮은 비용으로 셰일가스를 생산하며 해외로부터 LNG 수입을 대폭 축소하게 되고, 세계 3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소유한 카타르와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낮은 가격으로 유럽에 공급하게 된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대부분 멕시코 해안에 매장되어 있는데, 아시아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경우 42일, 마젤란 해협을 경유할 시 50일이 걸리므로 병목현상을 줄이고자 100년 만에 파나마 운하를 새롭게 개통하여 LNG를 적재한 선박은 25일 만에 아시아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인 중국 역시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출을 위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석탄보다 비교적 친환경적이라 여겨 천연가스 사용을 증가해온 국가들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깨져버린 수요와 공급의 균형 때문에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하다. 

 

은백색 또는 회색의 금속인 희토류는 주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자동차, 풍력 발전 모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에 사용된다. 또한 안정적으로 열을 잘 전달하는 특성을 지닌 희토류는 충전용 배터리, 컴퓨터, 텔레비젼, 전구, 그리고 레이저 등 각종 전자기기와 첨단무기에도 사용된다. 17원소의 총칭인 희토류는 크게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뉜다. 경희토류는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어 개발만 진행하면 모두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지만, 중희토류는 주로 이온흡착형 광상에서 산출되며 중국 남부 등 한정된 지역에 편재되어 있어 중국의 공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세계 희토류 공급에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외교 카드로 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조치를 취하자 세계 각국은 난감을 표하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 자본의 80%는 400개의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서방기업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천연자원 75%를 통제할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고 있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서사시집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에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남미 자원수탈 역사를 비판했듯이, 우리 또한 후손들을 위해 모두의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이 시작된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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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인프라가 도로나 다리라면, 21세기 인프라의 주역은 반도체다.

 

반도체 소자의 종류와 구분, 출처: KISTEP브리프 

 

1. 시스템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
• 펩리스(Fabless) & 파운드리(Foundry)
• 연산·제어 등의 정보처리 기능
2. 메모리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0%)
• 휘발성 DRAM & 비휘발성 NAND Flash
•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

출처: 삼성 자산 운영

 

I. 설계와 생산을 함께하는 회사를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 한다. 
II. IDM은 반도체의 개발과 설계  → 웨이퍼 팹(Fab : Fabrication Facility)에서 상품을 생산한다. 
III. 웨이퍼 팹이 직면한 문제들로 인건비, 24시간 교대근무, 유해화학물질 노출, 그리고 산성 폐수로 인한 환경문제와 수질오염 등이 있다.   
IV. IDM은 기술력, 자본력, 또한 노동환경 모두 갖춰야 하므로 부담, 따라서 팹리스(Fabless) 업체로 전환한 후 외주 → 반도체를 전문 생산하는 회사 파운드리(Foundry)가 탄생한다. 
V. 애플, 퀄컴, 하이실리콘(화웨이) 등과 같은 경우 → IP Vendor(Intellectual Property: 영국의 암ARM, 미국의 시놉시스Synopsys, 미국의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가 “전자회로의 기본 패턴이나 설계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한다. 
VI. 세계 전체 파운드리의 분포 → 대만 TSMC 50%, 삼성전자 16%, 미국 GlobalFoundries, 대만 UMC
VII. 세계 전체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 미국의 퀄컴과 엔비디아,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하이실리콘 등 미국, 대만, 중국의 업체들

(참고.인용: 오마이뉴스, 이봉렬)

 

1. IDM → Wafer Fab
2. Fabless → Foundry
IDM와 Fabless는 IP Vendor, EDI, Semiconductor Devices가 필요 

• IDM: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Texas Instruments
• Fabless: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AMD, 자일링스, 마벨, 노바텍, 리얼텍, 다이얼로그 

• IP Vendor: 영국 ARM, 미국 Cadence Design Systems
• EDI: 미국 Synopsys
• Foundry: 대만 TSMC, 한국 Samsung, 대만 UMC, 미국 Globalfoundaries, 중국 SMIC• Semiconductor Devices: 네덜란드 ASML


