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두 개의 시간 개념이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양적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질적 시간)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우리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고 하지 않나. 1크로노스가 3카이로스라는 말이다. 진정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그리 보면 우리는 다소 한가하다. 더 지나가면 방향을 잃는다. 이 전쟁이 글로벌 카이로스를 훨씬 빠르게 만들어놓았다.”

 

냉전 시대 당시 동유럽권 공산주의 세력과 사회주의였던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된 국방 조직

 

“나토는 단 1인치도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을 것. 1990년, 조지 H. W. 부시

 

우리는 소련에게 안보에 대한 믿음을 확실하게 심어줄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CSCE(유럽 안보 협력 기구)는 유럽의 미래에 관한 토론에 소련을 끌어들일 수 있는 포럼이자 이 모든 상황의 우산이 될 수 있다. 1990년, 마거릿 힐더 대처

 

소련이 유럽공동체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을 허용치 않을 것. 나토 16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이 관점을 지지한다. 1991년, 나토 사무총장 만프레트 뵈르너

 

나토 확대에 간섭하지 말라.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유럽 출신의 유권자들에게 나토의 동진을 이야기해야 한다. 1994년, 빌 클린턴

 

나토 확장은 탈냉전 시기 전체를 통틀어서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이다. 그 결정은 러시아에서 민족주의, 반서구주의, 군사주의 경향에 불을 붙이고 민주정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동서 신냉전 분위기를 조장하며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결단코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다. 「1997년 뉴욕타임스 칼럼」, 조지 케넌

 

나는 나토 팽창이 동맹 자체의 현대화 혹은 유럽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은 상호 신뢰를 좀먹는 심각한 도발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팽창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바르샤바조약기구(1955년 5월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모인 동구권 국가 8개국이 니키타 흐루쇼프의 제안을 통해 결성한 군사 동맹 조약 기구) 해체 이후 우리의 파트너들이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가? 선언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나? 아무도 그것을 기억조차 못 합니다. 2007년 푸틴의 뮌헨 안보회의 연설

 

나토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군대를 키웠노라.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기밀 해제된 1990년 외교 문서, "나토의 관할권이 동쪽으로 단 1인치라도 확장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1991년 소련 최고평의회의 142-H 선언으로 소련의 지도부는 해체되고 독립국가들이 발촉된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에스토니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그 후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2010–2014)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친러 정책을 반대하던 반정부 시위대가 정권을 몰아내고 친서방 과도 정권을 수립하는데, 이에 반발한 친러계 주민들이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자 러시아는 곧바로 크림 반도에 군사 개입을 실행한다. 그 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진행되고,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2014-2019) 페트로 포로셴코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분리주의를 원하는 돈바스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내전이 일어난다. 이러하여 내전의 연장인 본격적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란 군사를 이용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다. 그렇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인 미국, 케나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 이란, 그리고 여러 공산주의 혹은 독재정권을 펼치는 나라들이 이 전쟁을 통해 얻는 실리와 지지의 명분을 이해하면 이 전쟁이 시작된 이유와 목적, 그리고 종결의 실마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에 서있다고 계급적 지배를 부정하는 아나키즘이나 내셔널리즘, 또는 세속주의를 편애하는 것은 아니며, 왼편을 맴돈다고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와 근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날씨가 다르고 나라마다 언어가 상이하듯, 나라마다 은폐된 비공식적 입장과 각국의 숨겨진 전략적 이익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갈리시안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 슬라브족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남부와 동부는 다른 집단이다. 마이단 쿠데타를 보면 미국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이익 집단을 지원하며 자금을 보냈다. 2003-2009년까지 우크라이나인의 55퍼센트는 나토 가입에 반대했다. 하지만 2014년 오바마 행정부가 쿠데타를 지원하자 국내정세가 불안해져 우크라이나인의 53.4퍼센트가 나토 가입을 지지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프레임으로 사용했지만 사실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은 세계 무대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과의 시대착오적 이념싸움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민족 이념을 지키려는 아조프 연대가 나토의 호혜를 받고 있다. 

 

출처: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평범한 시민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며,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은 끝없이 드넓은 평원과 드높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온순한 양들처럼 살아온 사람들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틈 바구니에 낀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은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이들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1994년 세계 3대 핵 강대국의 위상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하였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보장해 주기로 합의 각서Budapest Memorandum에 서명한 나라(러시아, 미국, 영국)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였다. 그런 러시아로부터 2014년에 우크라이나의 영토인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이 유린당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불가피하게 나토 동맹 가입을 추진하는 것을 구실 삼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유린하고 국토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 김평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땅을 떼 줘야 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들 땅이니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겠다. 2022년, 조 바이든

 

2019년 1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고위인사와 비공식회담을 갖았고, 2월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었으며, 6월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계속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진행했을까.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Budapest Memorandum’가 효력을 상실한 무용지물이라서 보란듯 시위라도 하는 것인가. 북한이 정말로 믿지 못하는 나라는 어디고, 남북통일을 내심 반대하는 세계열강은 누구인가.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을 내세우며 세속주의에 입각한 열강들은 지성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는, 민주주의가 나귀를 타고 입성할 장소를 물색하며 굳게 닫힌 동쪽과 서쪽 빗장 사이에서 오늘도 고민한다. 그러나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리되었듯이 가상적인 만약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 깊이 개입한 바이든은 ‘JCPOA(이란 핵협정 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죽었다고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후 최근 다시 이란에게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귀결이 너무나도 희미하니 비록 조삼모사朝三暮四라도 선택할 수 있다는 의지를 엿보이는 새로운 전술인가. 이란은 알고 싶을 것이다, 누가 라니스터인지. A Lannister Always Pays His Debts.    

