癸卯 - 春分

2023. 3. 21. 12:59 from 六十干支

 

봄은 언제와? 지각생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지. 아네모네, 번치베리, 별꽃, 황련, 초롱꽃, 야생 딸기, 헐떡이풀. 어디쯤에나? 다시 뜻밖의 눈보라가 몰아치고, 휘리릭 스쳐가는 높바람이 뭍의 호흡을 흩고 최고조에 달한 낮별의 기조에 생채기를 새겼을 쯤. 그리고, 우리는 여름을 기다려야 해? 우리는 여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 그해 여름, 그때가 매미의 해방이련가. 긴 침묵과 구속, 짧은 구애와 기탄, 영원을 바라는 길고도 짧은 삶의 동경을 적어볼까, 그래. 다가온 그 한없는 풍요로움에 그리움은 그렇게 덧없이 흩어져 버려, 그려오던 그 계절이. 그렇지, 요란한 겨울이 고별을 고하기도 전, 완연한 수직의 봄빛은 몽확적인 수채화로 너의 시선을 모처럼 두근두근 설레이게 물들이겠지, 꿈꾸는 어느 오후 포근한 기억들이 저 멀리 수평선 끄트머리에 쏟아질 무렵, 봄비처럼 왈칵 흘러내린 눈물이 고여버린 조각난 아침을 추스려 달래는 어느 오후는 그렇게 후련하게 시간의 필련들이 시나브로 흘러가길 간절히 소원하며. 나의 봄은.

“내 시는 망각에게 줄 것이요, 내 마지막 숨결은, 그녀에게로...!,  「친구들에게 남기는 내 유언장」, 푸시킨 1815”

“사랑의 분수, 살아 있는 분수! 난 너에게 장미 두 송이를 선물로 가져왔다. 너의 끊임없는 속삭임과 시와 같은 눈물을 사랑한다. 너의 은빛 가득한 물보라, 차가운 이슬이 되어 나를 적신다. 아, 흘러라, 흘러라, 기쁨의 열쇠여! 어서 너의 지난 이야기를 속삭여다오...... 사랑의 분수, 슬퍼하는 분수! 나 역시 너의 대리석에게 묻는다. 먼 나라 이야기만 들리는데 마리에 대한 이야기는 왜 안하느냐. 할렘의 창백한 별이여! 여기서도 너는 잊히는구나. 아니면 마리아와 사례마는 행복한 꿈 한 조각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저 상상 속의 꿈 하나가 공허한 안개 속에서 그렸는가. 자신의 부질없는 모습을 영혼의 희미한 이상을?  「바흐치사라이 궁전」, 푸시킨 1824”, 바흐지사라이 궁전Ханский дворец, Ханський палац은 1532년에 크림반도에 세워진 것으로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터키의 톱카프 궁전과 돌마바흐체 궁전 등과 더불어 유럽에 있는 가장 잘 알려진 이슬람교 양식의 궁전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에는 참아라, 기쁜 날은 반드시 올 터이니. 마음은 미래에 사니 현재는 항상 어두운 법. 모든 것 한순간에 사라지나, 지나간 것 모두 소중하리니. 푸시킨, 1825년 백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Ave Maria, gratia pleana」, 윤동주”

“아름다운 친구여, 내 생각엔 그대는 늙을수 없는 것 같아라. 내가 처음 그대의 얼굴을 봤을 때 같이 지금도 그렇게 아름다워라. 추운 겨울에 세 번이나 나무 숲에서 여름의 자랑을 흔들어 버렸고, 아름다운 봄이 세 번이나 황금빛 가을로 변했어라. 계절의 변화를 눈여겨 보았더니 4월의 향기가 세 번이나 뜨거운 6월에 불탔어라, 싱싱하고 푸르른 그대를 처음 뵈온 이래로. 아!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해시계의 바늘처럼 그 숫자에서 발걸음도 안 보이게 도망치도다. 그대의 고운 자색도 내 변함없다고 여기지만 실은 움직이며, 내 눈이 아마 속는 것이로다. 그 염려 있나니 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여, 들으라. 너희들이 나기 전에 미의 여름은 이미 죽었어라. 소네트 104, 셰익스피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의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이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닌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One´s Country」, 한용운”

“사랑은 두 개의 고독이 서로를 방어하다가 서로를 접하고 인사하는 것이다. 릴케”

 

“시냇물이 흙을 취하게 한다. 숨도 쉬지 않고 들이마신 봄은 눈이 멀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풀밭에 드러눕는다. 그리고 거나하게 취한 그의 숨을 꽃의 입으로 쉬고 있다. 「Wasser berauschen das Land」, 릴케”

“장미여, 아 순수한 모순이여, 이렇게도 많은 눈꺼풀에 싸여서 누구의 잠도 아니라는 기쁨이여. 「Rose, oh reiner Widerspruch,Lust」,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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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efresher :