그럼 왜 반도체가 중요한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시를 짓고, 도로에서 전기차를 달리게 하며, 작곡마저 할 수 있는 ChatGPT의 위용을 보면 반도체가 이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느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해 지배하는 침략적인 계획을 품고 있다. 당초 법안에서 제안된 수준을 넘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예산안에 동참해주기 바란다. 중국에 맞서 겨룰 수 있는 힘을 길러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인한 회복력, 나아가 국가 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우리 의회와 협력해 검토해주기 바란다. 2021년 4월 12일, 바이든의 중국 견제 선언

세계 반도체 기업의 분야별 점유율, 출처: 2020년 기업 및 업계 데이터


그러나 실제로 칩을 제조하는 파운드리와 제조 후공정을 보면 대만의 점유율이 특출나다. 따라서 바이든 정권의 목적은 미국에 부족한 제조 분야 메우기다. 자체 공급만을 구축하면 외국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을 지킬 수도, 외국을 공격할 수도 있게 된다. 대만의 TSMC를 불러들이는 작전은 반도체 체인을 미국 내에서 완결하기 위해서다.

 

여야 의원단을 초청해 반도체 전략을 협의한 바이든은 2021년 3월 31일, 2조 달러(약 2,60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반도체 업계에 500억 달러(약 64조 8,200억 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힌다. 반면 중국은 2014년과 2019년에 설치한 국책펀드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기금’의 1호와 2호를 통해 47조 원이 넘는 정부 기금을 조성하였으며, 지방정부 펀드까지 더하면 95조 원 이상이 투자됐을 것이라 본다. 유럽연합EU 또한 브뤼셀에서 2030년을 향한 산업전략 ‘디지털 컴퍼스Digital Compass’를 발표하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스,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네덜란드 ASML 등 반도체 분야 기업을 모아 ‘유럽반도체연합’을 결성하기 위한 구상을 시도한다. 또한 EU는 코로나 대책으로 창설된 부흥 기금 ‘차세대 EU 펀드’의 약 20%인 1,500억 달러(약 194조 4,000억 원)을 디지털 산업 육성에 충당하기로 한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논의되고 있는 경제 안전보장은 군사를 포함한 국가 안전보장의 한 측면이자 국가 안전보장 문제이다. 국가들 간에 충돌이 일어나면 통신은 집단에 교두보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반도체를 사용하는 통신기기에 지장이 생기거나 통신이 마비되면 사회는 붕괴되고 정부는 힘을 잃게 된다. 이같은 사실을 간파한 워싱턴은 2018년 8월 13일 국방권한법을 통과시켜 화웨이와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제재를 가한다. 하이실리콘은 자사 공장이 없는 펩리스 기업이자 중국 수재들이 모여 세계 최고 수준의 획기적인 칩을 개발하는 회사다. 문제는 화웨이가 고기능의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하이실리콘의 최첨단 칩이 필요했고, 그것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대만의 TSMC의 도움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2020년 5월 15일, 미국은 자국산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시 외국 기업들에도 이 사항을 적용하게 된다. 이같은 미국의 조치가 TSMC에게 영향을 주자 형세는 중국의 군사훈련으로 이어져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수출에 제동을 걸기 전까지는 TSMC 매출의 절반가량은 미국용, 약 20%가 중국 기업용이었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새 공장에는 5나노 기술을 이전하지만 대만에서는 이미 앞선 기술인 3나노를 양산했고, 2나노 제조라인 건설에도 들어갔다. 상대가 미국이라도 필살의 최첨단 기술은 내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미 정부는 3나노 이하의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말이다. TSMC는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중국에도 생산 거점을 두어 2018년 말 가동된 난징 공장에서는 1세대 전인 16~12나노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기술 관점에서 보면 중간 정도 레벨의 공장이긴 하지만, 2021년 4월에는 추가로 28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들여 난징 공장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28나노 중심으로 이른바 레거시 기술Legacy Tech을 사용해 반도체 부족이 심각한 자동차용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놉시스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EDA로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독주한다. 