 

미국의 네오콘이 2022년 4월에 시행한 무기대여법에서 누가 수해를 보고 있는가. 러시아는 중국에 서방과는 비교가 않되는 자원을 헐값에 제공하는 동시 중국의 기술을 언제든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 관세로 러시아의 일곱배를 유럽에 적용하는 미국 또한 농업강국이고 나토국들에 수출할 수 있는 에너지 역시 넘쳐난다. 2022년 미국 달러는 22퍼센트 이상 급등했으나 동맹국 화폐인 캐나다달러는 8퍼센트, 호주달러는 12퍼센트, 유로화는 18퍼센트, 파운드화는 22퍼센트, 그리고 엔화는 22퍼센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란 제재와 중국 제재에 이따라 실패한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서도 실패함에 따라 신세계 질서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나아가 만약 제재받은 국가들이 유라시아 동맹을 공식화하면 지정학적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미국이 적대국의 대한 달러 압류로 인해 모두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여겨 의심치 않았던 미국 달러의 본위제에 금이가기 시작하여, 앞으로 외국 정부가 외환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자산으로 보유하는 데 망설일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이미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은 상호 간의 무역을 자국의 통화로 결제하기 시작했고, 자유무역을 제재를 받고 식은땀을 흘리는 나머지 국가들이 앞으로 어떤 화폐를 선택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미국 네오콘이 추진한 30년 프로젝트의 정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르바아(1999), 아프간(2001), 이라크(2003), 리비아(2011)에서 미국이 선택한 전쟁war of choice을 옹호했고, 열성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획하고 시도한 네오콘과 똑같은 자들로 채워져 있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 

 

“러시아와 중국은 (전 소비에트 지역의 색깔혁명color revolution에서) 전 세계 핵심 전략 지역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설계된 쿠데타 이상의 그 어떤 자연스러운 저항도 보지 못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틀렸을까? 서구 민주주의에 의해 촉구되고 그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자유화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와 EU로 병합하는 작업의 서막, 한마디로 서구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이 아닌가? 브루킹스연구원 선임연구원 로버트 케이건 

 

반동맹인 외형상 우호 중립국 중국, 실리적 우호 중립국 인도, OPEC플러스에서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미국이 원하는 석유 증산을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술적 중립을 유지하는 이스라엘, 정권이 바뀌고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튀르키예. 따라서 세계 인구의 87퍼센트가 러시아 제재를 거부한 것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러시아, 세계의 공장을 소유한 중국,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카드를 쥐고 있는 중동을 보면 어느 국가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러시아가 밀, 탄산칼륨, 가스, 석유, 팔라듐, 제련 니켈, 그 밖의 핵심 광물을 서방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유린당할 것이다.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래리 C. 존슨

 

균형과 극성을 기준으로 국제 체제를 나누면 네 개의 유형—불균형적 양극 체제, 균형적 양극 체제, 불균형적 다극 체제, 균형적 다극 체제—이 나온다. 하지만 불균형적 양극 체제는 현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결국 세 유형이 남는다.” 그렇다면 왕좌의 게임을 지켜보던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유형은 어떤 것인가. 지금까지 국제규칙을 가장 많이 어긴 게 바로 서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 제재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 아랍의 산유국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은 석유 증산에 동의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오히려 UAE 외교장관은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의 결속을 다졌다. 사우디는 더하다.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인도는 러시아 제재를 거부했다. 인도의 친러시아 행보는 러시아가 냉전 시기에 카슈미르 분쟁에서 인도 편을 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가 수출한 무기의 18퍼센트는 아프리카로 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과 비료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다. 나토 역시 북아프리카에서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 신뢰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외교의 꽃은 자원확보다. 자원전쟁은 향신료에서 비롯됐다. 결국 ¨살고자 앎¨을 선택하였으나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지성들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각성과 경각심을 늦춘 결과, 현재 세계 모든 시민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향신료를 사기위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프로파간다에 의해 징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오랜세월 얽혀있는 정확한 내용도 모른채 오로지 가족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다. 자본은 국가 성장 동력이자 사회를 병들게 하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  자원 뒤에 숨어있는 가르강튀아같은 자본, 우리는 흔전만전한 세속주의가 불러온 기후위기라는 피로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오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국가’를 내세워 정치적으로 구상하는 다음 전쟁의 터’는 어디인가. 바쁜 현대인을 위해 미디어가 중점을 두는 전쟁범죄 보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 속 그 어떤 전쟁에서도, 그 어느 쪽을 보더라도 전쟁범죄는 늘 존재했다. 군맹무상群盲撫象, 방 안에 코끼리가 있으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자본의 힘, 출처: Reuters

 

Posted by trefres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