반도체 업체는 EDA가 없으면 칩을 설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EDA를 제공하는 기업은 반도체 밸류 체인의 상류 지위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5월 화웨이 제재로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수출 금지시킨 것은 시놉시스제 등의 EDA 공급을 끊고 화웨이의 개발 능력을 무너뜨리려는 의도였다.” 2020년 9월 말 오래된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와 이슬람 시아파 국가 아제르바이잔이 무력 충돌하여 1,200명의 사망자를 낸다. 숨은 IT강국인 아르메니아에는 1,000명 규모의 시놉시스 엔지니어들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으로써는 터키와 일심동체이자 러시아의 동맹국 아르메니아를 러시아에게 빼앗길 수 없으므로 바이든은 2021년 4월,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터키의 전신 오스만제국에 의한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전자회로를 인화하는 작업을 노광이라고 하는데, 이는 필름에 풍경을 담아 현상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네덜란드의 ASML는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 칩 제조에 사용하는 EUV(자외선)에 의한 노광기술 장치를 만드는 회사다. 연간 30~40대를 만들고 가격은 대당 1,900억~2,800억 원을 호가하지만 이 장치가 없으면 5나노나 3나노로 미세화 가공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이미 개발 경쟁에서 패해 노선에서 이탈한  캐논Canon과 니콘Nikon을 빼면 ASML이 노광기술 장치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잇다. 하지만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변질되고 있는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 수출을 금지하자 ASML도 큰손인 중국 기업과의 사업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초절정 고난도의 기술이 사용되는 EUV 노광장치는 카메라 렌즈를 제조하는 독일의 카를 차이스Carl Zeiss와 레이저 광선 발생기를 제도하는 독일의 트룸프Trumpf의 부품이 사용되고, EU의 보조금 또한 유입된다. 기술력의 배후에는 벨기에의 연구개발 기관 IMEC와의 관계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경쟁 업체들은 TSMC의 기술력을 감당할 수 없다. 파운드리라고 하면 서열상 대기업 메이커의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인식은 틀렸다. 난이도가 높은 칩이나 대기업 메이커는 TSMC에 부탁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 TSMC 고객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은 팹리스 기업이지만, 고객인 팹리스 기업보다 TSMC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스와 격차를 확연히 벌인 것은 회로선폭 7나노미터 벽을 먼저 넘었을 때부터다. 칩의 집적도를 높이려면 회로선의 폭을 가늘게 하고 좁은 면적에 많은 회로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난도가 높은 칩을 높은 수율로 생산하는 능력에서 TSMC를 넘어서는 곳은 없다. 세계 파운드리 미세화 기술력을 비교해보자. 7나노 수준까지 개발에 도전한 곳은 2021년 여름까지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옛 AMD 제조 부분), 중국의 SMIC,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5개사다. 더 미세한 5나노가 되면 글로벌파운드리스, SMIC, SK하이닉스가 탈락하고 TSMC와 삼성 두 곳이 남는다. 그 다음의 3나노에서 양산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은 TSMC뿐이다. 게다가 TSMC는 2022년 중에 2나노 신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1나노미터란 1m의 10억분의 1로 원자를 10개 나열한 정도의 길이다. 병원체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극소 세계에서 TSMC는 계속 왕좌를 지키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물자가 흐르는 길을 끊는 공격에 나설 태세다. 화웨이의 반도체 부문인 하이실리콘,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 반도체 제조장치 업체인 AMEC 등 주요 중국 기업에 대한 금수조치를 계속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도 있다. 이 전법의 효력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제재 효과는 희석되고, 반대로 중국 기업의 자율적인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부작용이 현실화된다. 제재로 인해 미국과 일본에서 반도체 제조장치를 조달할 수 없게된 중국의 팹리스 기업들은 국내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국내 제조장치 업체들의 기술개발은 나날이 가속도가 붙어 중국의 제조기술은 무궁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의 수요는 대만이나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며 세계 제조장치 수요의 무려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았던 일본의 제조기술이 미국을 따라잡는데 3~4년이 걸렸다면, 보조금을 끝없이 뿌리는 중국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한 중국 제조장치 기술이 과연 얼마만에 선두인 일본의 제조장치 기술을 따라잡을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해 볼 수 있다.  

 

미세 가공이 진보하면서 칩에 채워 넣는 전자회로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집적도가 높은 칩에서는 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수가 수백억 개에 이른다. 건축에 비유하면 하나의 칩을 설계하는 작업은 대도시를 통째로 설계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설계사무소라도 한 회사에서 도시 전체의 도면을 그릴 수는 없다.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설계도를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이래서는 납기를 맞출 수 없다. 그러니 빌딩이나 주택 등의 세세한 부분은 완성된 도면을 다른 곳에서 사와 붙이거나 수정하면서 도시 전체의 설계도면을 그려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암은 빌딩이나 주택의 도면을 설계사무소에 파는 회사다. 네덜란드 ASML과 마찬가지로 암은 밸류 체인 최상위에서 초크 포인트가 되는 기업이다. 퀄컴, 애플, 엔비다아 등의 제조사들은 암으로부터 기본회로의 설계도를 라이선스 형태로 사서 이 암의 설계도면을 조합하여 자사의 칩 설계도를 완성해나간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단말기에 탑재되는 칩의 대부분은 암 사양의 기본 회로를 사용해 설계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업체들은 암 도면 없으면 자사 칩을 만들 수 없다. 이미 대만의 TSMC(국가 전체 수출액의 1/3)와 한국의 삼성전자(국가 전체 수출액의 1/5)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한 미국이 엔비디아의 인수로 영국의 암ARM까지 자신들의 수중에서 관리하려 했으나 영국 정부는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의 암ARM 매각발표에 흥분하여 국가의 독립 유지와 주권까지 논하며 강한 반대의 의사를 표출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설계(팹리스), 생산(파운드리), 종합 반도체 대표기업, 출처: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반도체 산업은 첨단기술 패권을 노리는 국가들 간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를 향한 핵심적인 열쇠인 것임은 분명하다. 첨단 기능의 가속화와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은 주요국들의 반도체 육성과 정책들을 관통해 국제정세를 바라보면 격변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군사에 얽힌 많은 의문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trefresher :

 

“지난 10년간 물가가 유례없이 안정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1970년대 이후 최고의 물가상승률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금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왜 그럴까? 세계적인 보석상 프로 아우룸Pro Aurum의 우베 베르골트Uwe Bergol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은 금 1온스로 오늘 빵 300덩어리를 살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살아계신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어원은 라틴어 인플라레inflare에서 비롯됐는데 ‘부풀리다, 넓히다, 확대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인플레이션하면 상품이 비싸진다고 여기는데 사실은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불환지폐Fiat Money란 라틴어 피아트 룩스Fiat Lux(빛이 있으라, 창세기)에서 시작됐는데, 각국 정부의 중앙 은행은 관리통화제도에 따라 언제든 ‘무’에서 ‘유’인 이 불환지폐를 찍어내어 화폐 발행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남발된 불환지폐는 인플레이션의 주된 동기가 된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통화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인가. 여기에는 권력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한 포퓰리즘(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형태)이 한몫을 하고 있으며, 그 시초는 최근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이 주 원인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인지상정人之常情—개발도상국이 인터넷으로 매일 접하는 타국의 높은 삶의 질로 인한 임금인상 요구와 이에 따른 임금 상승, 그리고 결자해지結者解之—기후 변화에 따라 배정된 애매한 탄소 배출량 등이 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활고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대규모 복지 정책을 추진했고, 전국민을 상대로 무료백신제도를 도입했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쟁이 발발해 외교적 이유로 경유와 석유는 재고가 부족해지며, 해바라기유와 밀가루의 세계 최대 생산지인 우크라이나는 정상적인 생산을 중단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남용된 복지 혜택으로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조세Silent Tax를 작동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버린다. 국가가 빚을 내서 복지 혜택을 주었는데 그 빚을 갚을 수 없다면 국가는 우선 국채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것으로도 빚을 충당할 수 없으면 결국 새 화폐를 발행하게 되어 이것으로 통화 공급이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시작하여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번져 디플레이션deflation이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국가는 다른 모든 채무자들과 마찬가지로 값어치가 떨어진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 이러한 혜택은 채무 상황기간이 길면 길수록, 또 상환기간 동안의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커진다. 국가는 또한 세수 면에서도 더 유리해진다. 왜냐하면 명목상(nominal)의 매출액과 소득이 올라가면 세금 수입이 자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범세계적 차원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전쟁으로 인해 사회와 경제가 혼란스러울 시기 정부가 경제 침체를 막기위한 대응으로 통화량을 대폭 늘리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것이 물가상승과 소득저하 현상을 동시에 불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결국 실업수당과 생활보조금 지출이 늘어난 국가는 더 많은 지출을 통해 큰 부담을 안게 되어 기준금리를 인상시키고 화폐발행량을 축소시켜 물가상승을 최대한 억제 시키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금리가 인상되면 만기된 국채는 전보다 훨씬 높아진 이자율로 다시 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미 한계를 초과 상승해 버린 물가로 인해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을 상실해 버린 시장에서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점차 줄게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수요공급에 불균형이 생겨나 디플레이션이 찾아온다. 이와같이 내수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 산업 생산의 급격한 감소로 국가의 외환보유는 자연히 줄어들게 되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뱅크런 사태와 증시 폭락은 대공황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궁극적으로 너무 많은 돈이 너무 적은 양(quantity)의 상품을 만나기 때문에 생겨난다.” 여기서 quantity는 기업이 팔고 싶은 양일 뿐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은 모두에게 충분히 넘치고 남지만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모두 폐기처분되어 버린다. 하지만 기업도 할 말은 있다. 바로 그들이 상품당 지불해야하는 로얄티다(상품 판매에 있어 별도로 치뤄야하는 세일즈와 마케팅 비용 역시 있다). 인도의 제약산업을 살펴보면 인도가 WTO에 가입하기 전까지 인도정부는 제품특허보다는 공정특허에 우위를 두어 제약산업에 뛰어든 신생 기업들은 타국의 거대 제약회사들보다 비교적 손쉽게 저렴한 복제의약품을 생산하여 자국에 널리 유통할 수 있었으며, 비싼 치료제를 구입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들에까지 수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허권은 대부분의 나라가 출원일부터 20년동안 보호받는데, 사회에 불평등을 없애고 사회 전반적으로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면 우리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한편 세계적인 대기업들 중 상당수는 이같은 특허권을 포기하고 기밀문서를 작성해 대대손손 보관하는 방법을 선호하기도 한다. 불은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한 것이다.

“구매력이 약하기 때문에 비싸진 생필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은 피해자 집단에 속한다. 한편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지 않아도 되는 소비자들은 물가가 올라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는다. 채무자들도 인플레이션의 덕을 본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질 가치가 떨어진 돈으로 빚을 갚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자들은 손해를 본다. 그들이 받아야 할 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한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을 가진 기업은 원가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지만, 가격결정력이 약한 회사는 오른 원가를 흡수하여 이익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석유·철광석 등의 원료를 채굴하는 회사들도 가격상승의 덕을 본다. 예를 들어, 영국의 석유 회사 BP는 2020년 1분기에 ‘예외적인 가격’ 덕분에 이익이 갑절 이상 늘었으며, 이것은 지난 10년을 통틀어 이 회사의 가장 좋은 실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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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기간에는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천천히 대응하거나 그릇된 전략과 전술을 선택하는 회사는 약해질 것이고 아마 파산할지도 모른다. 경영 구루 램 차란”

인플레이션이 찾아오면 가격조정은 불가피 해진다. 따라서 기업은 선제적가격조정pre-emptive pricing을 할 것인지, 천천히 기회를 기다리며 점진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원가상승분을 고객에게 전혀 전가하지 않고 모두를 스스로 흡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의 설명처럼 ‘이익은 생존의 조건’이자 기업의 미래비용이며 앞으로 기업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비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익을 양수 값을 가진 잔존금액이나 있으면 좋은 것으로 여겨 모든 부담을 기업이 떠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격인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에 값어치를 느낄 수 있으며, 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는 고객가치를 높이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회사가 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가 하는 내용을 고객들에게 사전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가격협상을 할 때의 그들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사전 배려는 고객들이 갑작스레 통보받을 때 느끼는 불쾌한 감정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이때 소비자는 질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다음을 공개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해야 한다. ‘과연 이 기업이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업인가. 과연 이 기업이 우리 사회에 자신들의 이익을 기꺼이 양분하고 흔쾌히 환원하고 있는가. 정말로 이 기업은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주도하고 있는가. 혹시 이 기업은 사업분야를 증식하기 위해 분식 회계를 하여 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빌리거나,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이익을 줄여 탈세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차라리 사회환원을 통해 세금을 합법적으로 공제받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기회에 노력도 없이 가격선도price leadership 기업을 따라 물타기를 하는 수전노 기업을 배제하고 젊은 청년들의 Start-Up 소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혈연과 지연에 묶인 관습적 유통구조로 인해 파고들기 어려웠던 기존 시장구조에 수혈된 새로운 젊은 피는 사회에 긍정적이고 활발한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조치는 이른바 가격상승조항(price escalation clause) 또는 가격조정조항(price adjustment clause)이다. 이것은 물가상승을 미리 예상하고 자동적으로 필요한 만큼 값을 올리게 해주는 조치여서 고객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은 가격상승조항을 도입할 때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s)’ 이라는 기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 계약’ 이란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있다가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면 실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소비자물가지수, 원자재지수, 배달시간 등이 어떤 수치에 도달하면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것이다.”

“기업이 둘 이상의 제품을 묶어 다발로 팔면, 한 제품의 값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다른 제품을 더 많이 파는 방법을 써서 결과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거꾸로 기업은 다발로 팔던 제품들을 따로따로 판매함으로써 주요 제품(main product)의 값을 낮게 유지하거나 또는 그것의 값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어느 회사가 1,000억 원어치 제품을 고객에게 팔았다고 하자. 이 금액이 즉시 결제되면, 이 회사는 당장 쓸 수 있는 돈 1,0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이자율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금리가 10%인데 외상대금을 6개월 후에 받으면, 실제로 받는 돈이 46억 5,000만 원이나 적어진다. 1년 늦게 받으면 가치손실이 무려 90억 9,000만 원에 달한다. 기업은 외상 매출금 지불기한을 줄이고 채권을 빨리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괜찮다. 예를 들어, 과거에 인플레이션율이 높을 때는 이른바 현금할인(cash discounts)이 흔했고 물가가 안정되었던 지난 몇 년 동안은 그것이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이런 인센티브를 다시 도입해볼 만하다.”

“인플레이션이 일으키는 원가상승에 대비하는 예방책의 하나는 ‘어느 특정 기간에 원료를 현재의 가격으로 인도할 것을 보장’ 하는 선물계약(futures contracts)을 맺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계약은 당연히 돈이 들어가므로, 예상되는 가격상승과 저울질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계약이 회사에 얼마나 유리한가는 결국 (회사의) 예측능력에 달려 있다.”

개인이 인플레이션을 대처하는 방법으로 워렌 버핏은 8가지 전략을 지목하고 있다. 1. 수입력을 향상시키는 것, 2. 주식시장을 활용하는 것, 3. 금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것, 4.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활용하는 것, 5. 변동금리를 경계하는 것, 6. 부채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 7. 경비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 8.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 등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이 글귀는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반지 세공사를 불러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고 지시하여 그의 반지에 새겨진 것이다. 우리 또한 지금같이 물가가 치솟을 때 우리의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글귀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Posted by trefres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